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이 작품을 보려고 애초에 찜해 두었던 이유는
99년 초연 이후
수많은 상을 휩쓸고 많은 입소문을 탔었다는
그러한 Credit 외에
연극배우 박해일을 보고 싶어서였다.
박해일이 이 무대를 통해 신인연기상도 받았고,
그리고 괜찮은 연기자들을 발굴하기 위해
연극 무대를 찾아다니는 영화감독들의 눈에 띄게
되었던 작품이었다.
질투는 나의 힘, 살인의 추억 감독 모두
박해일을 '청춘예찬'에서 발견했다고 하니...
하지만 왠걸~
무슨 사유가 있었는지
이번 연극열전 공연에서는
예정되었던 박해일이 나오지 않았다.
대신, 요즘 연극무대에서 한창 주목받고 있는
'김영민'이라는 배우가 그 주인공 역할을 맡았는데
박해일이 없긴 하지만
그래도 작품 '청춘예찬'이 보고 싶어서
바쁜 와중에 어렵사리 시간을 내어
공연장을 찾았다.
청춘예찬은 역설적인 제목이다.
우울하기 그지없는 희망없는 청춘의 이야기다.
계몽적인 끝맺음이 아닌
아프고 서글픈 청춘 그대로 막을 내린다.
무엇보다도 이 작품은
모든 캐스트의 안정적인 연기가 매우 돋보였다.
이전에 본 영화 '봄여름가을겨울 그리고 봄'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보였던 김영민의 배역 소화도 뛰어났고,
일상적 연기 그 자체를 보여주었던 아버지 역의 배우도 그렇고...
무대는 객석 모양의 긴 계단이 전부다.
무대 위의 이야기가 바로 객석에 앉아있는 사람들의 이야기임을
무대 그 자체로 상징적으로 보여 준다.
아쉬웠던 점은, 왠지 극이 서둘러 끝내지는 듯한 점 정도...
좌석번호도 없이 옆사람들과 다닥다닥 앉아서 봐야 하는
소극장에 너무나도 적격인 공연이다.
편안한 의자에 깊숙이 앉아서 보았다면
청춘예찬으로부터 받을 수 있는 그 느낌과
결코 어울리지 않았으리라.
연출가 박근형은 말한다.
'아무리 누추하고 너덜너덜한 청춘이라도
그 시절을 살았기에 지금의 내가 있는 것이다.
그래서 어떤 청춘이든 예찬받을 가치가 있다.'
청춘들에게 청춘은 예찬의 대상이 아니다.
오히려 빨리 벗어나고픈 대상일 것이다.
하지만 청춘을 지나온 사람들은
청춘을 예찬의 대상으로 승격시킨다.
꼭 청춘만은 아니다.
청춘이든 사랑이든
사람들은 지나간 것을 다 아름답게 생각한다.
그 때는 정작 힘겨웠음에도 불구하고...
왜냐하면,
지나간 것들에 대해서는 책임지지 않아도 되기에
아름다웠다고 스스로 편리하게 미화한다.
바로 그 망각과 위선이 싫어서
나는 지나간 것들에 대해 그렇게 쉽게 잘 단정짓지 않으려 한다...
Anyway
올해의 나의 연극열전은 이렇게 다섯 편으로 끝이 날 것 같다.
(사실, 연극열전이 연극계에서는 욕을 많이 얻어먹고 있다.
이제까지의 히트작품들을 모아서 공연한다는 게
관객들 입장에서는 너무나도 좋은 계기이지만
그렇지 않아도 불황에 허덕이는 연극계로서는
그나마 연극 관객들을 연극열전에 다 빼앗김으로써
다른 연극 공연들의 경우 무지 심각한 결과를 낳고 있다...)
에쿠우스, 남자충동, 나잇마더, 택시드리벌, 청춘예찬...
이 중에서 가장 Best는 '남자충동'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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