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brief comment 28

MET opera on screen_ Aida

서서히 오페라에 대한 귀가 뚫리기 시작해서인지 아니면 정말 이 작품이 명성높은 걸작이어서인지 이전에 본 작품들은 솔직히 몇몇 아리아만 인상적이었던 데 비해 이 '아이다'는 작품 전체의 음악이 너무 좋았다. 오페라 하면 떠올리게 되는 스펙터클한 무대도 만족스러웠는데 인터미션 중에 중계해 주는 막 전환 모습 또한 진짜 놀라웠다. 그러한 시스템 덕분에 한 작품의 장기 공연이 아닌 매일같이 여러 작품을 계속해서 순환하며 공연하는 게 가능한 듯... 뮤지컬에서는 암네리스 공주가 아이다 못지 않게 관객들의 공감을 사는 매력적인 인물로 등장하는데 오페라의 캐릭터가 원래 그런 건지 가수의 해석인지 모르겠으나 너무 탐욕적으로만 그려져서 좀 아쉬운... 그리고 보통의 메인 인물들이 아니라 두 여주인공 모두 공주인데 공주로..

2009/brief comment 2009.12.24

白夜行

원작소설이나 일본드라마를 본 평론가 및 관객들은 대부분 혹평인 듯한데 둘 다 접하지 않고 이 컨텐츠를 처음 본 나로서는 괜찮은 영화였던... 원작을 따로 지닌 작품의 어쩔 수 없는 족쇄다. 나 역시 원작의 감동이 진하면 그걸 깨지 않기 위해서라도 2차, 3차 상품은 절대 안 접한다. 원작을 보지 않은 이에게 추천하고 싶지만 이제 거의 다 스크린에서 사라졌다... 나도 아마 서울에서의 마지막 상영일 관객이었던 듯... 의외로 비운일세......

2009/brief comment 2009.12.17

The Actresses

세간의 표현 중 내가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게 연예인을 공인이라 일컫는 것이고 내가 많이 싫어하는 게 정치인이나 기업인을 사회지도층이라 일컫는 것이다... 연예인은 公人이 아니다. 그 사람들이 하는 일이 공적인 일인가? 단지 많은 사람들이 유무료로 접하게 되는 여러 매개체에 많이 등장하는 연유로 굳이 따지자면 스타성 여부에 따라 크고작은 사회적인 영향력을 지닌 사람 정도?... 연예인에게 공인이라는 적합치 않은 잣대를 무리하게 들이대는 것에 대해 별로 탐탁치 않긴 하다. 특히 문화예술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그래도 남들이 갖지 않은 비범한 기질이 있는 사람들인데 거기에 필요한 중요한 것 중의 하나가 자유로움이다. 자유로움이 없는 곳에서 상상력이 맘껏 펼쳐질 수 없고 문화예술도 풍요로워질 수 없다. 법에 아주..

2009/brief comment 2009.12.16

MET opera on screen_ Tosca

'토스카' 이번 프로덕션에 대해 사전에 들은 소문_ 2009-2010 이번 시즌 오프닝작이었는데 25년간 MET에서 한번도 바꾸지 않았던 토스카 프로덕션을 처음으로 새로운 연출과 크리에이터 하에 선보인 그야말로 New Production! 그러나... 개막날 커튼콜 때에 배우들에게 박수를 보내던 관객들이 마지막으로 크리에이티브팀이 나오자 야유를 보냈다던... (뉴요커들도 대단하다... 우리나라 같으면 그냥 박수 적게 치고 말았을 텐데 이렇게 면전에서 대놓고 야유를 보낼 수 있다니... 솔직한 건가, 아니면 그만큼 MET와 오페라에 대한 애정이 많아서인가...) 그리고 언론으로부터 제대로 바꿀 자신이 없다면 손대지 말라는 혹평을 받았던... 그래서, 솔직히 약간의 우려를 안고 보았던 MET 이번 시즌 개막..

