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업계에 몸담고 있지만
사실 난 뮤지컬보다는
연극 그러니까 정극을 더 좋아한다.
연극에 대한 각별한 애정도 그렇고
스펙터클 위주의 일종의
엔터테인먼트와 같은 뮤지컬보다는
인간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 담긴
정극이 내 취향에는 더 맞다.
그런데 최근에 직업상 뮤지컬들을 계속 접하면서 느낀 것은
꽤 괜찮은 뮤지컬 텍스트가 많다는 것이다.
특히 오프 브로드웨이 출신 작품들 중에
작품성이 좋은 작품들이 역시 많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어제 본 'Rent' 역시 그러한 우수한 작품 중의 하나였다.
이 작품은 2000년부터 국내 한 극단에서 꾸준히 공연으로 올려
뮤지컬 마니아들의 사랑을 꾸준히 받고 있는 작품으로
국내 유명 뮤지컬 배우들이 거의 다 거쳐갔던 작품이다.
이번 공연은 이제까지와의 공연과는 달리
20대 젊은 배우들로 새롭게 물갈이를 한 공연이었는데
이전의 Rent를 보지 못했던 나로서는
괜찮은 작품 하나를 알게 되었긴 했지만
이번 공연에 대한 만족도는 사실 좀 충분치 않았다.
그 이유는 추후 설명하고...
뮤지컬 'Rent'는 오페라 '라 보엠'을 현대적으로 탈바꿈한 것인데
그러니까 파리의 보헤미안들이 아닌
뉴욕의 가난한 젊은 예술가들의 삶이 주요 내용으로
그들을 죄어매는 현실의 문제들
에이즈, 마약, 물질만능주의 사회환경들이 드러나 있다.
이 작품은 극본, 가사, 음악을 모두 만든 조나단 라슨의
비극적인 라이프 스토리로도 유명한데,
7여년에 걸친 오랜 작업을 거쳐 드디어
오프 브로드웨이 초연을 하기 바로 전날 요절한 것이다.
자신의 작품이 무대에 오르는 것을 보지 못하고 숨을 거두었지만
이 작품은 뮤지컬 관련 주요 상들을 석권하며
그의 이름을 빛내 주었다.
그 명성 그대로 이 작품은 전체의 스토리라인 및 실험정신, 철학,
그리고 뮤지컬 넘버들 모두 매우 주옥같았다.
이번의 Rent 공연이 젊어진 데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점수를 주고 싶다.
이 작품의 특성 등을 고려했을 때에
젊은 배우들을 캐스팅하는 것은 적절한 시도라 할 수 있고
또 젊은 배우들의 역량을 키우기에 적격인 작품이라 생각된다.
하지만 이번 Rent 공연은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었는데
가장 문제는 '연출'의 문제라 생각된다.
전체적으로 설익은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작품 깊숙이 내재되어 있는 중요한 정신들이
제대로 드러나지 않는 배우들의 연기가
단지 배우들의 연륜이 짧은 탓으로 여겨지지 않으며,
전체적으로 이번 공연의 연출이 좀 미흡한 것으로 생각되었다.
가사 전달력이 약했던 점,
각 씬별 끝나는 순간의 조명과 음악의 호흡이 부족한 면도
아쉬운 점 중의 하나다.
전반적으로는 볼 만한 공연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작품 자체의 훌륭한 Value들이 제대로 살아나지 않음에는
어쩔 수 없는 안타까움이 든다.
2막에 등장하는 뮤지컬 넘버 'Seasons of Love'를 보면
뮤지컬 렌트'의 주제가 잘 반영되어 있다.
1년을 분으로 계산하면 525,600분으로,
이 길다면 긴 시간동안 다른 감정에 싸여 시간을 낭비하지 말고
사랑하는 것에 집중하라는 노랫말인데,
이 작품의 슬로건이기도 한
'No Day But Today'(우리에겐 오늘밖에 시간이 없다) 와도
연결되어 있다.
비록 현실은 어둡고 암울하지만
그 안에서 삶의 의미와 행복을 찾고자 했던
젊고 가난하지만 자유분방한 창조정신을 엿볼 수 있다.
급작스러운 그(조나단 라슨)의 요절이 예견했듯이...
'2004 > brief comment'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의 연극열전 네번째 - 택시 드리벌 (0) | 2004.08.18 |
---|---|
Chagall - the magician of color (0) | 2004.08.09 |
Beauty and the Beast (0) | 2004.08.04 |
Jekyll & Hyde - 배우 조승우 발견하다 (0) | 2004.07.28 |
Blood Brothers - 배우 이석준 발견하다 (0) | 2004.07.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