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 71

2005년의 끝자락에서...

2006년의 일을 하고 있다 보니 지금이 2006년 같고 그래서인지 며칠 후면 새해라는데 특별한 변화의 감흥이 없다. 단지, 몇 주 전부터 그런 생각은 가끔 들었다. 내년이면 내 나이 서른여섯이구나... 서른 여섯이라는 숫자에 갑자기 아득해진다. 이런 적이 별로 없었는데... 보통 스물 아홉에서 서른으로 넘어갈 때에 사람들은 많이 당황해 하지만 나는 그 순간에도 미동조차 없었다. 미혼으로 맞는 서른이 아닌, 결혼한 이후에 서른을 맞아서였을까... 서른이 되고 서른 하나, 서른 둘, 서른 셋…이 되어도 아무렇지 않았던 내가 서른 여섯이라는 숫자에 화들짝 민감해진 이유는... 수치상으로 반올림되는 숫자여서인지 갑자기 눈 앞에 40이라는 낯선 숫자가 보여서이다. 이제 40대에 가까워진 것 같고 그렇게 생각하다..

2005/monologue 2005.12.30

크리스마스 이브

결혼한 이후로, 아니 정확히 말하면 엄마가 된 이후로 크리스마스는 그야말로 가족과 함께~이다. 언제까지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아이에게 산타할아버지의 환상을 깨뜨리지 않기 위해 산타가 되어 아이의 선물을 준비하고 포장하고 그리고 크리스마스 이브엔 집에 일찍 들어와서 가족들과 케잌의 촛불을 불고 아이가 잠든 걸 확인하고 머리맡에 선물을 놓아두고... 이렇게 크리스마스 일정이 바뀐 이후로는 걸어다니기 힘들 만큼 분주하고 들떠있다는 거리 풍경이 전혀 남의 나라 얘기다. 솔직히 그걸 느끼지 못해 억울하다는 생각도 별로 안 든다. 북적북적하는 걸 원래 좋아하지 않아서... 이번 크리스마스 이브...

2005/photo essay 2005.12.26

공연 준비 중...1

아니, 정확히 말하면 I LOVE YOU는 지난주 토요일에 개막을 했다. 작년 11월말부터 올해 6월까지의 서울공연 결과, 중소형 뮤지컬임에도 불구하고 대작들을 물리치고 2005년 상반기 공연 부문 예매순위 1위를 기록했다. 그리고 몇 주전에 거행된 2005 한국뮤지컬대상 시상식에서 역시 대작들을 물리치고 가장 알짜 부문이라 할 수 있는 '베스트 외국뮤지컬상'과 '연출상'을 수상했다. (네 명의 배우 모두 주연상 등에 노미네이트되었으나 아깝게 수상하지는 못했다. 두 개의 상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억울해서 시상식 끝나고 술마셨다...) 다시 I LOVE YOU가 2차 공연의 대장정의 길에 올랐다. 여전히 많은 관객들이 사랑해 주고 있고...

2005/monologue 2005.11.01

그루, 난생 처음으로 상을 받다...

10월초에 사립 어린이집들 연합으로 과학체험 및 미술대회를 했는데, 이전 직장 동료 결혼식이 있어서 나는 오전에 과학체험 시간에만 같이 있고 오후에 열린 미술대회에는 그루 아빠랑만 있었다. 결혼식 갔다와서 그루 아빠한테 "그루, 그림 잘 그렸어?" 물었더니 "...... 다른 애들 그림이랑 틀려... 그루 혼자 추상화 그렸어..." 하길래 그 이후로 까마득히 잊고 있었다. 그런데 하루는 갑자기 그루 어린이집 선생님한테서 전화가 왔다. 그루가 그린 그림이 '은상'에 뽑혔다고... 그루의 수상 소식은 온 집안의 경사가 되었다... 지난주 수상작 전시회가 열렸는데 하필 공연 오픈일과 겹쳐서 나는 또 참석하지 못했다. 다녀온 그루 아빠와 시어머니의 말에 의하면, 전시회 설명요원이 그루 그림이 뽑히게 된 경위를 ..

2005/photo essay 2005.11.01

그루, 방 생기다...

