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56

30년만에 끊다!

매일매일 최고기온을 경신하고 있는 정말이지 너무 힘든 이번 여름이다... 오늘은 '신문'에 대한 기록~ 기억을 돌이켜 보면, 고등학생 때부터 날마다 신문을 봐 왔다. 대학생 때 하숙하면서도 정기구독을 해서 보았고 지금까지 그래왔다. 직장을 다닐 때에는 늘 출근길에 현관 앞의 신문을 집어들어 가방에 넣고나와 전철 안에서 읽는 게 일상이었다. 그러던 내가 신문을 보지 않게 된 건 MB시절 때부터였다. 세상 뉴스에 대한 '화'가 신문에까지 미쳐 어느덧 서서히 멀리하게 되었다. 1~2년전부터는 그래도 매일 조금이라도 시간을 할애해서 보자 하고 마음먹기도 했지만 안 보던 습관이 상당기간 계속되었더니 어느새 그것도 쉽지 않았다. 내가 보지 않아도 그루 아빠가 보기 때문에 신문은 계속 구독을 해 왔다. 그런데 며칠 ..

2018/monologue 2018.08.01

그래, 생각해보니...

진보정당에 뜻을 두고 지지해 온 지 대학시절 진학련에서부터 거의 27년이 되어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전 정당들까지는 이념 차이나 일부 활동 등 전부가 맘에 들지는 않는다는 이유로 정당에 가입하지는 않았고 아주 가끔 개인 후원 정도만 했었다. 생애 처음으로 오늘 정당에 가입하고 (적지만) 매월 당비 납부를 약정했다. 그래, 생각해보니 그동안 표만 줄 게 아니라 돈도 줬어야 했다. 나도 잘못했다... (참여연대는 지금까지 18년 넘게 회비를 내고 있으면서도) 진보정당에는 과도하게 엄격하고 야박했다. 너무 늦은 회한이다...

2018/monologue 2018.07.25

The Killing of a Sacred Deer

★★★★ #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의 전작 'The Lobster'와 같이 이 영화 또한 굉장히 파격적인 설정이면서도 어찌 생각하면 정말 그러한 상황들이 일어날 법한 묘한 설득력이 있기에 낯설지만 강렬하게 끌어들이는 힘이 있다. 아가멤논과 이피게네이아 신화에서 모티브를 가져왔다는 이 작품은 누구를 희생양으로 삼아야 할 것인가 하는 극단의 선택 상황에서 이기적인 가족 구성원들의 모습이 펼쳐진다. 아빠에게는 갑자기 말잘듣고 착한 모습을 연출하면서도 다른 가족들에게는 치졸한 경쟁의식을 숨기지 않는 아이들은 그나마 처연하기라도 하지, 아들과 딸 두 사람 중 누가 가치가 있는지 학교 교사에게 묻는 아빠와 아이는 또 낳을 수 있다면서 그 대상에서 자신을 제외시키려는 엄마의 모습은 할 말을 잃게 만든다. 그리고 결국..

2018/brief comment 2018.07.24

그가 있어야 할 곳...

또 믿기 힘든 뉴스가...... 그는 확실히 어느 누구와도 다른 대체불가능한 사람이었다. 그렇기에 더 먹먹하다... 그리고 지금은 그를 좋아하고 호감을 보였던 많은 이들이 그의 선택을 안타까워하고 슬퍼하고 있지만, 만약 그가 그렇게 하지 않은 상태였다면 많은 이들의 말과 글로 그(와 그가 몸담아온 세계까지)는 무자비하게 사망선고를 받았을 것이고 그 또한 이를 너무나 잘 알고 있었을 터이기에 그래서 또 더 화가 나고 서글프다... 그래도...... 그래도...... 꼭 필요한 사람이었기에 많이 그리울 것 같다...... 그 마음이 더 커서 여기저기 퍼붓고 싶은 욕을 간신히 삼킨다...

