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brief comment 31

Sorry We Missed You [미안해요, 리키]

★★★★☆ # 3년 전 이맘때도 그러했었다. 한 해를 하루이틀 남긴 그 때에 'I, Daniel Blake'로 머리와 심장을 흔들고 울컥하게 만들었었다. 이 영화 역시 2019년의 마지막에 그렇게 다가왔다. # 첫 씬을 보면서부터 주인공의 기대와 달리 이 영화가 어떻게 흘러가게 될 지 감지되면서 가슴이 답답해져 왔고 엔딩 씬에 이르기까지 여러 감정들이 턱 밑까지 쌓였다. 80세 넘은 노장의 Gig Economy에 대한 시선은 여전히 존경해 마지 않을 수 없는... # 리키의 가정 그리고 이를 둘러싼 사회의 여러 면면은 이렇게 멀리 떨어진 나라이건만 영국이나 우리나라나 똑같구나 하는, 씁쓸한 공감대가... # 'Sorry We Missed You'는 택배를 직접 받지 못한 대문에 붙일 메시지가 아니라 우리..

2019/brief comment 2019.12.30

맨 끝줄 소년

★★★★ # 무엇보다 극본이 매력적인 작품이었다. 공연보고나서 나중에 찾아보니 작년에 재미있게 보았던 연극 '비평가'(El Critico)'를 쓴 작가(후안 마요르가)였다. 역시... 그러구보니 그 두 작품 모두 어떠한 결이 같이 느껴진다, 예술과 비평에 대한... 이 작품에 3번째 출연하고 있다는 클라우디오 역의 전박찬과 헤르만 선생님 역의 박윤희 배우가 인상적이었고 그에 비해 미카와 그 가족들의 연기는 좀 아쉬웠다. 특히 미카 엄마의 경우 좀더 관능적인 면이 가미되었더라면 긴장감과 극적 밀도가 훨씬 높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의 두 작품 모두 대본집을 찾아보고픈 맘이 들게 하는...

2019/brief comment 2019.11.28

Roman Tragedies

★★★★★ # 이보 반 호브, 진짜 천재다! 보통 셰익스피어의 극은 셰익스피어의 그늘 아래 있기 마련인데 (400여년을 뛰어넘어 여전히 현재성을 지닌 셰익스피어의 뛰어남...) 이 공연은 보는 내내 셰익스피어가 거의 생각나지 않았다. 오로지 이보 반 호브의 연출에 대해 연이어 감탄하며 보았다. (오래된 고전 뮤지컬 하나가 12월에 브로드웨이에서 이보 반 호브의 연출로 리메이크되는데 그 작품도 어떻게 만들었을지 사뭇 궁금해진다...) 5시간45분이라는 러닝타임이 3시간 정도로밖에 체감되지 않았다. 이 작품을 놓치지 않고 선택한 나를 칭찬하고 싶을 만큼 정말 최고의 공연이었다!

2019/brief comment 2019.11.09

The Square: 1950-2019

국립현대미술관 50주년 기념으로 세 곳에서 전시가 열리고 있는데 가을나들이 겸하여 과천의 미술관으로 먼저 발걸음~ 그러구보니 여기도 90년대 중반에 와 보고 정말 오랜만에 와 본다^^ 입장하자마자 바로 시선을 사로잡는, 제1전시실과 제2전시실 사이의 중앙홀 전시 모습. 이번 전시 관람작 중 가장 인상깊었던, 박수근의 '할아버지와 손자' 아쉽게도 아직 단풍은 본격적으로 들지 않았지만 멋진 View를 자랑하는 이 곳... 날씨 좋은 날, 여유있게 시간내어 주변 산책해도 좋을 듯~ 한국 사회의 역사적 사건들이 한국 미술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가 전시 테마였는데, 한국전쟁이 발발한 50년부터 60년대까지의 작품들은 무척 좋았는데 그 이후부터 현재까지의 전시작들은 솔직히 좀 실망스러웠다... 다음번엔 최신작들을..

2019/brief comment 2019.10.30

Joker

★★★★☆ # 몇 달 전, 트레일러를 처음 본 순간 '저 영화는 꼭 봐야겠다' 생각하고 있었다. 호아킨 피닉스는 그 짧은 영상으로도 보는 이의 맘을 사로잡는 데에 충분했다. 그리고... 호아킨 피닉스는 이 영화로 아마도 수년간 쉽게 잊혀질 수 없는 그런 연기를 보여주었다! # '웃음'에 대해 참으로 많은 생각을 품게 하는 영화였다. 각본과 연출, 그리고 연기의 힘에 의해서였다. 그리고 로버트 드니로가 의미하는 상징도 여러 모로 컸다. # 마블이나 DC 영화류를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그동안 배트맨에 나오는 'Joker'를 카드의 joker 정도로 얼핏 생각했었다. 광대 외모를 가지고 있는데도 왜 Joker의 뜻이 Joke-r임을 연상하지 못했을까... (카드도 거의 하지 않아서 조커 카드의 이미지가 광대라..

