2004 82

마지막 날이다...

이제까지의 연말 중 올해만큼 바쁘고 정신없었던 때는 별로 없었던 것 같다. 송년회라고 해 본 거는 한두 번 정도 (그것도 간단히...) 매일같이 야근하느라 퇴근길에 지하철을 타 본 게 기억이 가물가물할 정도다. 무슨 연말이 이래~ 덕분에 한 해를 돌아본다든지 내년은 어떻게 살 지 떠올려 본다든지 그런 건 생각조차 못 해 봤다. 2004년의 마지막날인 오늘조차 하루 종일 사무실 대청소하느라 해야 할 일은 손도 못 대고 오후 6시가 다 된 이 시간에서야 겨우 컴퓨터 앞에 앉았다. (오늘은 기어코 지하철 타고 집에 가리라~) 마지막날이라 뭔가 그래도 끄적여야 아니 자판을 두드려야 할 것 같아서 블로그를 열긴 했는데 이런저런 생각을 도무지 안 했던 지라 좀 막막하다... 올 한 해는... 그루가 다쳐서 병원에 ..

2004/monologue 2004.12.31

현실보다 상상이 오히려 나을 때가 있다...

내년 봄부터 그루를 어린이집에 보내기로 하고 근처의 한 곳에 미리 등록을 해 놓았었는데 그 어린이집에서 크리스마스 특별 이벤트로 부모가 미리 선물을 갖다 주면 산타가 집에 방문하여 아이에게 전달해 준다면서 그루도 신청하면 해 주겠다고 했다. 지난 크리스마스 아침에 일어나 머리맡에 놓인 선물을 보고 너무 좋아서 흥분하던 그루의 모습이 잊혀지지 않던 터라 산타가 직접 주면 정말 좋아하겠다 싶어 그루 아빠가 신청을 했다. 1주일 전에 (그루가 갖고 싶다고 한) 선물을 미리 사서 어린이집에 전달해 주고는 1주일 내내 오히려 시댁 식구 포함한 어른들이 그 깜짝 순간을 애타게 기다려 왔었다. 드디어 산타가 어제 저녁에 왔다! 원래 예정시간보다 일찍 오는 바람에 집에는 그루와 그루 아빠만 있었고 나는 나중에 집에 와..

2004/monologue 2004.12.24

영화 'The Phantom of the Opera'

학습 차원에서 팀원들과 영화 '오페라의 유령'을 보러 가다. 원작 뮤지컬에 충실하게 만들어서인지 스펙터클이라든지 음악 등이 모두 좋았다. 조금 아쉬웠던 점은 뮤지컬 영화로서는 나도 오히려 '시카고'가 더 나았던 것 같은데 뮤지컬로서의 장점과 영화 매체로서의 장점이 잘 어우러져 있어야 할 텐데 아무래도 이 영화는 뮤지컬 쪽에 더 방점이 찍히다 보니 (아마 웨버가 직접 제작에 참여해서 더 그러했으리라) 약간 지루하다는 의견도 나오게 된 것 같다. 그리고 아무래도 거의 노래로만 진행되는 방식에 익숙치도 않았을 테고... Anyway 그래도 영화가 흥행에 성공해서 무지 다행이고... 내년 드디어 The PHANTOM of the OPERA 오리지널 공연이 한국을 찾는다. 기대해도 좋을 듯!!! 물론 나는 지금 ..

2004/brief comment 2004.12.24

The Da Vinci Code

Best Seller류의 도서들을 나는 도리어 잘 안 보는 편이다. 시류에 편승하는 데에 대한 묘한 거부감도 있고... 그래서, 다빈치코드 다빈치코드 사람들이 노래를 불렀을 때에도 아무런 관심이 없었다. 그러다가 몇 달 전 친구들이 그 책 진짜 재미있다고 입을 모아 하는 소리에 조금 마음이 동하여 그림자료가 함께 있는 특별판이 곧 나온다 하길래 그럼 그거 나오면 사야지 하고 기다리다가 막상 사려고 보니 낭패~ 영어본만 출판된 거였다. 그 두꺼운 거 사서 내가 영어공부할 것도 아니고 어쩔 수 없이 그냥 전에 나오던 책 사야지 하고 있던 차에 시누이 언니가 친척에게서 빌려온 책을 읽고 있기에 잘 됐다 싶어 나도 빌려 읽기 시작했다. 요새 며칠간 지하철을 오가며 읽었는데 장르가 스릴러물이니만큼 책을 손에서 떼..

