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monologue

30년만에 끊다!

spring_river 2018. 8. 1. 19:00

 

 

매일매일 최고기온을 경신하고 있는 
정말이지 너무 힘든 이번 여름이다...

 

오늘은 '신문'에 대한 기록~

 

기억을 돌이켜 보면,
고등학생 때부터 날마다 신문을 봐 왔다.
대학생 때 하숙하면서도 정기구독을 해서 보았고 지금까지 그래왔다.
직장을 다닐 때에는 늘 출근길에 현관 앞의 신문을 집어들어 가방에 넣고나와
전철 안에서 읽는 게 일상이었다.

그러던 내가 신문을 보지 않게 된 건 MB시절 때부터였다.
세상 뉴스에 대한 '화'가 신문에까지 미쳐 어느덧 서서히 멀리하게 되었다.
1~2년전부터는 그래도 매일 조금이라도 시간을 할애해서 보자 하고 마음먹기도 했지만
안 보던 습관이 상당기간 계속되었더니 어느새 그것도 쉽지 않았다.

내가 보지 않아도 그루 아빠가 보기 때문에 신문은 계속 구독을 해 왔다.
그런데 며칠 전 그루 아빠가 신문 구독을 끊자고 말했다, 잘 안 보게 된다고...
그래서 그냥 습관처럼 이어오던 신문 정기구독을 이젠 끊기로 했다.

 

사실 단순한 구독 중지의 의미가 아니긴 하다.
한 가지 신문만 무려 30년을 구독해 왔으니까...
바로 한겨레신문이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모르지만
88년 창간될 때무터 우리 집은 한겨레신문을 구독했고
그래서 나도 자연스럽게 이 신문을 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제 30년이 된 것이다.

그동안 맘에 들지 않은 적이 무수히 많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정도면 거의 의리 수준이라 할 수 있다.
막상 끊는다고 생각하니 좀 마음이 안 좋긴 했다.
오랜 의리와 애정(또는 애증)도 그렇거니와
종이신문만이 줄 수 있는 것들이 분명히 있으니까...

온라인뉴스는 자기가 보고 싶은 내용만 클릭해서 보게 되니
아무래도 편식의 경향이 높다.
종이신문은 한장 한장 지면을 넘기면서
다양한 분야의 여러 기사들을 그야말로 '만나는' 예기치 않은 기쁨이 있다.
물론 기본적으로 활자화된 기사와 편집의 매력은 당연하고...

 

그래도 이젠 어쩔 수 없지 생각하면서 신문배달지국에 전화를 걸었다.
보통은 신문 끊는다고 하면 못 끊게 하려는 게 당연한 수순이라
뭐라고 하면서 끊지? 딴 동네로 이사가니 어쩔 수 없다고 할까? 
막 이런저런 이유를 머릿속에 대기하고 있었는데
전화받는 이가 왜요? 묻지도 않고 쿨하게 알았다고 끊는다.
구독자가 별로 없어서인지 우리 동네는 따로 한겨레지국이 있지 않고
조선일보(!) 지국에서 배달해주고 있는데
히 자기네 신문이 아니니까 매달릴 이유가 없는 건지
아님 한겨레는 구독을 끊는 이에게 원래 억지로 권유를 하지 않는 건지 알 수 없지만
암튼 신문 끊는 과정이 의외로 너무 쉽고 빨리 끝나버리니 뭔가 허탈하기도...

 

오늘 아침 출근하며 현관문을 열었더니
언제나 문 앞에 놓여있던 신문이 이제 없다...
왠지 허전했다.
마치 아침이 배달되지 않은 듯한,세상이 배달되지 않은 듯한......
어쩌면 당분간은 익숙하지 않을 것 같기도 하다.

 

Bye!

 

 

 

                                                          [1988.5.15. 창간호 1면을 빌어 동일하게 배치 및 제작한 2018.5.15. 30주년 창간기념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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