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최민식 주연으로 이 공연이 올려졌을 때에
무지무지 보고 싶었었는데 이런저런 이유로 놓치고 말았다.
해서, 연극열전 전체 일정을 보고
처음에 동그라미쳤던 작품들 중 하나...
요즘 대학로에서 유일하게 흥행성적이 좋다는 공연답게
통상 가장 관람률이 부진한 화요일임에도 불구하고
보조석을 판매할 만큼 객석은 꽉꽉 들어차 있었다.
소문답게 공연 도중 객석은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어쩌면 다른 이유가 아니라 바로 이것 때문에
이 공연이 인기가 높은 지도 모른다.
별로 심각하지 않은, 실컷 웃을 수 있는 재미있는 공연...)
장진 특유의 말재간이 이 작품 역시 잘 발휘되어 있었다.
하지만 난 약간 실망했다.
무엇보다도 전체적인 대본 구성이 좀 허술했다.
이야기의 가장 큰 줄기인 두 가지,
그러니까 택시기사로서의 애환과
비극적 첫사랑에 대한 두 가지 테마가
서로 자연스럽게 섞이지 못하고
잘 어울리지 못한 채 따로 노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그리고 주인공인 장덕배의 캐릭터 설정이 부족한 듯 했다.
장진이라는 인물이 젊은 나이에 꽤 능력있고 재기넘치는
시체말로 '난 놈'이라는 건 인정하는 바이지만
이러한 부분들은 솔직히 연륜이 아직 쌓이지 않은 탓 같다.
내가 본 공연은 정재영씨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공연이었는데
연기 자체는 뭐 크게 흠잡을 건 없었지만
(보진 못했지만 상상해 보면) 최민식씨에 비해서는
어쩔 수 없이 그만큼의 느낌은 덜한 것 같았다.
무대세트 및 무대연출은 인상적이었다.
많은 에피소드들을 만들어가는 조연들
(실상 에피소드들에서는 그들이 주연이다) 연기도 안정적이었다.
공연을 보면서 그런 생각은 가끔 들었다.
택시 운전사들이 저런 고달픔, 애환들이 있겠구나...
그래, 어찌 보면 택시라는 저 공간이
우리 사회의 자화상일 수도 있지...하는.
근데
나는 괜히 쓸데없이 말시키는 택시 기사들이 정말 싫다.
물론 혼자만의 갇힌 공간에서
하루종일 외롭고 심심하겠다는 생각을 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나는 택시 기사의 얘기에 그냥 입을 다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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