2004/brief comment 2004.12.08

이제 막바지인 공연 – Superstar

열흘간의 공연이라 벌써 막바지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작품이 잘 나왔는데 기대만큼 실질적 성과가 나오지 않아 너무 안타깝다. 나는 이미 중독 상태다. 이 작품을 준비하면서 공연 OST CD를 아마 100번 가까이 들은 것 같다. 하지만 들어도들어도 질리지 않고 들을 때마다 감동받고 전율을 느끼게 되는 정말 앤드루 로이드 웨버의 최고의 작품이다. 공연은 수원 트라이아웃 두 번, 서울 본공연 세 번을 보았는데 계속 공연장면이 아른거릴 정도다. 이번 주에 I Love You 프리뷰 공연이 아니었으면 아마 또 보러 갔을 지도 모른다.

2004/monologue 2004.11.24

나의 연극열전 다섯번째 – 청춘예찬

내가 이 작품을 보려고 애초에 찜해 두었던 이유는 99년 초연 이후 수많은 상을 휩쓸고 많은 입소문을 탔었다는 그러한 Credit 외에 연극배우 박해일을 보고 싶어서였다. 박해일이 이 무대를 통해 신인연기상도 받았고, 그리고 괜찮은 연기자들을 발굴하기 위해 연극 무대를 찾아다니는 영화감독들의 눈에 띄게 되었던 작품이었다. 질투는 나의 힘, 살인의 추억 감독 모두 박해일을 '청춘예찬'에서 발견했다고 하니... 하지만 왠걸~ 무슨 사유가 있었는지 이번 연극열전 공연에서는 예정되었던 박해일이 나오지 않았다. 대신, 요즘 연극무대에서 한창 주목받고 있는 '김영민'이라는 배우가 그 주인공 역할을 맡았는데 박해일이 없긴 하지만 그래도 작품 '청춘예찬'이 보고 싶어서 바쁜 와중에 어렵사리 시간을 내어 공연장을 찾았다..

2004/brief comment 2004.11.15

9년만의, 80분간의 산책

망설이고 있었던 Before Sunset을 보았다. 영화의 시작과 함께 동시에 나를 뒤흔든 건 9년이라는 시간의 무게. 서두에 잠깐잠깐 비치는 Before Sunrise의 그들과 너무나도 선명하게 시각적으로 대비가 되듯, 9년이 지난 에단 호크 그리고 줄리 델피는 놀랄 만큼 늙어 있었다. 처음엔 늙어 있는 그들의 모습이 익숙치 않고 슬프기까지 했다. 하지만 계속 그들의 산책과 함께 하면서 다시 그들이 사랑스럽고 아름답게 느껴졌다. 9년이라... 아름다웠던 그들도 그럴진대 9년 전의 나와 지금의 나는 어떨지 생각해 보니 몸서리가 쳐진다. 9년 전이면 1995년... 나의 직장생활 2년차 때... 하긴 1~2년 전의 사진과 지금을 비교해 봐도 크게 차이가 난다. 그들은 젊음은 사라졌지만 아름다움은 남아 있었..

2004/brief comment 2004.11.04

오랜만의 여백...

영화를 기다리고 있다. 실질적으로는 엄연히 근무외 시간에 해당하지만 매일 야근을 생활화해온 요즈음이라 왠지 혼자 잘못하고 있는 듯한 당치 않은 죄책감을 살짝 느끼면서도 오늘의 지금 이 순간이 나로서는 그나마 일탈이자 탈출이자 작은 반항이다. 예매한 영화의 시작을 기다리고 있는 1시간... 스타벅스에 앉아 물끄러니 밖을 쳐다보고 있다. 할 일을 쌓아 둔 채로 Jesus Christ Superstar 연습실에 가서 Run Though를 2시간 동안 보았다. 그리고 원래 용산에 잡혀 있던 기업 미팅을 갔다가 생각 외로 너무 일찍 끝나서 용산 CGV에 처음으로 와 봤다. 용산 CGV가 있는 '스페이스 9'(서태지가 광고하던...). 스타벅스 창가에 앉아 바라본 이 곳은 마치 공룡 같다. 누군가 또 계획성 없이 ..

2004/monologue 2004.11.04

화양연화가 그립다...

'2046'과 '비포선셋'을 기대하고 있었던 이유는, 모두 전작에 대한 크나큰 잔상 때문이었다. '화양연화'는 한동안 정신을 못 차렸을 만큼 미칠 듯 좋아했던 영화 중의 하나였고, '비포선라이즈' 역시 굉장히 오랜동안 마음 속에 잔잔한 파문이 일던 영화였다. 1,2 숫자를 붙일 만큼의 속편은 아니지만 그 후일담을 담고 있다는 얘기에 원래 속편이라는 걸 싫어함에도 불구하고 전작의 영향이 너무 컸기에 개봉을 기다리고 있었다. 지난 토요일에 '2046'을 보았다. '2046'에서 '화양연화'을 기대한 것은 잘못이었다. 모든 게 달라져 있었다. 주인공도 변했다 (아니 또는 변하지 않았다) 작품을 지배하는 전반적인 속도 역시 정반대다. 이성의 지배 속에 위태위태하면서도 한발자욱도 나가지 못했던 화양연화의 그들과는..

