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brief comment 15

곰팡이꽃 - 소통의 부재에 관한...

어제 TV에서 오랜만에 괜찮은 작품 하나를 보았다. TV문학관의 '곰팡이꽃' 원작은 하성란의 소설. Sexless Couple과 가끔 쓰레기통을 뒤지며 이웃을 추리하는 한 남자, 그리고 경제적으로도 애인으로부터도 버림받은 또 한 남자가 주인공인 작품이다. 오래 공들인 듯한 연출이 돋보였고, 내가 좋아하는 주제인 '소통의 부재'도 그렇고, '남궁민'이라는 꽤 괜찮은 신인 하나가 맘에 들었고... (이 남궁민이라는 배우는 주말연속극 '진주목걸이'에서 윤태영 동생으로 나오는데, 그 연속극을 보면서도 신인치고는 연기가 자연스럽고 외모나 하는 짓이 귀엽다 싶었는데, 이번 TV문학관에서는 좀 다른 색깔의 캐릭터임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대성할 것 같은 싹을 느낄 수 있었다) 한 가지 또 새삼 느낀 것. 쓰레기통을 보면..

2003/brief comment 2004.01.01

Love Actually is All Around at Christmas!

(사실은 Mystic River를 보려고 했는데, 서울 시내에 어찌된 게 상영관이 하나밖에 없누...) 연말이 되고 여기저기 크리스마스 트리가 눈에 띄어도 아무 느낌이 없었는데, 이 영화를 보고 있으니 "아, 곧 크리스마스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러브 액추얼리'는 크리스마스에 관한 영화였다. 참, 이상한 일이지... "크리스마스니까..." 라는 전제, 이유, 근거가 굉장한 힘을 발휘하는... 그 알 수 없는 힘... 그동안 가슴속 묻어두고 있던 사랑을 수줍게 고백한다, 왜, 크리스마스니까... 이루어지면 크리스마스니까 그 기쁨이 배가 될 테고, 이루어지지 못했다 해도 크리스마스니까 상대방에게도 자신에게도 이해가, 양해가 될 테니까... 왠지 크리스마스에 사랑을 이야기하면 누군가(그게 하느님인지 알 ..

2003/brief comment 2004.01.01

Old Boy

old boy라는 말이 이렇게 많은 뜻을 가지고 있는지 몰랐다.성인 남자, 과거의 사람, 명문 출신의 사람, 쾌활한 중년 남성, 졸업생, 교우, 동창생, 악마 열흘 가까이 정신없이 바빠서 못 보고 있었던 영화 '올드 보이'를 보다. 오늘의 코멘트는 짧게... 물론, 잘 만든 영화라는 생각이다. 연출력, 연기력 모두 훌륭하다. 근데... '근친상간'이라는 소재가 난 좀 불편하다. 그래서 영화를 보고 나오면서도 왠지 찜찜한 기분... 사회적 터부를 건드리거나 이면에 숨겨진 혹은 끝모를 바닥 언저리의 인간의 욕망을 들추는 그러한 작품들을 은근히 선호하는 나로서도 내가 받아들일 수 있는 한계는 거기까지인 것 같다... 2003.12.3

2003/brief comment 2004.01.01

여섯 개의 시선에 대한 짧은 느낌

지난 금요일, 결혼 4주년에 본 '여섯 개의 시선' 이야기... 김윤정 양의 손길을 처음 거친 영화이어서가 아니라도 꼭 한 번 보고 싶었던 영화... 개봉일임에도 불구하고 꽉 차지 않은 객석이 아쉬웠던...... 첫번째 차별 이야기. 그녀의 무게 실업고 3학년 교실의 진풍경... 그렇게 구체적으로는 처음 접하는 사실이라 놀랍고 그리고 어이가 없었다. 임순례 감독 특유의 재기로 여섯 편 중에서 가장 재미있는 이야기로 만들긴 했지만 사실 이 영화는 무지 슬픈 영화다. 두번째 차별 이야기. 그 남자의 사정 이것 때문에 인권위와 제작 측의 이견이 일고 있다고 들었다. 보수의 얼굴을 하고 있든 진보의 이름을 내걸고 있든 갈수록 한국 사회는 융통성을 찾아 보기 힘들어지고 있다. 가장 나를 답답하고 짜증나게 하는 것..

