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monologue

가을비 내리는 날, 선인장을 사다

spring_river 2004. 9. 7. 16:29

비가 오고...
태풍 때문인지 날씨도 꽤 쌀쌀하다
.
그래서인지

저번 비보다
오늘 훨씬 더 가을비 같다.

출근하는 지하철 내내 자다가

'
논현역입니다' 소리에
잠이 덜 깬 상태로 부시시 내려
언제나처럼 자동메모리된 기계같이
늘 나가던 출구를 향해 걷다가
갑자기 걸음을 멈추고
방향을 돌려
지하철역 광장에 있는 꽃집에 갔다.

지금 내 사무실 책상 위엔

이름을 잊어버린 미니 화분이 하나 있다.
그 화분 역시 1년전쯤 논현역 안의 꽃집에서 샀다
.
주인이 1주일에 한번씩은 물을 주라고 했고

난 가끔 생각날 때마다
커피 마시기 전에 빈 종이컵에 물을 담아 부어 주었고

... 내 생각에 1~2주일에 한 번꼴을 그렇게 했던 것 같은데
총 여섯 줄기 중 두 줄기가 시들었다.
(
그래도 남은 네 줄기는 키가 꽤 컸다
...)
두 줄기가 사라져 버린 왠지 모를 허전함에

꼬마 화분을 하나더 사야겠다고 생각하던 참이었다.

꽃집이 작아서인지

맘에 딱 드는 화분, 그러니까 초록잎 위주의...
그런 괜찮은 화분이 없었다
.
꽃 화분은 갖다 놓으면 화사할 것 같긴 해도

내가 꽃을 계속 잘 피게 할 수 있을지 자신이 없고...
이것저것 보다가

선인장을 사기로 했다.
가시가 뾰족뾰족 나 있는 선인장류는 별로 맘에 들지 않았다
.
그러다가 조그만 선인장 하나를 발견했는데

있는듯 없는듯 아주 가늘고 섬세한 가시들이
바깥쪽으로 둥그렇게 휘말려져 있는
어찌 보면 약간 우아하게도 보이는 모습의 선인장이었다.
가시가 너무 가늘어서 이게 가시가 맞나 싶어

손가락을 대어 보니 따끔 아프다
.
맘에 들었다
.
부드러운 듯하면서도 매서운 가시
...

그래서 지금 내 책상 위에 식구가 하나 더 늘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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