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monologue 12

헌 해의 마지막에 서서...

매번 지난해를 돌아보고 새해 다짐을 하는 것도 쑥스러운 일이 되어버렸다. 送舊迎新이라... 요즘의 사람들은 송구영신을 특별히 세밑이 아니라도 늘 생활화하면서 살고 있다. 상품도 정보도 지식도 그걸 안 순간 이미 낡은 것이 되어 버린다. 끊임없이 과거를 버리고 현재를 지겨워하고 미래의 새로운 것을 갈망하며 살고 있다. 송년회라는 핑계 하에 술을 들이붓지 않아도 어차피 송구영신을 숨쉬며 살고 있는 것이다. 누군가는 그랬다. 제야의 종소리를 끝으로 한 해를 마감하고자 하는 건 근대 이후라는 역사상 특정시기를 사는 인간들의 의지라고. 다행히 올해가 지난해과 같지 않았음을 감사히 여긴다. 늘 미적거리던 일을 용기를 내어 10년만에 저질렀다. 덕분에 늘 똑같은 한 해만은 아니었다. 그것 하나만으로도 감사할 일이다...

2003/monologue 2004.01.01

처음으로 산타 되기...

이번 크리스마스, 처음으로 산타가 되었다. 물론 모른 척 그냥 넘어갈 수도 있었지만 그루 아빠가 그루한테 해 주고 싶어해서... 크리스마스 이브... (나중에 들어보니) 처음으로 산타가 되는 기분은 그야말로 째졌단다. 선물을 고르면서 아들의 깜짝 놀라워할 모습을 떠올리며 즐거웠을 거다. 내가 사 들고 간 산딸기무스케잌을 함께 먹으면서 계속 그루에게 산타의 선물을 기대하도록 바람을 잡았다. 그루가 잠이 들면 머리맡에 선물을 올려 놓고 가려고 그루가 잠들기를 기다렸건만 12시가 넘도록 안 자고 놀아서 그냥 포기하고 임무를 식구들에게 맡기고 집으로 돌아갔다. 크리스마스... (직접 목격하지는 못하고, 식구들에게 들어본 바로는) 그루가 아침에 일어나서 머리맡에 있는 선물꾸러미를 보고는 무지 흥분했단다. 게다가 ..

2003/monologue 2004.01.01

새로운 재미...

블로그를 만든 지 3~4일밖에 안 됐는데 의외로 빠르게 재미가 붙고 있다. 물론 회사 일이 요즘 한가해서 가능한 일이기도 하지만... 홈페이지보다 블로그가 내 적성에 더 맞기도 하다. 홈페이지라 함은 이것저것 신경써서 예쁘게 꾸며야 하는 데에 대한 부담도 적지 않고 게다가 제대로 꾸밀려면 사이트의 수익모델 덫에 걸려 아바타니 방 꾸미기니 배경음악 설정 등에 은근슬쩍 주머니를 털려야 하는 것이 못마땅하다. 그에 비해 블로그는 꾸밀 필요 없이 Simple하고 이를 구성, 운영하기 위한 특별한 프로그램이 필요한 게 아니어서 기계치인데다가 쓸데없다고 생각되는 것에 대해 신경쓰기 싫어하는 나같은 사람에게는 딱이다. 원래 블로그가 '1인 Media'라는 이름으로 사람들간의 자유로운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만들어졌다지만..

2003/monologue 2004.01.01

우유과자 그리고 성희에게

※참고로 이 곳의 commentator를 소개하자면, -우유과자, 써니, 윤정, 성희 : 대학 같은과 친구들입니다. 우유과자는 싱가폴에서 일과 자유를 누리고 있고, 써니는 모 케이블 TV의 PD로 늘 탈출을 꿈꾸고 있고, 윤정은 요새 잘 나가는 영화사의 마케팅을 담당하고 있고, 성희는 미국에서 박사학위 중인 우리의 Hope입니다. -현정, 진선 : 고등학교 친구이니 굉장히 오래 됐죠. 1년에 한두번 만날까... 그래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 늘 같이 있는 것처럼 마음편한 친구들입니다. 오래 된 세월이 그래서 무섭나 봅니다. 현정은 일어학원장, 강사 등 하고 있는 일이 무지 많고, 진선은 남편 공부차 지금 미국에 있습니다. 이 인간들은 가끔 이 곳을 들르기는 하는데 메일로만 답장을 할 뿐 여기에 코멘트는 잘 ..