2003/brief comment 2004.01.01

비오는 수요일에 본 Wednesday Story...

intimacy 1. 친밀, 친교; 친한 사이 2. 정교(情交), 육체관계, 간통 이 영화는 소통으로서의 말, 그리고 소통으로서의 몸을 생각하게 한다. 각각 가족이라는 이름의 관계로부터 이해받지 못한 두 사람이 수요일에 만난다. 한 마디 대사 없이, 알몸으로 시작된 정사에 시간이 흐름에 따라 말이 개입한다. 몸 그 자체로 시작된 관계는 언어의 개입 속에 서로의 삶 속으로 들어가기 시작하면서 균열을 보인다. 서로의 오해이든, 용기의 부족이든, 세상의 비난이든 어쨌든 그들 사이의 틈은 더 이상 맨몸으로 만날 수 없게 한다. 그들은 옷을 입는다. 일상의 옷, 관습의 옷, 자존심의 옷... 이 영화에서 말은 사람을 더 외롭게 하고 단절을 드러내어 준다. 말이 얼마나 초라한 커뮤니케이션임을... To. Wedne..

2003/brief comment 2004.01.01

홀스또메르 - 어느 말 이야기

난 가끔 혼자 연극보러 갈 때마다 약간의 걱정, 두려움을 안고 간다. 관객들이 없으면 어떡하지?… 관객들이 많지 않은 평일 공연을 내가 대부분 보기 때문이기도 하려니와 연극이라는 장르를 단순히 여가의 한 종류로만 여길 수 없는 어쩔 수 없는 나의 애정 때문이기도 하다. 영화를 볼 때엔 사람이 꽉 차 있을 때보다 오히려 열 명도 채 안 되는 소수만이 보고 있을 때가 훨씬 좋은데, 연극을 볼 때엔 그렇지가 않다. 스크린이 아닌, 직접 배우를 보기 때문이리라. 프로페셔널리즘의 정도를 굳이 따지지 않아도 관객이 적을 때와 많을 때에 배우 역시 어쩔 수 없이 약간의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기에… 관객이 없어 배우가 힘들지 않을까 저어하게 된다. 그러나 (물론, 내가 가끔씩 선택하는 공연들이 작품성 면에서 어느 정..

2003/brief comment 2004.01.01

Good-Bye, Lenin!

지난 주 토요일에 영화 '굿바이 레닌'을 '찾아서' 보았다. 찾아서를 강조한 건 개봉극장이 2~3곳 밖에 안 되어 일부러 발품을 팔아 보러간 것이기 때문이다. 음... 그냥 보통 정도... 비슷한 Format으로 비교하자면 '인생은 아름다워'만큼 못 되는 것 같다. 이 영화가 독일에서는 인기가 무척 높아 이 영화 덕분에 '오스탤지어'라는 신조어까지 생겼다고 하는데 좀 씁쓸하다, 어쩌다 사회주의가 향수의 대상이 되어 버렸는지... 생각해 보니, 사회주의란 단어도 아주 오랜만에 떠올린지라 심지어 낯설기까지 하다. 요즘엔 정말 아무도 얘기하지 않는 것 같다. 자본주의의 저급함에, 귀가 닫혀진 듯한 한국 사회의 어처구니없음에도 '개선된' 자본주의를 모색할 뿐 사회주의란 단어는 이제 박물관에 모셔둔 듯 하다. 어..

2003/brief comment 2004.01.01

슬픈 通함

개봉한 지 거의 한 달이 다 되어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를 보다. 보고 싶긴 했었는데 별로 큰 기대를 안 하고 있었던 지라 오히려 영화는 생각보다 괜찮았다. 색감도 뛰어나고 음악도 좋고... 주연들의 연기도 괜찮고. (TV에서는 굉장히 밋밋하던 배용준 연기가 그나마 좀 나아진 모습을 보이더군...) 원작에 충실한 결말 처리였다고 하는데, 오히려 영화에서는 좀더 과감히 생략 함축해도 되지 않았을까 싶다. 이전 작품 '정사'에서도 그랬었는데 아직 신인 그룹의 감독이어서인지 마지막을 너무 친절히 설명해 주려 하는 것 같다. 인상적이었던 장면은, 숙부인을 구하기 위해 일부러 그녀를 내치는 Scene. 눈물이 맺혀 있는 상태로 매정하게 내치는... 배용준의 일취월장 연기력이 돋보이는... 여기저기 나붙어 있던..