2009/brief comment 2009.11.19

Recently read books

Standing Room Only_ 사실 이 책을 산 게 매우 오래 전인데 원서이다 보니 읽는 속도가 매우 더뎠다... 몇 년 후 마침 한국에서 '전석 매진'이라는 타이틀로 번역서가 나온 걸 알게 되어 같은 책이지만 한글이니 빨리 읽히겠지 하는 생각에 또 샀다. 근데 워낙 두껍다 보니 (900 page...) 그리고 회사에 두고 틈나는 대로 읽다 보니 읽을 여유가 잘 안 생겼던 까닭에 이 역시 진전이 느렸다... 최근에야 드디어 다 읽었다! 이 책은 필립 코틀러가 공연예술 마케팅에 대해 쓴 건데 미국과 우리 나라의 서로 다른 공연 시장이나 문화 등을 감안해도 여러 모로 도움될 만한 것들이 꽤 있는 책이었다. 노트를 하면서 보긴 했는데, 너무 오랜 기간에 걸쳐 읽다 보니 이미 읽었던 앞부분이 또다시 새로운..

2009/brief comment 2009.11.09

파주

이 영화...분명히 개봉한 지 1주일 정도밖에 지나지 않은 걸로 알고 있는데 예매하려 보니 상영관이 벌써 몇 없다... 이렇게... 또 하나의, 대중으로부터 버림받는 좋은 영화의 슬픈 운명이... 형부·처제의 사랑이라는 자극적 메시지가 영화의 본질이 아닌 마케팅적 전략임을 언뜻 알고는 있었고 '질투는 나의 힘' 감독의 작품이라는 백그라운드에 솔깃하고 괜찮은 영화일 것이라는 이런저런 기대 때문에 찾아본 영화였는데... 영화를 보면서 얼추 생각했던 예상이 빗나가면서 약간 당황스럽기도 했다. 좋은 영화일 거라는 기대가 깨졌다는 뜻이 아니라, 일부러 영화 보기 전에 사전 정보를 차단하는 지라 그러한 전개가 펼쳐지는 내용의 영화일 거라는 건 전혀 생각을 못했다는 거지... 왜 흥행에 실패하고 있는지 이해가 됐고 ..

2009/brief comment 2009.11.09

MET opera on screen_ Madama Butterfly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의 새로운 총감독 피터 겔브가 오페라의 대중화를 꾀하며 3년 전부터 오페라 스크린 상영을 병행하고 있는데 그 첫 시즌 첫 번째 작품이 바로 '잉글리쉬 페이션트'의 영화감독 안소니 밍겔라가 연출한 '마담 버터플라이'였다. 예전에 호암아트홀에서 MET 오페라 작품인 줄리 테이머 연출의 '마술피리'를 상영하기도 했었는데 깜빡 시기를 놓치는 바람에 보지 못해 아쉬웠었다. 지난날 9월부터 내년 7월까지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MET 오페라 2009-2010 신작들을 매달 한 작품씩 특별상영한다는 것도 얼마 전에 우연히 기사를 보다가 알게 되어 아쉽게도 지난달 작품인 '라보엠'은 놓치고 말았다... 이번 10월의 작품은 2006년 센세이션을 일으켜 올해 앙코르 공연된 바로 그 '마담 버터플라이'..

2009/brief comment 2009.10.23

세계의 끝 여자친구

우리는 어리석다는 이유만으로도 당장 죽을 수 있었다. 그 사실만으로도 우리는 이 삶에 감사해야만 한다. 그건 전적으로 우리가 사랑했던 나날들이 이 세상 어딘가에서 이해되기만을 기다리며 어리석은 우리들을 견디고 오랜 세월을 버티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무엇도 영원한 것이 없는, 스쳐 지나가는 것들로 가득한, 좌충우돌의 도시. (정말 Lonely Planet에 서울이 이렇게 묘사되어 있나?...) 김연수의 '세계의 끝 여자친구'_ 최근 몇 년간 발표된 중단편을 묶은 소설집인데 음... 독특한 매력을 지닌 소설가를 만난 느낌이다. 그의 소설들은 공통점이 있다. 모든 소설이 뭔가 한 뭉텅이 얘기를 남겨놓은 채 끝이 난다. 그래서 결국 그들이 어떻게 되었을지 그 이어질 스토리가 궁금해지면서도 그러나 매력적인 끝마무..