2004/brief comment 2004.10.25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

며칠전 그루 아빠가 전화 와서는 "지금 학교에서 30% 도서 세일하는데, 다빈치 코드 살까?" 하길래 "좀 있으면 사진자료와 일러스트 포함된 특별판 나온대. 그때 그걸루 살래." 대답했다. 그날 저녁, 내게 책 한 권을 내민다. 파울로 코엘료의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 (코엘료 책은 늘 표지가 예쁘다...) "책 샀네. 제목 들어본 것 같다..." 그랬더니 코엘료 책을 잘 보는 것 같길래 샀고, (요새는 좀 뜸하긴 하지만) 까딱하면 확 죽어버리고 싶다는 소릴 잘 하길래 사 왔댄다. 봤더니, 책 하단의 장식띠에 이렇게 쓰여있다. - 난 지금 무얼 하고 있는가? 내가 살아가는 이유는? - 피식 웃었고, 그 다음날부터인가 3~4일에 걸쳐 지하철 안에서 읽었다. 우선, 글 몇 자락을 옮기면, "도대체 뭐가..

2004/brief comment 2004.10.20

I Love You...

Jesus Christ Superstar와 함께 올 하반기에 올려지는 작품 'I Love You' (원제 I Love You, You're Perfect, Now Change)의 Press Release용 사진들이 나왔다. 출연진은 남경주, 이정화, 정성화, 오나라. 현재 오프브로드웨이에서 9년째 최장기 롱런하고 있는 작품으로 작품성도 뛰어나고 뮤지컬 넘버도 훌륭하다. 올해초 라이선스 계약 전 작품검토 단계 때부터 참여해서인지 특별히 애정이 많이 가는 작품이다. 지금 3주째 배우 리허설 중인데 베테랑 배우들이라 연습 속도도 빠르고, 암튼 작품은 잘 나올 것 같다. 요즘 두 작품 마케팅을 한꺼번에 하다 보니 일은 많고 욕심만큼 몰두는 안 된다. 몸을 (물론 머리 포함해서) 두 개로 쪼개고 싶은 심정이다.

2004/monologue 2004.10.20

뮤지컬대상 시상식

'Superstar' Showcase도 있고 해서 어제 뮤지컬대상 시상식에 갔다 왔다. 내가 앉았던 자리가 수상 후보들 자리 근처라서 (토요일에 중계방송한대는데 혹시 TV에 나오지 않을까 걱정...) 조승우를 가까운 거리에서 볼 수 있었는데... 작년엔가 압구정동 어느 술집에서 박해일을 보았을 때와 비슷한 느낌... 참... 해맑다... 저렇게 해맑을 수 있구나...

2004/monologue 2004.10.20

소음인...

요새 몸이 계속 좋지 않다. 특별히 감기를 걸렸다거나 그런 건 아닌데 몸에 氣가 하나도 없는 느낌... 내 몸이 땅에 푸욱 꺼지는 듯한 느낌... 물론 계속 바쁘고 스트레스 많이 받아서 그런가보다도 싶다가 이전 회사에 비하면 약 절반 정도라고 할 수 있는데 이전엔 그렇게 바쁘고 스트레스 쌓여도 이렇지는 않았는데 아무래도 늙었나 보다 싶기도 하고... 그루 아빠가 2주 전부터 한의원 가자고 그러는 걸 바빠서 갈 시간 없다고 그리고 한의원 갈 정도는 아니라고 계속 뿌리치다가 나 자신이 생각해 봐도 요즘 몸이 정상이 아닌 것 같고 일단 내가 너무 힘들어서 오늘 오전에 집 근처 용하다는 한의원에 같이 갔다. 대부분의 병원의 기본이 문진이라 어디 아프냐고 물어보면 이러이러하게 대답해야지 하고 미리 생각하고 갔는데..