2003/monologue 2004.01.01

도라에 푹 빠진 그루...

그루가 '도라'에게 푸욱 빠져 있다. 도라는, '도라 도라 영어나라'라는 비영어권 어린이 대상의 영어 프로그램의 주인공 여자아이인데, 그림에 보다시피 그냥 귀엽게만 생긴 평범하기 그지없는 멕시코인이다. EBS 프로그램 중 '도라'를 제일 좋아하는데 오후시간대에서 오전 7시대로 시간이 바뀌어 그루가 실망이 크다면서 비디오녹화를 해 놓고 보여 주어야겠다는 시누이 언니의 말에, 난 '도라'가 뭔지도 모른 상태에서 그루가 제일 좋아하는데 못 본다기에 인터넷 쇼핑몰에서 비디오 2세트를 주문했다. 결과는... 물론 무지 좋아하기는 하는데 너무나 푹 빠져 있다는 것이다. 하루에도 몇 번씩이나 틀어 달라고 성화란다. 나도 그루랑 한두번 같이 보긴 했는데 나름대로 애들이 좋아할 만한 요소들이 많긴 했다. 그냥 수동적으로..

2003/monologue 2004.01.01

뒤늦게 쓰는, 지난 토~화요일의 행적

1. 지난 주말은 보통의 아기 부모들이 겪는 고생을 했다. 롯데월드 이용권이 우연한 기회에 생겨 토요일날 회사 끝나고 그루랑 그루 아빠, 고모랑 롯데월드에 갔다. 그루의 롯데월드 나들이는 처음이었다. 롯데월드 내부에 들어서자마자의 그루 표정은 정말 재미있었다. 아니, 이런 세계가 있다니... 혼이 나간 표정이었다. 속도감 있는 인기 아이템이 아닌, 애가 탈 수 있는 종류의 것들은 많이 기다리지 않고 쉽게 탈 수 있을 거라 생각한 게 오산이었다. 4~50분 기다려 2분 타고, 또 4~50분 기다려 3분 타고 그랬다. 놀이공원 가면 보통 엄마아빠들이 그러듯 난 줄 서고 그루 아빠는 그루 데리고 여기저기 돌아다니고 그랬다. 결국엔 회전목마를 비롯해 3종류 밖에 못 탔다. 오래 기다려 탔는데 겨우 2~3분 밖에..

2003/monologue 2004.01.01

For My Fitness

회사를 옮긴 지 약 6개월... 그동안 살이 2kg이나 쪘다. 이전 회사 사람들을 만나면 "너, 무지 편하구나, 얼굴 좋아졌네..."라고 하는데 살이 쪘다는 말을 돌려 표현한 것일 뿐이다. 최근에 심각성을 좀 느끼고 드디어 살빼기 작전에 들어가기로 했다. 가장 제일 먼저 실천에 옮긴 것은, 퇴근 후 지하철에 내려서 집까지 걸어가기.___ (실은 출근할 때에도 해야 하는데 아무래도 아침엔 시간이 없어서...) 마을버스 타면 10분 거리인데, 걸어가면 약 20분 정도 걸린다. 많이 늦은 시간이거나 무지 피곤하지 않으면 사실 걸을 수 있을 만한 거리다. 그 다음 행동은 운동하기.___ 종목은? Y.O.G.A.!!! 그루 아빠가 3개월 전부터 요가를 다니고 있다. 이건 굉장히 놀라운 사실이다. 이전까지의 전력을..

