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저녁.
(토요일임에도 불구하고 저녁에 퇴근)
"그루야, 내일 엄마 회사 안 나가는 날이다!"
"그럼, 내일 일요일이야?"
"응, 그루야, 좋아?"
"응!"
(같이 놀다가 밤 11시 45분경)
"그루야, 이제 밤이야, 너무 늦었어.
엄마, 이제 집에 갈 테니까 너도 얼른 코~ 자?
그래야 내일 또 신나게 놀지."
"(고개를 푹 숙이고 눈물을 글썽이며)
엄마야, 쫌만 더 놀아 줘~"
"(난데없는 반응에 놀라고, 그리고 마음이 짠~하여)
그래, 그럼 쫌만 더 놀아 줄게."
(또 같이 놀다가 밤 12시경)
"그루야, 이제 진짜 늦었어. 너 빨리 자야지.
엄마, 집에 갈게."
"(자기 아지트로 삼고 있는 볼 텐트에 쑥 들어가더니
고개를 또 처박고 삐죽삐죽... 단단히 삐쳤다는 표현이다)"
"그루야, 그럼 오늘은 아파트 가서 엄마랑 같이 자자.
같이 있다가 자고 또 내일 같이 일어나면 되지?!"
아파트 가서 자자고 하면 싫다고 할머니랑 잔다고 하던 놈이
그 날은 엄마랑 같이 잔다고 따라 나선다.
그래서 아파트 데려와서 1시 넘게까지 놀다가 함께 잤다.
(나는 같이 놀아 주다 피곤해서 먼저 자고
결국은 지 아빠가 마저 놀아주고 재웠다)
일요일 저녁.
(하루를 함께 보내고 저녁 늦은 시간)
"그루야, 이제 엄마랑 아빠 간다. 얼른 코~ 자라. 엄마 뽀~"
"응. (뽀뽀하고 나서는) 근데, 엄마 내일 회사 가?"
"그럼, 내일은 엄마 회사 가는 날이지."
"(갑자기 휙 돌아서더니 입을 쭈욱 내밀고 삐죽삐죽...하다가
그루 특유의 모션으로 이불 위로 쓰러진다.
또 단단히 삐쳤다는 표시다)"
"그루야, 엄마 일요일만 회사 안 가잖아. 내일은 회사 가야 해."
"(난데없이 나한테 달려들어 마구 때리기 시작한다.
책도 집어던진다. 안 피했으면 얼굴에 맞을 뻔 했다.
그러더니 나를 방 안에 두고 자기는 나가서 문을 확 닫는다.
그루가 가끔 하는 행동으로, 나를 가두는 의미다.)
결국에 삐쳐 있는 그루를 두고 그냥 집을 나섰다.
지 아빠가 그런다.
"엄마가 별로 해 주는 것도 없어도 이제 엄마를 되게 찾네."
마음에 걸린다.
최근 그루가 계속해서 엄마를 찾고 그러는데
일이 많아서 맨날 늦게 들어가니...
좋은 아내도, 좋은 엄마도 아닌
나는
그럼 좋은 뭐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