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하게도 어쩔 수 없이
'꽃피는 봄이 오면'을 보면서
'효자동 이발사'가 자꾸 생각났다.
'꽃봄'과 '효자동 이발사'의 공통점
1. 청어람 작품.
그리고 김윤정양의 손길을 거친
작품이기도 하지...
2. 전반적인 기조에서 왠지
휴머니스틱한 성향이 느껴지는...
윤정아,
이러다가 청어람의 컬러가
되는 거 아니냐?
3. 별 세 개쯤의 무난한 작품.
두 작품 다 딱 그 만큼의...
4. 남자주인공 1인극.
두 작품 다 최민식,
그리고 송강호만이 돋보이는
그들만의 작품.
만약 그 사람들이 나오지 않았다면
정말 평작에 그쳤을 법한
그만큼 두 사람의 연기력에 크게 기댄 작품
5. 그래서 그 주인공 외의 주변 인물들 및 상황들이
제대로 살아있지 못했던 작품.
그래서 약간은 아쉬웠던,
별 네 개, 다섯 개를 선뜻 줄 수 없었던 작품.
효자동 이발사에서의 아내, 동네 사람들이 그랬고,
꽃봄에서의 아이들, 탄광촌 사람들이 그랬다.
꿈, 희망, 사랑을 잃은 한 남자가 탄광촌 마을에 왔고
그 곳에서의 생활이 그를 바꾸어 놓았다.
잃어 버렸던 것들을 다시 찾게 되었고
아니 다시 찾았다기보다는 다시 찾기 위한 힘을 얻었다.
그런데 그 과정이 왠지 미흡하다 이거지...
관악부 아이들, 아이들의 가족들, 약국집 여자
이들이 중요한 그 모티브들임에도 불구하고
이들을 제대로 살려내지 못함으로써
그만큼 울림이 약했고 공감대, 설득력도 부족했다.
(추석연휴 기간 중 TV에서 '선생 김봉두'를 보았는데
그러한 면에서는 '선생 김봉두'가 더 나은 것 같았다.
시골마을의 아이들 그리고 동네 사람들이
적어도 그들은 '살아' 있었고 사랑스러웠으니까...
물론 전체적으로는 '꽃봄'이 훨씬 나은 작품이구...)
물론,
봄은 아스라이 온다.
천둥 번개치듯 쿵쿵 내리치는 건 아니다.
하지만 표면적으로 아스라이 오는 것일 뿐
겨울을 떨치고 봄이 만발하기 위해서는
늘 그렇듯 나름대로
치열한 전투와 부단한 발버둥이 숨어 있다.
'꽃피는 봄이 오면'의
그 남자의 봄은 아스라이 찾아왔다.
요란스럽게 오지 않고 아스라이 잘 찾아온 것에 대해
별 세 개다.
그러나 그 속에 숨어 있어야 할
굳이 강조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묻어나와야 할
그것이 잘 느껴지지 않는다.
그래서 봄이 왔건만 내게는 기적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또 하나의 아쉬운 점은,
전반적으로 스토리가 너무 퍼져 보였다.
영화가 아닌, 드라마를 보고 있는 듯하기도 했다.
신인 감독의 욕심 및 스킬 때문이리라.
하지만 과감하게 좀 컴팩트하게 만들었다면
영화에 좀더 긴장감이 부여되지 않았을까 싶다.
쓰고 보니 별로 안 좋은 얘기만 한 것 같은데
좋은 영화였음에는 분명하다.
작품성, 배우, 연기력, 미장센, 음악 등등...
하지만 뭐... 좋은 영화가 많은 관객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귀신이 산다'가 추석개봉작 중 선두를 달릴 줄 예상했다.
사람들이 가볍게 즐길 만한 딱 그런 영화이니...
참... 문제다.
그래도 좋은 작품과 흥행 작품 둘 중 어떤 거 만들래? 하면
난 아직도 '좋은' 작품이다.
(그러니까... 문제지...)
윤정아, 그래도 걱정마라.
잘 될 터이다.
어제부터 갑자기 추워졌다.
벌써 가을을 건너뛰고 겨울이 오려나...
10월초에 난데없이 오들오들 떨고 있으려니
봄이 그립다.
내게도 봄이 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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