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 82

프린지 페스티벌에서

지난 8월말에 그루랑 주말 나들이겸 홍대앞 프린지 페스티벌에 갔었다. 토요일이었으면 오히려 북적북적 행사가 많았었을 텐데 일요일의 홍대앞은 정말 고즈넉하기까지 했다. 여러 화랑들에서 전시되고 있는 작품들 구경하고 홍대 거리 여기저기의 전시품들 보고 저녁에 열리는 공연도 보고 그랬다. 아래 사진은 그루 아빠의 연출 사진이다. 야외에 전시된 작품 앞 풀밭에 꽂혀 있던 팻말이었는데 대학원 신문국장으로서의 작업의식이 발동했는지 그루에게 들려서 사진을 찍었다. 물론, 연대 대학원 신문의 프린지 페스티벌 기사의 사진들에 그루의 이 사진도 실렸다. 생후 38개월만에 신문에 난 거지...

2004/photo essay 2004.09.16

자전거 타는 그루

한동안 오토바이를 타다가 (아동용 오토바이는 사고 방지를 위해 속도가 무지 느리다) 페달 누르고 있으면 느릿느릿 가는 오토바이보다는 자기가 페달을 움직이는 만큼은 빨리 가는 자전거에 요즘은 재미를 붙였다. 처음엔 집에 가서 자전거 크기를 보고는 깜짝 놀랐다. 근데 그 크기가 가끔 공원에서 얻어타던 자전거 크기랜다. 지보다 훨씬 큰 자전거를 놀랍게도 잘 탄다. (아니, 잘 탄다고 한다. 자전거를 사고나서 처음 며칠은 내가 직접 보지 못했고 며칠 있다 그루가 감기를 앓아서 바깥 출입을 한동안 못하는 바람에 그루가 타는 것을 보지는 못했다.) 2주 전쯤에 찍은 사진인데 이제서야 스캔받아서 지금 올린다...

2004/photo essay 2004.09.16

기쁘다...

어제 여름옷들을 정리하다가 문득 든 생각에... 요즘 바지를 입을 때마다 바지가 헐렁해서... 혹시나 하고... 붙박이장 깊숙이 넣어 두었던 임부복들을 따로 보관해 놓은 박스를 꺼냈다. 거기에는 그루를 갖고 그 이후로 입지 못했던 Jean류의 바지 5벌이 있다. 그루를 낳고 몇 달이 흘러 한번 입어 보았지만 히프쯤에서 다 걸리는 바람에 눈물을 머금고 처박아 두었던, 하지만 언젠가는 입을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싶어 차마 못 버리고 보관해 두었던... 만세! 입어보니 5벌 중 4벌이 맞았다. (남은 1벌도 입을 수 있긴 했지만 너무 딱 맞아서... 사실 그 한 벌이 제일 이쁜 거였는데...) 기쁘다. 3 여년만의 쾌거다!

2004/monologue 2004.09.14

잃어버린, 금요일의 즐거움

언제부터인가 (한 두세 달 전부터인 것 같다) 금요일 저녁이 되어서야 그것도 누군가가 오늘이 금요일이었다고 얘기를 해 줘서야 아! 오늘이 금요일이었구나... 갑자기 그때부터 괜히 억울해진다. 5일근무제에 해당하는 사람도 아니지만 그래도 왠지 금요일에는 내일이면 주말이라는 괜한 기대감에 하루를 버티는 큰 힘이 되는데, 오늘이 금요일이라는 사실을 꼭 금요일이 다 저물어가는 저녁 때에서야 알게 된 것에 대한 억울함이다. (나도 불쌍하게 생각한다. 요일 감각도 없이 일하고 있는 내가...) 오늘은 그나마 1시간 전쯤 그러니까 오후 4시30분쯤 오늘이 금요일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아... 오늘이 금요일이다......

