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설이고 있었던
Before Sunset을 보았다.
영화의 시작과 함께 동시에 나를 뒤흔든 건
9년이라는 시간의 무게.
서두에 잠깐잠깐 비치는 Before Sunrise의 그들과
너무나도 선명하게 시각적으로 대비가 되듯,
9년이 지난 에단 호크 그리고 줄리 델피는
놀랄 만큼 늙어 있었다.
처음엔 늙어 있는 그들의 모습이 익숙치 않고 슬프기까지 했다.
하지만 계속 그들의 산책과 함께 하면서
다시 그들이 사랑스럽고 아름답게 느껴졌다.
9년이라...
아름다웠던 그들도 그럴진대
9년 전의 나와 지금의 나는 어떨지 생각해 보니 몸서리가 쳐진다.
9년 전이면 1995년... 나의 직장생활 2년차 때...
하긴 1~2년 전의 사진과 지금을 비교해 봐도 크게 차이가 난다.
그들은 젊음은 사라졌지만 아름다움은 남아 있었다.
나도 과연 그럴까 의문이다. (물론 자문에 대한 자답은 No다)
파리 풍경과 함께
그들이 함께 한 시간 80분 리얼타임 그대로 관객도 함께 하게 된다.
9년만에 만난 연인이 시작한 얘기란,
자신들의 현황, 정치적 신조...
그렇게 서로에 관한 얘기가 아닌 주변 얘기들로 시작된다.
그 짧은 시간 동안 티격태격하면서...
그러면서도 무심히 던지듯
서로에 대한 사랑을 조심스레 확인하기도 한다.
아슬아슬하게 감정의 경계를 넘나들면서...
9년이 지난 그들은
적당히 이성적이고 적당히 감성적이 되어 있다.
(감성적이기만 했던 2046의 그들과는 좀 다른 면들...)
그들의 사랑은 그렇게 확인이 된다.
한 사람은 자신이 쓴 책으로... 한 사람은 자신이 지은 노래로...
그 짧은 80분 동안
몇 번이나 작별을 고해야 할 시간을 넘기면서
그들의 아름다운 산책은 계속된다.
극장 안의 사람들은 가끔 웃음을 터뜨리며 즐겁게 보는 듯 했지만
나는 영화를 보는 도중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왔다.
(그 영화를 보면서 운 사람이 있을까...)
영화가 끝나고 엔딩 크레딧이 떠오르자
주위의 사람들이 여기저기에서 투덜대기 시작했다.
언뜻 보니 모두 20대 남녀 또는 여자들이다.
뭐야... 너무 허탈해... 관객 우롱 아니야... 이게 뭐야...등등.
나로서는
최근까지 본 여러 편의 영화들 중
Ending이 가장 마음에 드는 영화였다...
20대여, Before Sunset을 보지 말라.
그대들을 충분히 이해한다.
영화 속의 그들과 함께 늙어간
그들 나이 또래가 아니니 그럴 수 있다.
그래, 그대들은 이 영화를 보지 말라.
그대들은
사랑에는 해피엔딩과 언해피엔딩 2가지만 있다고
믿고 있겠지?
그래, 그냥 그대로 그렇게 믿으라.
그게 아닐 수도 있음을 자연스럽게 깨달을 수 있을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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