그동안 시댁의 안방을 제 방처럼 써 왔던 그루가 드디어 자기만의 방이 생기다... 시외할머님이 시댁 2F으로 이사오시면서 시누이 언니가 같이 2F으로 내려가 시누이 언니방이 그루 방으로 새단장되었다. 그루... 무지 좋아한다. 그루... 자기 방 서재(?) 앞에서... 자기 방이 생기고 한글공부를 시작하게 되면서 책상과 의자를 사 주었더니 무지 좋아한다. 책상 앞에 앉아 자석퍼즐을 하고 있는 그루... 아빠와 함께 한글 공부를 하고 있는 그루...

2005/photo essay 2005.10.27

그루, 한글공부 시작하다...

2주전쯤엔가... 어린이집을 씩씩하게 잘 다니던 그루가 하루는 갑자기 안 들어가겠다고 어린이집 앞에서 울어댔댄다. 데려갔던 시어머님이 어린이집 선생님과 얘기를 나눈 결과, 요즘 그루가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다고 하더랜다. 그림그리기 시간에 다른 애들은 모양 틀 안에 잘 색칠하고 하는데 그루는 그걸 잘 못 해서 대강 칠하고 다른 애들 방해하고 해서 아마 선생님한테 소리도 좀 듣고 했나 보다. 그리고 한글을 조금씩 공부하기 시작하나 본데 다른 애들은 다 잘 하는데 그루 혼자 잘 따라오질 못했댄다. 그러면서 선생님이 시어머님한테 하는 소리가 그루가 다른 애들보다 학습능력이 떨어진다고 했대나? 그 말을 들은 시어머님이 단단히 화가 나셨다. 또 그 말을 전해 들은 우리 식구들도 다 열이 받았다. 아니, 쟤가 얼마..

2005/monologue 2005.10.15

Timeless Love Story, AIDA

브로드웨이 뮤지컬의 한 축을 형성하고 있는 디즈니 뮤지컬... 미녀와 야수, 라이언킹에 이어 또다시 성공을 거둔 '아이다'는 디즈니 특유의 가족뮤지컬이 아닌 성인 뮤지컬이다. 미녀와 야수 한국 공연, 라이언킹 일본 공연, 아이다 한국 공연 이렇게 세 작품을 다 보게 된 나로서 개인적인 평점을 굳이 매기자면 라이언킹 95 - 아이다 92 - 미녀와 야수 85 정도... AIDA는 일본에서 본 라이언킹에서 감탄했던 디즈니 뮤지컬의 진수를 또다시 느낄 수 있는 작품이었다. 단순한 스펙터클이 아닌,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무대 디자인, 그리고 애니메이션을 통한 최강자다운 컬러 조합 및 운영에 놀라게 되는 조명 디자인. 또한 라이언킹에 이어 다시 한번 최고의 콤비를 보여준 엘튼 존과 팀 라이스의 훌륭한 뮤지..

2005/brief comment 2005.09.29

서로 연관성 없는.. 최근... 몇 가지...

1. 어제 한겨레신문에 정운영씨가 세상을 떠났다는 기사가 나왔다. 갑작스러워서 깜짝 놀랐다. 꽤 좋아했던 사람인데... 정운영씨가 오랫동안 한겨레에 쓰던 경제전망대도 참 좋아했었는데... 시장주의자로 변했다는 비판도 있긴 하지만 그래도 한참 때에 정치경제학 분야에서 중요한 위치의 영향력을 발휘했었는데... 괜히 마음이 짜안하다... 2. 며칠 전 TV 채널을 돌리다가 EBS 시네마천국인가 하는 프로그램에서 화양연화 장면이 나오길래 잠깐 시선을 고정해 보고 있었다. 화양연화... 인상깊게 보았던 영화였었다. 그런데 MC 두 사람이 불륜, 외도의 각 영화마다의 다른 의미 등을 거론하면서 남자 MC (아마 기자 출신의 평론가인 것으로 알고 있다)가 뜬금없이 하는 말이 "불륜 또는 외도... 참... 교통사고 ..