2004/monologue 2004.09.10

가을비 내리는 날, 선인장을 사다

비가 오고... 태풍 때문인지 날씨도 꽤 쌀쌀하다. 그래서인지 저번 비보다 오늘 훨씬 더 가을비 같다. 출근하는 지하철 내내 자다가 '논현역입니다' 소리에 잠이 덜 깬 상태로 부시시 내려 언제나처럼 자동메모리된 기계같이 늘 나가던 출구를 향해 걷다가 갑자기 걸음을 멈추고 방향을 돌려 지하철역 광장에 있는 꽃집에 갔다. 지금 내 사무실 책상 위엔 이름을 잊어버린 미니 화분이 하나 있다. 그 화분 역시 1년전쯤 논현역 안의 꽃집에서 샀다. 주인이 1주일에 한번씩은 물을 주라고 했고 난 가끔 생각날 때마다 커피 마시기 전에 빈 종이컵에 물을 담아 부어 주었고 음... 내 생각에 1~2주일에 한 번꼴을 그렇게 했던 것 같은데 총 여섯 줄기 중 두 줄기가 시들었다. (그래도 남은 네 줄기는 키가 꽤 컸다...) ..

2004/monologue 2004.09.07

Art - 남자들의 우정에 관하여

남자들은 은연 중에 친구에 대해 관대해야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힌다. 그러면서 친구가 나를 이해해 주리라 믿는다. 하지만 속마음은 다르다. 서로에 대한 바램과 믿음이 가득하면서도, 그것이 뜻대로 이루어지지 않았을 경우에는 진실하게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지 않는다. 남자들에게 있어서 그런 표현은 낯뜨거운 짓이다. 흔히 남자들의 우정은 여자들보다 ‘찐하다’고 한다. 여자들은 남자친구를 사귀거나 결혼하면 우정이 끝나는데 비해 남자는 사회생활을 할수록 더 깊어진대나. 그런데 과연? 연극 ‘Art’는 남자들의 우정이 세상에 미화되어 있는 것만큼 그리 편하거나 자유롭지 않다는 것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작품이다. 친구 그리고 남자라는 이유만으로 '나는 너를 이해하고 너는 나를 이해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그 당연함이 깨져..

2004/brief comment 2004.09.02

9월이다...

원래 기억에 9월 중순까지 반팔을 입었었던 것 같은데 왜 날씨가 이렇게 빨리 서늘해질까 의아해 했었더니 아니나다를까 늦은 더위가 다시 찾아왔다. 9월이네... 달이 바뀌어도 계절이 바뀌어도 별다른 감흥도 없고 갈수록 무디어지는... 참, 어제 화났던 것... 한나라당의 촌극 사건에 대한 얘기들을 인터넷 보도 상으로 접했을 때 미친 놈들, 별 짓을 다 하고 있네 생각했었고 대변인이 '그냥 연극일 뿐... '이라고 했을 때에도 연극을 모독하는군 했었는데 어젯밤 TV에서 그 촌극 끝장면의 커튼콜을 보는 순간 갑자기 꼭지가 확 돌았다. 커튼콜을 하는데 '연극이 끝나고 난 뒤' 노래가 나오고 있었다. '연극이 끝나고 난 뒤'는 연극을 해 본 사람이라면 남다른 애정과 특별한 감흥,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아우라를 갖..

2004/monologue 2004.09.01

올림픽이 조금은 아름다운 이유

아테네 올림픽을 되돌아보는 많은 TV 영상들, 그리고 기사들에서 내가 알지 못했던 꽤 많은 것들이 발견되었다. 제대로 언론의 조명을 받지도 못하고 있는 은메달, 동메달리스트 그들의 환한 얼굴 그리고 멋진 모습들. 무릎을 꿇고만 수많은 세계기록 보유자들. 그리고 새롭게 등장한 승자들... 늘 올림픽 때마다 나를 짜증나게 하는 두 가지. 첫 번째는 금메달 지상주의의 우리나라 태도. 미국의 경우는 전체 메달 총계로 국가별 순위를 발표한대는데 미국이 하는 일들 중에 그건 그래도 옳은 일인 것 같다. 결승전에서 아깝게 패했을 때에 그 당시에는 분하고 안타까울 수 밖에 없겠지만 시상대에 올라서서 환하게 웃는 우리 나라의 은메달리스트, 동메달리스트를 나도 보고 싶다. 그들이 자신을 자랑스러워하고 기뻐할 수 있게 분명..