2018/monologue 2018.07.23

만 17세

며칠 전 그루가 열여덟살 생일을 맞았다. 전날밤 케이크를 사며 아이아빠에게 되물었다. 초 숫자, 열여덟개가 맞아? 진짜? 벌써 열여덟살이야, 그루가?... 아마도 심적으로 느끼는 정신연령이 그보다 한참 아래여서인 듯... 생일날 이런 등기우편이 도착했다. 주민등록증을 1년 내에 만들라는 발급통지서. 와, 얘가 어른이 된 건가? 싶었다가 좀 의아해졌다. 법적 성년은 만 19세인데 왜 주민등록증을 만 17세에 발급받는 거지? 성인이 되었다는 증빙도 아닌 건데 굳이 2년 전에 별 소용도 없이 왜 만들게 하는 거지? 예를 들어 학생이 아닌 청소년의 신분증 역할이라면 법정의무교육기간이 지난 고1 그러니까 만 16세에 받아야 하는 게 아닌가? 그런 목적이 아니라면 그냥 만 19세에 만들면 되는 거고... 음... ..

2018/monologue 2018.07.16

Alex Katz / Pipe Organ Recital

작년말 롯데콘서트홀에 왔을 때 이 곳의 파이프오르간 연주회 한번 와보자 했던 기억에 마침 괜찮아 보이는 연주회가 있어 예매하고 또 다행히 롯데뮤지엄의 Alex Katz 전시기간과 겹쳐 있길래 이날 반차내고 오후에 뮤지엄부터 방문~ 90세의 나이에도 여전히 건재하게 작품활동을 펼치고 있음에 놀라웠던... 이번 전시는 주로 2000년대 이후의 최근 작품들이 전시되고 있었다. 전시의 홍보포인트로 삼았던 CK 시리즈와 Coca-Cola 시리즈보다는 오히려 그의 다른 초상화 작품들과 풍경화, 컷아웃 작품들이 훨씬 더 좋았다. 대형 캔버스에 크롭된 인물을 배치하는 'Crop & Close-up' 스타일과 그 강렬한 컬러 대비 등 그만의 독보적인 작품세계가 매우 또렷하게 다가왔다. 전통적인 스타일의 초상화가 '이야기..

2018/brief comment 2018.07.16

내가 본 월드컵 풍경

운동에 소질이 없기도 하고 스포츠에 크게 관심이 없는 편이다. 자랐던 고향이 워낙 프로야구 강팀이라 그나마 야구는 rule도 조금 알고 가끔 보기도 했지만 축구는 정말 문외한이었다. 그러던 중 회사에서 2002 월드컵 마케팅 TFT에 들어가게 되었고 당시 광고주이자 월드컵 공식파트너였던 Adidas와 Fuji Film의 월드컵 마케팅 프로젝트를 담당하게 되었다. 준비과정 초반에 Case Study 차원에서 시드니올림픽 출장도 갔었으니 아마도 2000년 여름부터 2002년 여름까지 거의 2년간 그 일을 했다. 월드컵 마케팅 그리고 특히 Adidas 때문에 축구를 접하기 시작한 거다. 근데 시작의 계기가 그러했던 지라 축구경기를 보면 난 선수들 유니폼이 어느 브랜드인지부터 먼저 시선이 가고 그 다음으로는 경..

2018/monologue 2018.06.19

Richard Ⅲ

★★★★ # 동일 공연장의 기획공연으로 7년 전에 헝가리어 프로덕션의 이 작품을 본 적이 있긴 한데 현대적인 해석이었다는 느낌만 얼핏 들 뿐 공연의 세부가 잘 기억나지 않는ㅠㅠ 이번엔 (역시 복잡하기 그지없는) 역사적 배경과 셰익스피어가 당시 왕조, 즉 승자의 시각으로 역사를 기록해 패배자 인물에 대한 왜곡이 있다는 비하인드 스토리들까지 대략 예습까지 하고 공연 관람~ # 재작년에 보았던 연극 'An Enemy of the People'의 'Thomas Ostermeier' 연출 및 '샤우뷔네 베를린'의 작품_ 인터미션 없이 진행된 2시간30분 공연 내내 연출의 파격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모래판의 반원형 무대와 드럼 라이브, 레이디 앤에게 구애하는 장면에서의 전라, 리처드의 조카인 어린 왕자들로 구현된 ..

2018/brief comment 2018.06.18

Burning

★★★★ # 매우 오랫동안 기다려 온 이창동의 영화. # 죽는 건 무섭고 아예 없었던 것처럼 사라져 버리고 싶다던 여자의 실종. 고양이, 우물, 비닐하우스... 존재에 대해 의문을 품게 되는 것들... 귤이 있다는 것을 생각하지 말고 귤이 없다는 것을 잊어버리면 된다... 많은 메타포들... 그리고 전작에 이어 이번엔 '소설'. # 무기력한 남자, 알 수 없는 또다른 남자, 갈구하는 여자. 캐릭터 표현이 탁월했던 세 배우. # 불.태.우.다. 불이 붙어서 타다. 마음이 끓어오르다. 그가 불태운다. 그리고 쓰기 시작한다...

