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brief comment

화양연화가 그립다...

spring_river 2004. 10. 25. 17:20


'2046'
'비포선셋'을 기대하고 있었던 이유는,
모두 전작에 대한 크나큰 잔상 때문이었다
.

'
화양연화'는 한동안 정신을 못 차렸을 만큼

미칠 듯 좋아했던 영화 중의 하나였고
,
'
비포선라이즈' 역시 굉장히 오랜동안

마음 속에 잔잔한 파문이 일던 영화였다
.
1,2
숫자를 붙일 만큼의 속편은 아니지만

그 후일담을 담고 있다는 얘기에
원래 속편이라는 걸 싫어함에도 불구하고
전작의 영향이 너무 컸기에 개봉을 기다리고 있었다.


지난 토요일에 '2046'을 보았다.
'2046'에서 '화양연화'을 기대한 것은 잘못이었다.
모든 게 달라져 있었다
.
주인공도 변했다 (아니 또는 변하지 않았다
)
작품을 지배하는 전반적인 속도 역시 정반대다
.
이성의 지배 속에 위태위태하면서도 한발자욱도 나가지 못했던

화양연화의 그들과는 달리
2046
의 남녀들은 감성에 충실한 사람들이었다.

사랑에 관한 한
,
나이가 들면 그렇게 되는 걸까
.
20
대의 이성이 서서히 잦아들고

감성이 더 앞세워지는...
아니면
,
사랑을 잃은, 사랑에 상처받은

그것도 치명적으로 상처를 받은 사람들은

그렇게 변해 가는 걸까...

사랑이 변하는 것인가
...
아니면

내가 변하는 것인가...

앙코르와트 사원이었던가
,
화양연화의 뒷부분에 나왔던 그 사원의 석벽과 같은 존재가

2046
에도 등장한다.
화면상으로는 신비하게 비주얼화되어 있던 나무 속
...
그처럼

이루지 못한 사랑에 대해 토로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면

그렇게 얘기를 하고 다시 막았을 때에
그 기억마저 봉인되어 지워져 버릴 수 있을 순 없을까...
사랑은... 기억이다
...
상처가 깊은 만큼 기억 또한 치유되지 않는다
.
끈질기게
...
사라지지 않는다
...

'2046'
이 그리 나쁘진 않았지만

나는 화양연화가 그립다.
내 코드에 맞는 건

내 가슴을 시리게 하는 건
그것이었다.

해서

'
비포 선셋'을 볼까 말까 망설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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