2004/monologue 2004.08.31

The Terminal

어제 우연히 지갑을 뒤져 보니 이미 시일이 지난 쿠폰들이 잠자고 있었다. 그러다가 발견한 것, CGV 무료관람권이 한 장 있었는데 기한이 8월말까지다. 다행히 눈에 띈 김에 활용해야겠다 싶어 혼자 후여후여 극장에 가서 'The Terminal'을 보았다. 뭐... 예상한 대로의 휴머니즘 영화... 중간중간 웃음을 터뜨리게 하는 부분들도 있었고 톰 행크스의 연기도 실망시키지 않았고... 그래도 여전히 가식적인 미국식 휴머니즘이 반갑지는 않다.

2004/brief comment 2004.08.27

11분

코엘료의 '연금술사'에 조금 마음이 동하여 또다른 소설 '11분'을 사서 오가는 지하철에서 3일만에 다 읽었다. 아무런 사전정보 없이 읽기 시작한 거라 제목이 뜻하는 바가 무엇인지 몰랐다. 중간쯤 읽다가 그 '11분'이 무슨 의미인지 나오게 되는데 지하철에서 읽다가 피식 웃었다. 뭐... 그냥그냥 재미있는 책이긴 했는데 그렇게 새로운 건 아니었고... 어떤 외신의 짧은 서평을 나중에 잠깐 보니 '남자가 이렇게 완벽하게 여자 입장에 서서 쓴 글을 읽어보기는 처음이다. 코엘료는 여자의 느낌과 두려움을 잘 알고 있다.'고 되어 있던데 전적으로는 동의하기 힘든 말이다. 꽤 상당 부분 남성적 시각이 드러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난번 연금술사도 그런 면이 없지 않았는데 '11분' 역시 이야기를 끝맺어가는 부분..

2004/brief comment 2004.08.25

그루와 함께 디즈니 아이스 쇼에 가다

그루가 좋아할 것 같아서 알음알음 부탁하여 디즈니 아이스쇼 티켓을 겨우 구했다. 역시 내 예상대로 그루는 꽤 오랜 시간 내내 거의 넋을 잃고 보고 있었다. 디즈니의 여러 동화 및 애니메이션 스토리들을 물론 알지 못하기에 완벽하게 이해한 건 아니겠지만 예쁜 캐릭터들, 화려한 스펙터클적 요소, 스케이팅 스킬들만으로도 그루의 마음을 뺏어가기에 충분했다. 공연 성황이라는 뉴스는 마케팅 차원의 속임수였고 공연장(체조경기장)의 절반 가까이 비어 있었다. 지나치게 티켓 가격을 높게 책정하여 성공하기 어렵지 않을까 예상했었는데 역시나였다. 하우스 운영도 빈틈이 너무 많았다. 덕분에 24개월 유아 이상은 티켓을 구입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37개월인 그루는 무사 통과였고 어렵사리 구한 S석 초대권으로 R석 자리에서 관람했다..

2004/brief comment 2004.08.21

연금술사

자아의 신화를 이루어내는 것이야말로 이 세상 모든 사람들에게 부과된 유일한 의무지. 자네가 무언가를 간절히 원할 때 온 우주는 자네의 소망이 실현되도록 도와준다네. 늙은 왕이 산티아고에게 해 준 이 말은 약간의 변주가 여러 차례 반복되는 등 이 책의 전체를 지배하고 있는 가장 주요한 정서 내지는 테마다. 나 역시 계속 읽다 보니 머리속 한 구석에 맴돌게 된 문구가 바로 이 말이다. 재미있게, 그리고 유익하게 읽을 수 있었던 책. 여자에 대한 시각, 지나치게 유심론적인 면, 엔딩 부분 등은 좀 맘에 들지 않긴 했지만 꽤 괜찮은 책이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들었던 두 가지 생각. 첫번째는, 이 놈의 생활이 대체 언제 나아질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평소의 내 소신에 어긋나게도 사무실 내에서 회자되기도 했던, ..