2003/monologue 2004.01.01

좋은 회사는 없다, 역시... 늘...

회사라는 것에 대한 내 지론은 그렇다. 이 세상에 '좋은 회사'라는 건 절대 없다는 것... 그리고, 회사 사람은 상하를 막론하고 결코 믿지 말 것... 따라서, 회사라는 것에 대해 기대를 하지 말고 단지 자신의 상품가치를 높이는 데에 오히려 회사를 활용할 것... 세 번째 회사다. 이 곳 역시 내 지론을 어김없이 재확인해주고 있다. 2003.9.30

2003/monologue 2004.01.01

저급함을 참기 힘들 때...

일요일 오후가 되면 그루와의 외출 장소를 고민하게 된다. 월요일부터 대부분 토요일까지도 엄마아빠랑 제대로 같이 못 놀다가 일주일 중 유일하게 하루내내 함께 할 수 있는 날이라 특히 오후시간을 함께 보낼 장소가 필요한 것이다. 하루내내 집에서 책보고 장난감 가지고 놀 수도 없는 노릇이고 적어도 오후 나절엔 외출을 해야 하는데 집앞 큰 공원은 주중에도 그루가 맨날 놀러가는 곳이라 이외의 나름대로 특별한 장소를 찾아야 한다. 게다가 우리가 자가용이 없는 관계로 놀러갈 수 있는 장소에 상당한 제한이 있다. 그래서 보통 만만하게 가는 곳이 집에서 버스 몇 정거장 거리의 백화점이었다. 그런데 어제는 가을을 한껏 느낄 수 있는 매우 좋은 날씨였고 왠지 그런 날 백화점이라는 실내 공간에 갇히고 싶지 않았다. "그루야,..

2003/monologue 2004.01.01

Diario minimo를 꿈꾸며...

어제 퇴근길에 서점에 들러 움베르트 에코의 '세상의 바보들에게 웃으면서 화내는 방법'이란 책을 샀다. 서문을 읽다 보니 'Diario minimo'라는 말이 나왔는데 이전 이탈리아 한 문학잡지의 고정칼럼의 이름으로 에코가 그 칼럼의 책임자였단다. 하단의 주)를 인용하면... 디아리오 미니모(Diario monimo) ; 원래는 '아주 작은 일기'라는 뜻이지만, 단순한 소재를 가지고 일기 형식으로 쓰는 칼럼을 가리키는 말로 뜻이 확대되었다. 맘에 드는 단어였다. 어감도 그렇고, 의미도 그렇고... '아, 내 블로그의 이름으로 하면 좋겠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이야 그냥 잡문이자 느리게 살기 위한 한 연습일 뿐이지만 의도하지 않은 훈련 속에 아주 나중일지라도 내 글이 '디아리오 미니모'의 수준에 조금이..

2003/monologue 2004.01.01

오랜만에 시작하는 메모, 우울한 하루...

1. 누군가 볼 우려가 없는, 그래서 글의 완성도에 대한 부담이 없는 그야말로 그냥 일상의 작은 느낌, 생각들을 적어보자는 시도가 일년 넘게 잠자고 있었다, 무안하게... 또 얼마동안이나 외롭게 버려둘 지 장담 못하지만 메모를 다시 시작하려고 한다. 느리게 살아가고자 하는 한 방편... 부담없이 시작했듯, 또 부담없이 은근슬쩍 재가동을 한다... 2. 주말까지 포함하면 5일간의 꽤 긴 추석연휴였다. 추석 다음날 휴대폰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오늘 저녁 공연 취소!' 태풍으로 인한 교통 마비 및 도시 분위기를 고려한 조처이리라 생각하고 확인전화를 걸지 않았다. 다들 출근하는 토요일을 휴가낸 터라 혹시 지금 거는 전화가 토요일 출근으로까지 이어지지 않을까 하는 이기심이 있었음을 솔직히 고백한다. 크게 내가 ..

2003/monologue 2004.0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