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monologue

지난 주말, 그루와의 대화

spring_river 2004. 10. 11. 17:03

토요일 저녁.

    (
토요일임에도 불구하고 저녁에 퇴근
)

    "
그루야, 내일 엄마 회사 안 나가는 날이다
!"
    "
그럼, 내일 일요일이야
?"
    "
, 그루야, 좋아
?"
    "
!"

    (
같이 놀다가 밤 11 45분경
)

    "
그루야, 이제 밤이야, 너무 늦었어
.
    
엄마, 이제 집에 갈 테니까 너도 얼른 코~
?
    
그래야 내일 또 신나게 놀지
."
    "(
고개를 푹 숙이고 눈물을 글썽이며
)
    
엄마야, 쫌만 더 놀아 줘
~"
    "(
난데없는 반응에 놀라고, 그리고 마음이 짠~하여
)
    
그래, 그럼 쫌만 더 놀아 줄게
."

     (
또 같이 놀다가 밤 12시경
)

    "
그루야, 이제 진짜 늦었어. 너 빨리 자야지
.
    
엄마, 집에 갈게
."
    "(
자기 아지트로 삼고 있는 볼 텐트에 쑥 들어가더니

     
고개를 또 처박고 삐죽삐죽... 단단히 삐쳤다는 표현이다)"
    "
그루야, 그럼 오늘은 아파트 가서 엄마랑 같이 자자
.
     
같이 있다가 자고 또 내일 같이 일어나면 되지
?!"
   
아파트 가서 자자고 하면 싫다고 할머니랑 잔다고 하던 놈이

   
그 날은 엄마랑 같이 잔다고 따라 나선다.
   
그래서 아파트 데려와서 1시 넘게까지 놀다가 함께 잤다
.
    (
나는 같이 놀아 주다 피곤해서 먼저 자고

    
결국은 지 아빠가 마저 놀아주고 재웠다)


일요일 저녁
.

    (
하루를 함께 보내고 저녁 늦은 시간
)
 
    "
그루야, 이제 엄마랑 아빠 간다. 얼른 코~ 자라. 엄마 뽀
~"
    "
. (뽀뽀하고 나서는근데, 엄마 내일 회사 가
?"
    "
그럼, 내일은 엄마 회사 가는 날이지
."
    "(
갑자기 휙 돌아서더니 입을 쭈욱 내밀고 삐죽삐죽...하다가

     
그루 특유의 모션으로 이불 위로 쓰러진다.
     
또 단단히 삐쳤다는 표시다
)"
    "
그루야, 엄마 일요일만 회사 안 가잖아. 내일은 회사 가야 해
."
    "(
난데없이 나한테 달려들어 마구 때리기 시작한다
.
     
책도 집어던진다. 안 피했으면 얼굴에 맞을 뻔 했다
.
     
그러더니 나를 방 안에 두고 자기는 나가서 문을 확 닫는다
.
     
그루가 가끔 하는 행동으로, 나를 가두는 의미다
.)

    
결국에 삐쳐 있는 그루를 두고 그냥 집을 나섰다
.
   
지 아빠가 그런다
.
    "
엄마가 별로 해 주는 것도 없어도 이제 엄마를 되게 찾네
." 

마음에 걸린다
.
최근 그루가 계속해서 엄마를 찾고 그러는데

일이 많아서 맨날 늦게 들어가니...

좋은 아내도, 좋은 엄마도 아닌

나는
그럼 좋은 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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