2009/brief comment 2009.10.14

Spring Awakening

바빴던 이유로 개막한 지 세 달이 지나서야 본 것일뿐 사실 오랫동안 기대하고 기다렸던 작품이었다. 3년전 오프브로드웨이에 올랐을 때부터 엄청난 작품이 탄생했음을 알리는, 'Rent' 이후 10년만에 다시 한번 브로드웨이를 뒤집은 이슈작이 등장했음을 알리는 수많은 소문과 이야기들을 익히 들어왔었고, 아마존에서 OST를 구입해 들은 순간 '앗!' 싶었고 그동안 이 음반을 얼마나 반복해서 많이 들었는지 모른다. (사실 웨버처럼 딱 꽂히는 대중성과 음악성이 높은 특수 케이스가 아니고서는 공연을 보기 전 OST 음반만으로 뮤지컬 넘버에 중독되기는 싶지 않다...) 일부러는 아니고 어쩔 수 없는 이유에서였지만 개막 이후 한참만에 이 공연을 본 건 결과적으로 보면 잘 한 일이지 싶기도 하다. 나 역시 워낙 기대가 컸..

2009/brief comment 2009.10.01

The Phantom of the Opera_ Grand Open!!!

The Legend Returns!!! 지난주 드디어 Grand Opening! 계속 너무 정신없이 바빴다가 이제 좀 숨돌릴 틈이 생겼다... 공연은 성공적으로 잘 개막되었다. 프리뷰부터 매공연 어김없이 관객들의 기립박수가 이어지고 있다. 2005년 공연의 주역 'Brad Little'이 두 번이나 공연장을 찾아 더블캐스팅 배우 모두의 공연을 보고 찬사를 보내 주었다. 2주전 'Jekyll & Hide'를 보면서 어김없는 그의 뛰어난 실력에 기립박수를 보내면서도 Brad 그는 역시 Phantom을 할 때에 가장 빛이 난다는 걸 다시 한번 느꼈었는데, 각 캐스트별 두 번의 공연 관람 그리고 Opening eve reception과 Opening party에까지 이 작품에 대한 그의 애정을 다시 한번 아낌없..

2009/brief comment 2009.09.28

RENT

13년만에 막을 내리고 월드 투어에 나선 'RENT' 브로드웨이팀 내한 공연_ 그것도 RENT의 초연 멤버이자 브로드웨이 유명 배우 아담 파스칼이 출연한다는 소식은 수개월전 티켓오픈일을 기다려 개막공연의 티켓예매를 하게 만들었다. (솔직히 내겐 흔치 않은 행동이다...) 뮤지컬 'RENT'에 대한 나의 첫 만남은 그다지 인상적이진 않았다. 수년전 보았던 그 공연은 RENT에 어울리도록 젊은 배우들이 캐스팅되었었는데 지금은 뮤지컬계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김수용, 정선아 등의 거의 데뷔무대였다. 이 작품의 주요 캐릭터들을 젊지만 신인이었던 그 배우들은 거의 제대로 살리지 못했고 그래서 '이 작품 음악 괜찮네...' 정도의 느낌이 나에게 작은 성과였을 뿐이었다. 그러던 중 2년전 브로드웨이 초연멤버들이..

2009/brief comment 2009.09.10

Queen Rock Montreal

사무실 내 책상 바로 뒤의 책장에 뮤지컬 OST 앨범이 약 50장 정도 꽂혀 있다. 이쪽 분야 일을 하면서부터는 거의 뮤지컬 OST를 play해 놓고 일을 하는 경우가 많아 옛날에 비해 최근 Pop이나 가요에 더욱 둔감해진 면도 있다. 그 50여개의 OST 앨범 중 잘 안 듣게 되는 앨범이 'Mamma-mia'와 'We'll Rock You'이다. 아무래도 ABBA와 Queen의 오리지널 노랫소리에 익숙해져 있어 브로드웨이, 웨스트 엔드 최고의 배우들이 녹음한 앨범임에도 불구하고 왠지 그 맛이 잘 살지 않아 이 두 앨범의 경우는 잘 안 듣게 된다. We'll Rock You 뮤지컬을 보며 프레디 머큐리의 음성을 더욱 그리워하게 만들었던... 바로 그 Queen의 콘서트 실황이 씨네 버전으로 상영되고 있다..

2009/brief comment 2009.09.01

Romeo&Juliette - Don Juan

수년전 프랑스 뮤지컬들이 들어오면서 이제는 라이선스(한국어/한국배우 공연) 제작이 하나둘씩 이루어지고 있다. 최근 본 2개의 작품 '로미오앤줄리엣'과 '돈주앙'에서 느낀 건... 오리지널리티와 한국어가 결합되면 아무래도 솔직히 실력이 더 월등한 해외배우와 원어에서 주는 감동은 기대할 수 없겠지만 객석과의 호흡은 훨씬 뛰어나야 맞는 건데 그런 면에서는 아쉬움이 많은... 둘 다 괜찮은 캐스팅으로 구성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게다가 두 작품 다 익히 알려진 스토리인데도 한국 배우가 한국어로 전하는 캐릭터가 왜 객석에 잘 안 와닿는지... '로미오앤줄리엣'은 지난 해외공연 때 사실 명성만큼의 큰 감흥이 없긴 했었다. 이번 공연은 그때와 다름없는 오리지널 무대와 의상에 비교적 뮤지컬넘버 번안도 매끄럽게 된 편이었..