2003/brief comment 2004.01.01

냉정과 열정 사이

어제 외부 Meeting이 일찍 끝난 덕분에 혼자서 영화 한 편을 봤다. 그렇지 않아도 하루 내내 기분이 우울하고 심란했었다. 그냥... 특별한 이유 없이... 뭘 볼까 하다가 '냉정과 열정 사이'를 택했다. 그래, 우울할 땐 아예 더 확 우울한 영화를 보자... 영화는... 그냥 뭐... 범작 정도... 소설을 먼저 본 사람들은 영화보고 욕 많이 했다고 하던데 나는 이전에 소설을 먼저 본 경우도 아니었고 해서 그냥 볼 만한 정도였다. 슬프고 안타까울 때 울기도 하면서... 영화 중에서 새삼 감회가 새로웠던 것 하나는, 그 주인공들이 사랑을 시작한 때가 1990년 대학 1학년... 그러니까 나와 같은 나이였다. 당시의 연애 모습을 보니, 이전 생각도 나면서 미소가 지어졌다. 그때만 해도 손 한번 잡기에도..

2003/brief comment 2004.01.01

코야니스콰씨

이 공연을 보기까지에는 영화 'The Hours'의 공이 컸다. 'The Hours'는 영화 내용이나 배우 연기 등도 매우 좋았지만, 특히 나를 사로잡은 건 영화음악이었다. 미니멀리즘 음악의 대가라는 필립 글라스라는 이름을 난 그때 처음 알게 되었고, 가을에 내한공연을 오면 꼭 가리라 생각했었다. 'Philip On Film Live!' - 필립 글라스 앙상블 내한공연.______ 이 공연은 컬트적인 다큐 영화 작품과 함께 펼쳐지는 영화음악의 Live 음악회였다. 1시간30분동안 배우도 대사도 없는 다큐 필름을 보면서 실황 연주를 듣는다는 게 언뜻 생각하면 지루하리라 판단하겠지만, NEVER! NEVER!!! 난 정말 1시간30분동안 너무나 흠뻑 빠져들었고 그 감동 역시 이루말할 수 없었다. 음악과 영화..

2003/brief comment 2004.01.01

10年만에 그를 만나다...

10年만에 이성복의 새로운 시집을 만나게 되다... 작가의 근황이 궁금해지고 그 사람의 작품을 기다리게 된 건 이성복이 내겐 거의 유일했다. 하긴, 10年이면 그럴 만도 하다... 10年... 그의 마지막 작품이 나온 지 정말 10年만이다. 남해금산. 그 여름의 끝... 사실 이성복 시집은 내게 시 그 이상의 의미가 담긴 존재다. 가장 열렬하고 가장 순수했던 내 연애시절의 초반에 이성복은 자리하고 있었다. 그와 함께 이성복을 읽고 또 좋아했었다. 그가 軍에 있을 적에는 그의 외로움 그리고 갈증을 덜어주기 위해 이성복의 시들을 편지 속에 자주 담아 주었었다. 가지고 있던 이성복 시집 중 한 권을 군에 부쳐 주었더니 휴가나온 그의 손에 들려진 그 시집은 이미 너덜해져 있었다. 외롭게 취직시험을 준비하던 대학..

2003/brief comment 2004.01.01

마케팅에 속다...