2004/monologue 2004.10.15

지난 주말, 그루와의 대화

토요일 저녁. (토요일임에도 불구하고 저녁에 퇴근) "그루야, 내일 엄마 회사 안 나가는 날이다!" "그럼, 내일 일요일이야?" "응, 그루야, 좋아?" "응!" (같이 놀다가 밤 11시 45분경) "그루야, 이제 밤이야, 너무 늦었어. 엄마, 이제 집에 갈 테니까 너도 얼른 코~ 자? 그래야 내일 또 신나게 놀지." "(고개를 푹 숙이고 눈물을 글썽이며) 엄마야, 쫌만 더 놀아 줘~" "(난데없는 반응에 놀라고, 그리고 마음이 짠~하여) 그래, 그럼 쫌만 더 놀아 줄게." (또 같이 놀다가 밤 12시경) "그루야, 이제 진짜 늦었어. 너 빨리 자야지. 엄마, 집에 갈게." "(자기 아지트로 삼고 있는 볼 텐트에 쑥 들어가더니 고개를 또 처박고 삐죽삐죽... 단단히 삐쳤다는 표현이다)" "그루야, 그럼 ..

2004/monologue 2004.10.11

아따맘마

주말에 그루랑 투니버스를 가끔 볼 때가 있는데 재미있는 만화 한 편을 발견했다. '아따맘마'라는 만화로, 아마 매일 방송하는 것 같은데 일요일날 일주일치를 몰아서 틀어준다. 우연히 시댁 식구들이 한 자리에 있다가 그 만화를 보았는데 모두들 홀딱 반했다. 아리, 동동, 그리고 아빠도 웃기지만 특히 아따맘마가 최고다. 이제는 아따맘마의 얼굴만 봐도 웃음이 나온다. 그루랑 보고 있으면 그루가 웃는 지점과 내가 웃는 지점이 거의 똑같다. 그루가 벌써 만화를 제대로 보고 있다. 추석 연휴 내내 그루랑 함께 있었더니 이전보다 그루가 더 자주 보고 싶다. 사람이라는 게... 함께 있었던 시간만큼 사랑한다. 그리고... 함께 있었던 시간만큼... 미워하기도 한다...

2004/monologue 2004.10.05

꽃피는 봄이 오면

이상하게도 어쩔 수 없이 '꽃피는 봄이 오면'을 보면서 '효자동 이발사'가 자꾸 생각났다. '꽃봄'과 '효자동 이발사'의 공통점 1. 청어람 작품. 그리고 김윤정양의 손길을 거친 작품이기도 하지... 2. 전반적인 기조에서 왠지 휴머니스틱한 성향이 느껴지는... 윤정아, 이러다가 청어람의 컬러가 되는 거 아니냐? 3. 별 세 개쯤의 무난한 작품. 두 작품 다 딱 그 만큼의... 4. 남자주인공 1인극. 두 작품 다 최민식, 그리고 송강호만이 돋보이는 그들만의 작품. 만약 그 사람들이 나오지 않았다면 정말 평작에 그쳤을 법한 그만큼 두 사람의 연기력에 크게 기댄 작품 5. 그래서 그 주인공 외의 주변 인물들 및 상황들이 제대로 살아있지 못했던 작품. 그래서 약간은 아쉬웠던, 별 네 개, 다섯 개를 선뜻 줄..

2004/brief comment 2004.09.30

Crazy For You

그냥 그저 평작 수준... 현재 우리나라 뮤지컬계에서 내로라하는 배우들이 총출동했건만 그냥 나름대로 자기 몫을 잘 해낸 정도... 할머니 나이라는 게 믿기지 않는 윤복희씨의 무대 등장이 반가웠던... 뮤지컬에 Jazz를 도입한 작품이건만 별로 Jazz스럽지 않았던... 제목을 처음 접했을 때에 문득 든 쓸데없는 생각. Crazy For You라... 너한테 미쳤다 (미칠 만큼 반했다, 사랑한다)이겠지만 너 때문에 미치겠다 (너 땜에 내가 미쳐, 못살아~) ...도 될 수 있겠다는... 내일부터 추석 연휴다. Happy 추석... 명절 때면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괜히 엄마아빠가 보고 싶다. 이번에도 그럴려나...

2004/brief comment 2004.09.24

사막을 알고... 길을 잃다...

알고 보니... 그녀는 모랫바람 서걱이는 사막에 혼자 있었다. 아무도 일러주지 않아 그녀가 있는 곳이 사막이라는 것을 다만 알지 못하고 있었을 따름이었다. 그녀가 사랑을 하는지 그녀가 사랑받고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 그제서야 알게 되었다. 그녀는 사막에 홀로 있었다 그 곳에서는 '사랑'이라는 단어가 이미 낯선 이방인이었다. 혹은 웬만한 휘몰이 바람으로도 찾을 수 없는 모래 속 깊이 파묻혀 있었다. 그리고 당연한 믿음 또는 당위성마저 부정되고 의심되었다. 사막을 알게 되자 길을 잃었다...

2004/monologue 2004.09.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