2018/brief comment 2018.05.28

Obsession_ NT Live

★★★★ # 세련된 연출 덕분에 자칫하면 진부한 멜로나 신파로 흐를 수 있는 위험이 훌륭하게 극복되었다. Jude Law의 연기도 매우 탁월했고, 자동차 엔진의 오브제와 자동차 사고에 대한 연출기법은 임팩트가 강렬했다. # 재작년에 보았던 'A View From the Bridge'에 너무 반해 올해 NT Live 상영작에 포함된 Ivo Van Hove의 최신작 2편을 모두 찾아본 거였는데, 아쉽게도 'A View From the Bridge'를 뛰어넘지는 못하는... 나의 감상으로는 A View From the Bridge > Obsession > Hedda Gabler의 순.

2018/brief comment 2018.05.26

Hedda Gabler_ NT Live

★★★☆ # 약 130년 전의 고전이 현대를 무대로 영리하게 구현된 모습을 보며, 시대를 뛰어넘는 Ibsen의 통찰력에 대해 다시 한번 감탄을 하게 되고 또한 이를 가능케 한 Ivo Van Hove의 연출력에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 이 공연에서 특별히 인상적이었던 건 타이틀롤 역의 배우 Ruth Wilson의 연기와 (Ivo의 모든 작품을 함께 하고 있는 파트너의) 무대/조명 디자인!

2018/brief comment 2018.05.21

The Far Side of the Moon

★★★★ # 정말 마치 무대 위의 마법사와 같았던 로베르 르파주의 독창적인 무대 연출이 미국과 소련의 우주개발경쟁과 두 형제의 갈등 및 화해와 중첩되며 펼쳐지는 작품이었다. 2시간 가까운 러닝타임을 홀로 이끄는 배우 '이브 자끄'는 이 작품과 완전히 한몸이었다. # 달의 저편은 우리가 보고 싶어하지 않는 면을 뜻한다. 그러나 달의 저편에 도달해야 지구가 보이지 않게 된다. 달이 지구를 비추는 거울에 불과한 게 아니라는 걸 깨닫게 되고 달의 본질을 알게 된다. 그리고 비로소 대우주가 보이게 된다... 미·소의 달 탐사는 달에 대한 호기심이 아닌 체제 우월성의 나르시시즘에서 비롯되었고 두 형제의 오랜 반목 또한 자격지심에 기반한 자기애 때문이었다. 그들이 서로를 마주보게 되자 서로가 서로의 거울이 되고 있음..

2018/brief comment 2018.05.19

어른에 대한...

'나의 아저씨' 정말 최고다!!! 연출에 대한 믿음 하나로 선택했는데연출은 물론 각본, 배우들 모두 다 훌륭했다. 매회 가슴이 아렸고 (대부분은 사족같은) 마지막회마저 이번엔 통곡하며 떠나보내다... 영화 '아저씨'가 아저씨라는 단어의 뉘앙스를 바꾼 첫 케이스였다면 드라마 '나의 아저씨'는 아저씨의 존재를 질적으로 고양시킨 두번째, 아니 또다른 첫 케이스다. 어른이 된다는 것에 대하여... 어른으로 살아간다는 것에 대하여...

2018/brief comment 2018.05.17

Avengers : Infinity War

★★★ # 이런 류의 영화를 원래 거의 잘 안 봐 왔고 좋아하지 않는다. 이번 연휴에 어찌하다보니 보게 되었다. 두서너 개의 캐릭터 외에는 누가 누군지도 잘 모르고 그냥 타노스와 싸우니 이쪽 편이려니 하면서 봤다. # 연휴 시작 직전에 회사 일로 폭탄을 맞아 계속 머릿속이 복잡하고 개운하지 않았었는데 뭐... 어쨌든 스트레스 해소 효과는 인정~ 근데 다음 편이 나오면 타노스가 궁금해서라도 보게 될 듯^^

2018/brief comment 2018.05.08

짧은 봄날 산책들...