2009/brief comment 2009.07.30

킹콩을 들다...

'내생애 최고의 순간'보다 약간 더 거칠고 신파도 많이 가미되어 있지만 쏠쏠한 재미와 감동이 있는 영화... 칠판에 적힌 '소녀'라는 문구가 이처럼 사랑스럽고 믿음직하게 여겨지기는 촛불시위 이후 오랜만인 듯... '소년'과 달리, 이상하게 객체화되어 왜곡된 뉘앙스가 만연한 이 단어의 제자리를 찾아준... 장미란 선수에 물론 감동했지만 역도경기를 보면 왜 저런 경기가 생겨났을까 하는 생각도 사실 들었었다. 그들이 역기를 치켜올릴 때에 자기 자신을 드는 듯한 그리고 세상을 드는 듯한 그런 기분일까......

2009/brief comment 2009.07.22

3 Directors...

해외에서 그래도 알아주는 한국 영화감독들... 그래서 자기만의 색깔을 고집할 만한 백그라운드를 갖춘 이들... 열광을 지겨움으로 만들었던 그의 역시 끊임없는 반복 재생산이 왠지 모르게 편안해진 그래서 한편으로 씁쓸하기도 했던, 홍상수의 '잘 알지도 못하면서'... 여러 모로 참 괜찮은 감독 같으면서도 이제 그가 너무 현학적으로 가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던, 박찬욱의 '박쥐'... 아직까지는 자신의 생각과 대중의 접점을 잘 놓치지 않고 나아가는 듯한, (너무 늦게 봐서 적지않은 스포일러에 노출되었음이 아쉬웠던) 봉준호의 '마더'...

2009/brief comment 2009.07.06

The Gift of the Gorgon

작년 연극계에서 가장 큰 반향을 일으키며 호평을 받았던 작품 '고곤의 선물'_ '고곤'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괴물(고르곤)로, 자신을 보는 그 누구라도 모두 돌로 변하게 만들어 버리는 바로 그 메두사이다. 이 작품은 여러 모티브들이 내포되어 있는 쉽지 않은 작품이다. 페르세우스와 아데나, 아가멤논과 클라이템네스트라, 우상파괴운동, 청교도혁명과 크롬웰, 북아일랜드 테러사건 등 신화와 세계사 속에서 읽혀지는 '용서와 복수' 그리고 연극의 위축에 대한, 연극의 진정한 의미에 대한 극작가의 외침 등이 얽혀 있다. 이 작품에서 '고곤'은 창조력을 마비시키는 존재를 의미하기도 하고 테러리즘과 평화주의를 의미하기도 한다. 전체적으로는 신화 속의 페르세우스(극작가)가 아데나(아내)의 도움을 받아 고곤의 목을 치나 결..

2009/brief comment 2009.06.17

Marat, Sade

수년전 정치성이 배어있는 사실주의 연극을 한 편 본 적이 있었다. 예전 같으면 딱 내 취향의 그런 공연이었는데 왠지 큰 감흥이 와 닿지 않았다. 그때 잠시 당황하며 이런저런 생각을 했었던 것 같다. 시대가 나아져서 그런 건가? 물론 독재가 끝나고 소정의 민주주의를 얻긴 했으나 이게 전부인 건 아닌데... 예전의 그 억압 가득하던 시절이 아니라고 해서 이처럼 작은 것에 만족하며 안주하는 건가 아니면 상업성을 어쩔 수 없이 쫓는 일을 하다 보니 나 자신까지 이렇게 변해 버린 건가 씁쓸한 마음으로 나를 돌아보기도 했던 것 같다... 연극 '마라, 사드'를 보면서 공연이 끝난 후 관객들의 묵직한 무게의 박수소리를 들으면서 이러한 정치적 연극이 커다란 공감을 다시금 불러일으키는 그런 비극적인 시대가 다시 돌아오고..

2009/brief comment 2009.06.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