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들은 은연 중에
친구에 대해 관대해야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힌다.
그러면서 친구가 나를 이해해 주리라 믿는다.
하지만 속마음은 다르다.
서로에 대한 바램과 믿음이 가득하면서도,
그것이 뜻대로 이루어지지 않았을 경우에는
진실하게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지 않는다.
남자들에게 있어서 그런 표현은 낯뜨거운 짓이다.
흔히 남자들의 우정은 여자들보다 ‘찐하다’고 한다.
여자들은 남자친구를 사귀거나 결혼하면 우정이 끝나는데 비해
남자는 사회생활을 할수록 더 깊어진대나.
그런데 과연?
연극 ‘Art’는 남자들의 우정이 세상에 미화되어 있는 것만큼
그리 편하거나 자유롭지 않다는 것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작품이다.
친구 그리고 남자라는 이유만으로
'나는 너를 이해하고 너는 나를 이해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그 당연함이 깨져 버린다.
그림 한 점 때문에 서로 앞에 완전히 발가벗겨진 세 친구.
(갈등의 현장에는
이해와 우정에 대한 문제, 예술적 취향 및 철학의 문제,
그리고 생활수준의 변화에 따른 계급적 갈등의 문제,
친구간의 주도권의 문제 등이 얽혀 있다)
서로에 대한 질투와 서운함, 애정이 한꺼번에 폭발하지만
어디 이런 얘기를 해 본 적이 있어야지.
소통하고자 하는 마음은 간절하지만 그 방식은 너무나 서투르다.
그게 남자들 사이의 우정이다.
술 취하면 친구들끼리 객기 부리고 주먹다짐까지 해 대는
남자들을 봐 오면서
가끔 그런 생각을 했었다.
남자들은 왜 그럴까...
이 공연을 보면서 어렴풋했던 생각이 뚜렷해짐을 느꼈다.
그렇다.
남자들은...
소통에 서투르다!
그게 내면의 진실한 소통, 솔직한 소통일 경우,
그리고 더더군다나 남자끼리일 경우...
연극 'Art'는
매우 유쾌한 작품이다.
그러나 결코 가볍지만은 않은 유쾌함이다.
그리고 이 작품은
탄탄한 희곡과 재능있는 배우만으로도
충분한 작품이다.
더 이상의 군더더기가 필요치 않은
매우 규모있는 좋은 연극이다.
권해효팀의 공연을 보았다.
세 사람 각각의 연기 및 연기 앙상블은 뛰어났고
연출, 그리고 희곡번역도 우수했다.
공연 내내 객석에서는 폭소가 끊이지 않았다.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공연장은 거의 꽉꽉 찼다.
중년 관객들도 꽤 눈에 띄었다.
처음엔 정보석이나 권해효 같은 인지도높은 배우들
때문인지 의아해 하기도 했는데
그것보다는 작년 공연부터 꾸준히 쌓아온
공연에 대한 좋은 입소문도 크게 작용된 듯하다.
소수 연기자의 연기 앙상블,
장기 공연,
중년 관객층으로의 확산...
준비 중인 'I LOVE YOU' 공연을 위해
여러 모로 고민 중인 요소들인데
좋은 Case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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