마케팅을 業으로 하는 사람에게는 직업적 성향으로 인한 좋은 점과 나쁜 점이 있다. 수많은 마케팅 기법들, 그리고 그 적용사례들을 알고 있기에 대부분의 경우 어떤 기업이 이러이러한 마케팅을 펼칠 때에 그게 무엇을 노리고 있음을 알기에 소비자로서 쉽게 넘어가지 않는다는 것이 상대적인 장점일 것이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어떠한 마케팅 술수에 자신이 걸려들었음을 깨달을 경우 남들보다 더 분노한다. 그 마케터들에게 속은 것에 대해 그리고 어리석게 행동한 자신에 대해... 어제 퇴근 무렵 갑자기 마음이 동하여 영화 '내추럴 시티'를 봤다. (이번 달 들어 벌써 3번째 영화다. 확실히 일이 없다는 증거다. 영화보는 횟수가 늘어나는 것, 그리고 인터넷 쇼핑 건수가 늘어나는 것...) 웬만한 경우 엔딩 크레딧이 다 올라..

2003/brief comment 2004.01.01

있는 그대로 사랑하기?

토요일 오후, 서울 공연 Site 답사가 매우 어정쩡한 시간인 4시에 잡혔다. 영화나 한 편 볼까 생각하고 근처 극장들의 웹사이트를 뒤졌더니 시간이 다 맞지 않는다. 중간에 붕 뜬 시간이 약 3시간... 그 오랜 시간을 때우기엔 그래도 영화 밖에 없을 것 같아서 근처 비디오방을 뒤지기로 했다. 그런데... 비디오방이 이젠 퇴행산업인지 노래방은 수십 개 보이는데 비디오방은 단 한 곳도 없다. 하긴... 나도 비디오방 안 가 본 지 어언 7~8년 넘은 것 같으니... 이를 어쩐다... 이 어정쩡한 시간을 어찌 때울꼬...생각하며 한 블록 이상 걷다가 맞은편 길에 'DVD 감상실'을 발견했다. 찾.았.다... DVD 감상실이란 곳을 처음으로 들어가 봤다. 영화 말고 외국 뮤지컬 같은 것도 있겠다 싶어서 찾았더..

2003/brief comment 2004.01.01

한 끝은 겨울의 문턱에, 다른 한 끝은...

1. ... 난처하면서도 안타까운 일이 벌어질 조짐이다. 몇몇 직원에 대한 구조조정 겸 인원 정리 문제가 서서히 수면 위에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오늘만 해도 3명에 대한 얘기를 들었다. 셋 다 정확히 내 직속은 아니지만 내 일의 Support를 해 주는 사람들이었고 착하고 열의있고 또 나를 잘 따라주던 이들이라 마음이 너무 아프다. 그리고 내가 어찌할 수 없는 이러한 상황이 또 괴롭다. 98년 IMF 구조조정으로 많은 선후배와 동료를 떠나보내야 했던 그 시절과는 또 다른 느낌이다. 물론 그 당시보다 지금은 같이 생활한 시간이 짧긴 하지만 그 때의 직위에서 느꼈던 것과 지금의 직위 및 처지에서 느끼는 게 뭐랄까 다른 질감의 아픔이다. 다른 차원의 안타까움, 다른 차원의 난처함이다... 아... 기분 XX..

2003/brief comment 2004.01.01

Proof - 닮기 그리고 벗어나기...

어제 며칠 전부터 벼르고 있었던 연극 '프루프'를 봤다. 기자들이 모두 앵무새는 아닐진대 대부분 입을 모아 '대본-연출-연기' 3박자가 훌륭히 조화된 작품이라는 호평기사들 뿐이었다. 그래서 특히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연극을 본 결과는... 호평의 헤드라인이 별로 틀리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근래 본 연극 중 보기드물게 탄탄한 대본이었고, 추상미를 비롯한 배우들의 연기도 무척 훌륭했고, (특히 추상미는 너무나 적역이었다. 그리고 캐서린은 많은 여배우들이 탐할 만한 캐릭터였다.) 약간의 미스터리 형식을 완급을 조절해 가며 표현한, 그리고 한 장소에서 극을 펼쳐나간 연출도 깔끔했다. 각각의 막 구성을 반전의 내용으로 서프라이징 엔딩 처리한 점, 과거와 현실을 교묘하게 잘 교차시킨 점 등도 인상깊었다. 극의 내용..

2003/brief comment 2004.0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