2019/brief comment 2019.10.07

King Lear_ NT Live

★★★★ # 극중 설정된 리어왕의 연령대와 같은 나이의 노배우가(그것도 명배우가) 연기하니 또다른 리어왕이 보이고 읽힌다. 4년 전 무대에서 보았던 장두이의 리어왕에는 광기가 좀더 강조되어 있었다면 NT Live를 통해 본 이언 매켈런의 리어왕은 늙음에 대한 면이 훨씬 잘 부각되어 있었다. 그를 통해서 보는 리어왕은 실로 여러 복잡한 감정이 들게 했다. 작은 무대를 효율적으로 훌륭하게 사용한 연출도 이 공연에서는 큰 몫을 했다. 켄트 백작을 맡은 여배우도 인상적이었고, 광대의 포커스가 약했던 건 좀 아쉬웠다. # 셰익스피어의 극을 볼 때마다 늘 느끼지만 공연보다말고 받아적고 싶을 만큼 통찰력이 뛰어난 名文들로 가득한...

2019/brief comment 2019.09.23

Let Them Eat Money

★★★☆ # '250여명의 전문가, 예술가, 관객들이 「Which Future?!」라는 2년간의 연구조사와 심포지엄 등을 통해 향후 10년간 우리에게 다가올 미래를 그려냈고 그 결과물로 탄생한 연극' '우리의 목표는 우리가 처할 수 있는 미래에 대한 논쟁을 일으키고 가치관을 충돌시키고 이로 인해 현재의 교착상태를 벗어난 출구를 찾는 것'이라고 밝힌 연출의도' 바로 이 배경스토리들이 '와, 역시 독일 연극!' 사뭇 감탄하며 공연에의 기대감을 갖게 한 이유였다. 그런데... 솔직히 공연은 기대에 못 미쳤다. 난민, 화폐경제 붕괴, 인공지능, 생체정보, 기본소득제도 등의 이슈 제기도 의미있었고 파국을 빚어낸 장본인이라 여겨지는 이들을 소환하거나 납치하여 인터넷 생중계 하에 심판한다는 큰 틀도 나쁘지 않은 선택..

2019/brief comment 2019.09.23

Toy Story 4

★★★☆ # 기억을 더듬어보니 이 시리즈는 1편만 아주 옛날에 보았고 2, 3편은 안 봤었다. 뭐 특별한 이유는 없고 어쩌다보니 그냥... 이번 4편이 잘 만들었다는 소문에 (+ 보려고 했던 다른 아트무비의 시간대가 맞지 않아...) 큰 기대는 없이 편한 마음으로 관람하긴 했는데, # 픽사 애니메이션의 완성도는 여전했고 캐릭터들도 너무 사랑스러웠고 어른들의 시각에서도 다른 깊이와 감동을 안겨주는 솜씨가 역시 훌륭했다. # 지난주 회사동료들과 함께 본 'Aladdin'에서도 그렇고 이 영화도 그렇고 요새는 영화에 알파걸이 나오지 않으면 안되는 듯... Jasmin이 왕이 되는 내용으로 엔딩이 바뀌어있더니, 이 영화 또한 Bo가 Woody를 구해내고, 인간으로부터 종속되지 않는 존재를 꿈꾸는 것도 Bo뿐이다..

2019/brief comment 2019.07.01

Something Rotten

★★★★ # 특히 극본 및 음악의 천재성이 번득이는, 재기가 넘치는 작품! 셰익스피어 작품들 속 대사들과 수많은 뮤지컬 작품들이 발견되는 재미가 가득하다. 게다가 몸을 들썩이게 하는 뮤지컬넘버들까지... 오랫동안 미국투어를 하다가 내한해서인지 배우들의 合이 매우 안정적이고 뛰어나다. 짧은 공연기간 막내리기 전에 한번더 봐야겠다는 맘이 들 만큼 재미있다~ # 아직 웨스트엔드 무대에는 오르지 않았는데 아마도 영국인들은 좋아하지 않을 듯^^ (영국을 비롯한) 유럽에 대해 내재된 열등감, 자격지심이 승화한 저 엄청난 패러디와 게다가 셰익스피어를 건드린 주객전도라니... 영국인들이 과연... ㅎㅎ