2004/brief comment 2004.08.20

나의 연극열전 네번째 - 택시 드리벌

몇 년 전 최민식 주연으로 이 공연이 올려졌을 때에 무지무지 보고 싶었었는데 이런저런 이유로 놓치고 말았다. 해서, 연극열전 전체 일정을 보고 처음에 동그라미쳤던 작품들 중 하나...요즘 대학로에서 유일하게 흥행성적이 좋다는 공연답게 통상 가장 관람률이 부진한 화요일임에도 불구하고 보조석을 판매할 만큼 객석은 꽉꽉 들어차 있었다. 소문답게 공연 도중 객석은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어쩌면 다른 이유가 아니라 바로 이것 때문에 이 공연이 인기가 높은 지도 모른다. 별로 심각하지 않은, 실컷 웃을 수 있는 재미있는 공연...) 장진 특유의 말재간이 이 작품 역시 잘 발휘되어 있었다. 하지만 난 약간 실망했다. 무엇보다도 전체적인 대본 구성이 좀 허술했다. 이야기의 가장 큰 줄기인 두 가지, 그러니까 택시기사..

2004/brief comment 2004.08.18

Chagall - the magician of color

일요일에 그루, 그루 아빠와 함께 샤갈 전시회를 보러 갔다. 너무 좋았다. 사람 많은 것만 빼고는... 줄지어서서 기다려서 줄지어서 관람한 건 처음인 것 같다. 요즘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전시인 데다가 방학 숙제를 위한 학생들 인파까지 사람은 정말 무지 많았다. 이제까지 미술 전시회는 가끔 보러 갔었지만 이번 샤갈전처럼 마음에 쏙 들었던 적은 별로 없었던 것 같다. 색채의 마술사라는 명성 그대로 그림의 Color들이 정말 기가 막히게 뛰어났다. 작품들에 가장 많이 드러나 있는 하늘을 나는 꿈 테마도 좋았고 (그의 그림에 나오는 사람들 대부분이 하늘을 날고 있다...) 자신이 사랑하는 두 여인, 아내와 딸이 작품의 소재로 자주 등장하는 것도 마음에 들었고... (보통 삶 자체도 자유분방의 극단을 달리..

2004/brief comment 2004.08.09

대화법

엊그제 우연히 한 여성잡지에서 표민수 PD 인터뷰 기사를 접했다. 노희경 작가와 콤비를 이루어 좋은 연출을 많이 보여주었던 탓에 관심있게 읽어 보았다. 모르고 있었는데 요즘 하고 있는 드라마 '풀하우스'가 그의 연출작이었다. 그의 인터뷰 기사 중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자신이 이 드라마를 통해 얘기하고 싶은 것 중의 하나가 바로 '대화법'이랜다. 사람은 두 가지 타입의 대화법을 가지고 있는데 어떤 사람은 너무 직설적인 화법을 쓰기에 자신은 마음편하지만 상대방은 마음이 다치기 쉬운... 또 다른 사람은 너무 상대방을 배려하는 화법을 쓰기에 상대방은 편안하지만 자신은 너무 힘들어할 할 수 밖에 없는... (표 PD의 말로는 송혜교가 전자, 비가 후자랜다. 사실 난 그 드라마를 안 보기 때문에 그러한 게 잘 드..

2004/monologue 2004.08.09

Rent - no day but today

뮤지컬 업계에 몸담고 있지만 사실 난 뮤지컬보다는 연극 그러니까 정극을 더 좋아한다. 연극에 대한 각별한 애정도 그렇고 스펙터클 위주의 일종의 엔터테인먼트와 같은 뮤지컬보다는 인간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 담긴 정극이 내 취향에는 더 맞다. 그런데 최근에 직업상 뮤지컬들을 계속 접하면서 느낀 것은 꽤 괜찮은 뮤지컬 텍스트가 많다는 것이다. 특히 오프 브로드웨이 출신 작품들 중에 작품성이 좋은 작품들이 역시 많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어제 본 'Rent' 역시 그러한 우수한 작품 중의 하나였다. 이 작품은 2000년부터 국내 한 극단에서 꾸준히 공연으로 올려 뮤지컬 마니아들의 사랑을 꾸준히 받고 있는 작품으로 국내 유명 뮤지컬 배우들이 거의 다 거쳐갔던 작품이다. 이번 공연은 이제까지와의 공연과는 달리 2..

2004/brief comment 2004.08.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