그러구보니 올해는 변덕스러운 날씨 탓에 안양천 벚꽃 풍경을 제대로 보지 못했다. 하나. 4월 말경의 안양천 주말 산책... 둘. May day 휴일 오후, 부천 원미산에 올라갔다가 시간 여유가 남아 무릉도원수목원 들러서 산책~ 셋. 5월초 연휴 일요일 오후, 그루 체험학습차 안양에 있는 김중업박물관에 가서 김중업 상설전시와 '르 코르뷔지에' 특별전시 관람.

2018/photo essay 2018.05.08

Electra

★★☆ # 한태숙 연출을 기대하고 선택했던 공연이었는데 이제껏 봐 온 그녀의 작품들 중 가장 별로였다... 게다가 고전을 현대극으로 너무나 훌륭하게 변모시킨 NT Live 'Yerma'를 본 지 얼마 되지 않아서 더욱 그러했다. 동일선상에 놓고 비교하기는 좀 그러하지만, 이 작품은 연출과 각색 모두 안이하고 실망스러웠다. 쟁쟁한 배우들의 연기 또한 무대와 합일되지 못하고 겉돌았다. (서이숙 배우의 존재감은 인상적이었다.) # 뻔하게 갇혀 있지 않은 다른 버전의 Electra를 만나고 싶다...

2018/brief comment 2018.05.03

TBT 1996

어젯밤 우연히 이삿짐 중 예전 문서들이 모아져 있는 꾸러미에서 반가운 신문 스크랩 하나를 발견했다. 광고회사 첫 직장 근무 시절, (확실치 않지만) 아마도 1996년쯤인 듯하고 아마도 한국일보였던 것 같기도 하고... 회사 PR팀 팀장님이 갑자기 부탁을 해서 어쩔 수 없이 매체 인터뷰라는 걸 했었다. 당시 계속 밤샘을 하여 몰골이 온전치 않은 와중에 그래도 신경써서 원피스를 입고 갔는데 막상 별도의 사진기자 없이 인터뷰 기자가 직접 사진을 막 찍었고 얼굴만 클로즈업해서 크게 나온^^ 오랜만에 보니, 옛날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르고... 나름 재밌네~ 보관 차원에서 keep~~

2018/monologue 2018.04.20

꽃이 졌다

올해 봄은 좀 이상하다... 기대하지도 않았던 3월초에 갑자기 봄이 훅 왔다가 봄꽃들이 피기 시작하니 추워지고 눈이 오고 비가 오고 피어난 꽃들을 어리둥절하게 했다. 그리고 난데없는 강풍이 휩쓸었고 봄을 기다리던 이들을 제대로 만나지 못한 채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꽃들이 졌다... 지난주 목요일, 아침에 등교하는 모습은 미처 못 보고 밤에 학원갔다가 늦게 들어오는 아들을 맞이하면서 보니 교복 위에 걸친 가디건에 노란 리본 뱃지가 달려 있었다. 네가 리본 찾아서 단 거야? 물었더니 응, 다음주 월요일이잖아... 한다. 순간 뭉클해졌고, 착하다고 머리 쓰다듬어줬다. 스스로 잊지 않는 아이가 예쁘다. 지난 3년에 비하면 좀 나아졌지만 여전히 가슴이 아린 4년 전 오늘이다... 꽃이 없는 봄날이다.

2018/monologue 2018.04.16

Amadeus

★★★ # 동일한 작가가 집필한 동명의 영화를 본 이들은 이 작품의 줄거리를 이미 너무 잘 알고 있다. (영화를 보지 않은 이들이라도 워낙 널리 알려진 소재라 어느 정도는 알고 있으리라...) 게다가 기억력이 별로 좋지 않은 사람일지라도 이 영화 속 모차르트와 살리에리 배우의 모습은 웬만해서 잊을 수 없다. 자, 이러한 상황에서 이 작품이 연극으로 올려지는 무대에 대해 어떤 것을 기대할 수 있을까... 이 공연을 보고나서 느낀 맹숭맹숭함의 원인을 그 답에서 찾을 수 있을까...... # 익히 알고 있는 줄거리에다가 살리에리의 독백과 방백이 지나치게 설명적이어서 재미도 반감되고 지루할 수 있는 요소가 크다. 메인 배우들 또한 캐릭터들을 매우 잘 소화해도 어떤 경지가 읽힐 만큼 훌륭하거나 또는 놀랍게 독창적..

2018/brief comment 2018.04.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