2005/monologue 2005.09.27

오랜만의 소풍

어제 일요일 그루랑 그루 아빠랑 오랜만에 소풍을 갔다. 5월말 이후로 주말마다 격주로는 광주 아빠한테 다녀 오고 또 그루도 계속 감기 앓고 우리도 이리저리 바쁘고 해서 셋이 오붓하게 바람쐬러 나간 건 실로 오랜만이었다. 선유도 공원을 갈까 하다가 그루가 엄마아빠 학교 놀러가자고 해서 그냥 학교 가서 한바퀴 돌고 청송대 갔다가 학교 뒷산 약수터 갔다가 동문 근처 어린이서점 카페 갔다가 저녁먹고 돌아왔다. 오랜만에 그루랑 노니 기분이 좋았다. 아래 사진은 학교 안 잔디밭에서... 학교 동문 쪽에 있는 초방서림... 갤러리 카페이면서 어린이 전문 도서관 겸 서점인데 여러 좋은 책들을 많이 읽을 수 있어 우리가 애용하는 곳이다.

2005/photo essay 2005.09.26

Next Project – PIPPIN

세 작품을 거의 동시에 준비 중인데, 두 작품은 올해 하반기, 한 작품은 내년 1월 공연될 작품이다. 올해 하반기에 올려질 첫 번째 공연은 작년 11월말부터 시작하여 올해 6월까지 성공리에 서울 공연을 마치고 (실제로 인터파크 예매처에서 대작들을 물리치고 상반기 예매 순위 1위 기록!) 현재 지방 순회를 하고 있는 'I LOVE YOU'. 1차 공연과 구분하기 위해 Season 2로 해서 10월말부터 장기 공연에 들어간다. 그리고 두 번째 공연은 PIPPIN. 브로드웨이 전설적 안무가인 Bob Fosse의 작품인데 작품을 알면 알수록 너무 심오해서 준비하는 데에 많은 애를 먹었던 작품이다. 9월초부터 앙상블들은 먼저 안무연습에 들어갔고 엊그제부터 전체 배우 리허설이 시작되었다. 다음주에 티켓 오픈을 하고..

2005/monologue 2005.09.24

감기 中

독한 기침감기... 처음에 그루가 앓기 시작하여 그루와 겹쳐서 시어머님이 앓고 그 다음은 시누이 언니, 그리고 그루 아빠, 그리고 시아버님, 마지막 타자로 어김없이 나까지 찾아왔다. 체질이 건강하기보다는 거의 정신력으로 버티는 체질이라 큰 껀수가 하나 끝나면 끝나자마자 몰아서 아프곤 했었다. 이번에도 역시 Phantom 쫑파티 다음날부터 아프기 시작했다. 식구들의 평균 앓은 기간이 2주... 나도 이제 2주째에 접어들고 있다. 이번 기침감기는 정말 얼마나 심한지 가슴까지 통증이 심하고 기침 몇 번 하고나면 머리가 어지럽고 온몸에 기운이 다 빠진다. 2주 넘게 하루 세번씩 그 많은 약들을 털어넣다보니 몸이 그 약기운을 이기지 못하는지 얼굴은 뾰루지에, 입술은 물집까지 정말 온몸으로 앓고 있다. 이놈의 감기..

2005/monologue 2005.09.12

끝이 났다......

어제로서 팬텀 공연이 끝이 났다. 마지막 공연을 보면서 1막 서곡에 샹들리에가 올라가는 장면에서 갑자기 이런저런 생각이 나면서 눈물이 날 뻔 했고, 마지막 엔딩씬 그리고 이어지는 커튼콜에서 눈물이 났다. 애써 눈물을 참고 있었는데 로비에서 울고 있는 팬카페 회원들을 보니 눈물이 쏟아졌다. 아쉬움과 허전함을 달래며 우리 팀원들, CJ 직원들, 그리고 막공을 함께 한 한겨레 기자와 함께 새벽 3시반까지 술을 마셨다. 어제는 일부러 자막을 하나도 보지 않고 배우들만을 바라보았다. 혼신의 힘을 다해 열연을 하였고 커튼콜을 채 시작하기도 전에 2천명의 관객들 전원이 기립박수를 시작하였다. 내가 이 공연을 몇 번 보았던가... 초반에 계속 공연장에 나와 있고 하느라 열 번 가까이는 본 것 같다. 많이 보아서인지 브..

2005/monologue 2005.09.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