2019/brief comment 2019.06.20

Exhibition_ David Hockney

생존작가 최고가 경매낙찰기록으로 유명한 수영장 작품으로만 연상되어 이 작가의 화풍에 대해 약간의 오해가 있었다. 이번 전시를 보고나서 그런 단편적인 이미지로만 규정할 수 없는 얼마나 깊이있는 대단한 아티스트인지 다시 알게 되었다. 전시 초반부의 여러 드로잉 작품들은 솔직히 크게 와 닿진 않았다. 그러다가 그 유명한 'A Bigger Splash'와 이어지는 물 그림들을 보면서 눈과 마음이 확 열리기 시작했고, 'Mr. and Mrs. Clark and Persy'를 비롯한 2인 초상화들에서는 너무나도 강렬한 인상과 묘한 매력에 한참동안 서 있었다. 그의 대표적인 특징이기도 한 『Moving Focus』 스타일이 본격화되는 멕시코 한 호텔의 중정을 그린 시리즈 작품들 또한 무척 근사했다. 최근작이자 초대형..

2019/brief comment 2019.06.19

School of Rock

일단 무대를 보게 되면 한국 관객들도 반하지 않을 수 없으리라는 자신이 있었다. 그런데 예상했던 것보다 더 폭발적이었다. 이 작품 자체가 지닌 뛰어난 강점은 물론이거니와, 이 세상 텐션이 아니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듀이 역 배우와 놀라운 실력과 사랑스러운 매력 모두 갖춘 어린이 배우들, 그리고 정갈한 표현으로도 충분히 웃게 하는 한국어 자막 등 이번 프로덕션의 힘이 즐길 줄 아는 우리 관객들과 제대로 만났다. It's Time to Play!!! * School of Rock 내한공연 미디어콜 'You're In the Band' * School of Rock 내한공연 미디어콜 'School of Rock(Teacher's Pet)' * School of Rock 내한공연 spot * School o..

2019/brief comment 2019.06.10

Parasite

★★★★★ # 어쩔 수 없이 알게 되는 정보들에 최대한 덜 방해를 받기 위해 개봉 첫주 주말에 보았는데, 영화를 보고나니 일찍 보길 잘했다는 생각~ 생각지 못한 전개의 포인트들이 있어서 그걸 알고 보았더라면 억울할 만큼 감상의 강도가 달라진다. # 이 영화의 잊지 못할 키워드 하나는 '냄새' # 봉준호는 역시 봉준호다! # Cannes가 영국, 일본의 가난에 이어 한국의 가난에 손을 들어줬다는 평도 있다고 하던데, 어찌 보면 틀린 말은 아니나 세 영화 각각 해당 국가 특유의 현실이 녹아들어 있고 또 각각의 영화감독들의 컬러가 워낙 뚜렷하여 셋 다 비견할 수 없는 지점들이 명확하다. # 제목을 떠올리다가 이리저리 뻗치는 생각들... '寄生蟲'은 그 자체에 네거티브하게 고정된 뉘앙스가 배어있는 어찌 보면 억..

2019/brief comment 2019.06.03

녹천에는 똥이 많다

★★★☆ # 이창동 감독의 초창기 소설 원작이라는 점이 내겐 이 공연의 가장 큰 이끌림이었다. 그리고 그 이끌림은 실제로 강렬하게 보상받았다. 영화를 만들기 이전의 그였지만 역시 이창동이다 라고 충분히 느낄 수 있었고 오래 전의 그는 이런 글을 썼구나 알게 되어 또 좋았다. 1992년작이니 거의 30년 가까이 되어가는 원작이건만 놀랍게도 여전히 현재성을 띤 작품이었다. # 아마 소설 원작 자체가 그러한 듯한데 내면묘사 독백과 회상이 많아 연극 극본화하기에 쉽지 않은 한계가 있고 또 원작을 최대한 살리는 의도로 각색, 연출하다보니 마치 코러스처럼 '소리들'이라는 이름으로 멀티배역 배우들의 또다른 활용이 쓰여지긴 했지만 아무래도 나레이션적인 설명이 잦은 단점은 분명했다. 물론 한편으로는 소설 속 문장을 귀로..

2019/brief comment 2019.05.29

En Attendant Godot [고도를 기다리며]

★★★★★ # 아마도 1997년 물론 기본적으로 기억력 감퇴의 문제이기도 하고 핑계를 대자면 공연을 약간 많이 보는 편이기도 하여 (하필 대다수 케이스이긴 하지만) 한 번만 본 작품들은 한참 후에 떠올려보면 잘 기억나지 않는 경우가 꽤 많다. 그런데 매우 오래 전에 본 작품이기도 하고 한 번밖에 보지 않은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굉장히 그 관극의 경험이 또렷하고 그에 파생된 부수적 영향도 적지 않게 받았던 공연 중 하나가 바로 ‘고도를 기다리며’이다. 1997년 산울림소극장에서 그 작품을 만났다. 한명구 안석환 김명국 캐스팅이었다. 이성적으로도 감성적으로도 관극의 충격과 오랜 울림이 아주 큰 공연이었다. # 안석환 배우 그 공연부터였다, 안석환 배우의 연기를 좋아하기 시작한 것이~ 몇 년 후에 본 ‘남자충동..

2019/brief comment 2019.05.16

Avengers : Endgame

★★★☆ # (예전에도 잠깐 얘기했지만) 히어로물을 별로 선호하지 않는 터라 이전 시리즈들은 다 본 적이 없고 바로 직전 시리즈인 Infinity War만 당시 스트레스 해소차 우연히 봤다가 (타노스에 이끌려ㅎㅎ) 이번 편까지 보게 되었다. 영화는 재미있었다^^ 근데, (상대가 이름을 불러줘야 그 배우의 캐릭터를 캐치할 만큼 거의 문외한에 가까운) 나는 물론 잘 모르겠지만 그래도 그런 느낌은 간접적으로 받을 수 있었다. 10년간 이 시리즈의 record와 함께 해 온 팬들은 느낄 수 있는, 더 무언가의 여러 감정들이 확실히 있겠구나 하는...

2019/brief comment 2019.05.07

Loveless

★★★★ # 사랑 없는 시대의 서늘함... # 욕실문 뒤, 아이의 소리없이 크게 울고 있는 모습이 너무나도 처연하고 강렬하여 영화를 보는 내내 마음 한 구석을 꽉 쥐고 있다. 그 아이의 모습을 다시 볼 수 있길 바라면서... # 감독 인터뷰 글 中 이런 말이 있었다. "톨스토이의 책들은 대부분 결혼 장면으로 끝나는데, 누군가는 이 결혼 후에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에 대해 써 줬으면 한다고 그는 말했다. 뜨겁게 타오르던 사랑이 식고, 사랑이 일이 되어버렸을 때, 그리고 그 관계를 회복하려 고군분투할 때 그 기간이 나는 매우 흥미롭다." 이 영화 속 이혼 직전의 두 남녀 주인공은 서로를 대하고 있을 때와 각자의 애인과 함께 있을 때 그 표정들이 무척이나 확연히 차이가 난다. 하지만... 뒤이어 각자의 애인과 ..

2019/brief comment 2019.04.29

Who's Afraid of Virginia Woolf_ NT Live

★★★☆ # 흥미로운 제목 중의 하나다. 유래는 이렇댄다. 'Who's Afraid of Big Bad Wolf'라는 노래 가사가 있는데 Big Bad Wolf를 Virginia Woolf로 슬쩍 고쳐놓은 뉴욕 어느 Bar의 낙서를 보고 영감을 받았다는... 마치 동요같은 이 멜로디는 연극에서도 여러번 흥얼거려지며 등장한다. # 아무리 생각해봐도 우리나라에서 '마사' 역을 할 수 있는 여배우는 없다. 워낙 캐릭터 자체가 전무후무하다시피한 데다가 그 캐릭터를 이 배우처럼 기막히게 소화할 수 있는 이가 글쎄...... (근데 찾아보니 정말 한국에서는 7~80년대에 두어 번 무대에 올랐을 뿐 그 이후로는 지금까지 이 작품이 공연된 적이 없다...) # 3막으로 이루어진 장시간동안 펼쳐진 대사들의 난타전... ..

2019/brief comment 2019.03.25

눈이 부시게...

연극 '3월의 눈(雪)'은 '인위성'을 느낄 수 없는 정말 귀한 공연이었다. 구순을 앞둔 장민호 선생님은 '연기하지 않는 연기'의 경지를 보여 주셨고 손진책 연출은 '연출하지 않는 연출'을 그리고 배삼식 작가는 '극성이 배제되어 있는 극본'을 박동우 디자이너는 '세트같지 않은 무대'를 보여 주었다. 장민호 선생님은 정말 말로 이루 표현할 수 없는 경외로움 그 자체였다. 공연을 보면서도 눈물이 났고, 애써 눈물을 닦으며 달랬던 마음은 커튼콜때 장민호 선생님이 등장하는 순간 제어할 수 없이 다시 가슴이 뜨거워지면서 기립과 동시에 주체할 수 없이 눈물이 쏟아지게 만들었다. -지난 2011년 5월 '3월의 눈(雪)' 포스트 中 한국 연극계 최고령 현역배우였던 장민호 선생님을 무대에서 뵈었던 기억은 꽤 또렷하다...

2019/brief comment 2019.03.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