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17

The Crucible

★★★☆# 이 공연이 처음 보는 '시련'이었다면 음...괜찮네 했을 수도. 그런데 2년 전 NT Live로 본 그 프로덕션이 너무 셌다! (https://spriverk.tistory.com/1094) 그 때의 기억이 너무나도 강렬하고 좋았었기에 한국 프로덕션으로 올려지는 '시련'이 궁금했던 건데, 그것도 신유청 연출이어서 더더욱... 솔직히 기대에 못 미쳤다. 연출 방향도 독창적인 특별함이 느껴지지 않고 평범한 편이었으며 배우들의 연기력이 고르지 않아 좀 실망스럽기도 했다. 그것도 극의 중요한 키를 쥐고 있는 애비게일과 엘리자베스는 캐릭터 구축에 거의 실패했다. 오히려 메어리 역의 진지희 배우가 인상적이었다. 좋은 작품인데 그래서 더욱 아쉬움이 많이 남는...

2025/brief comment 2025.04.10

Sunwook Kim & COE

★★★★☆# 올해 초 예매를 할 때 김선욱, 유럽체임버오케스트라 출연진과 베토벤 연주 프로그램만 확인하고 다른 건 자세히 살피지 않아 김선욱이 지휘까지 한다는 걸 공연 직전 프로그램북을 보다가 그때서야 알았다. 살짝 당황했다. 피아노만 연주하는 게 아니라 지휘까지 한다고? (나의 무지도 한몫 했다. 그가 이미 십수년 전부터 지휘를 공부했고 몇 년 전 지휘자로도 데뷔했었다는 걸 몰랐었다...)# 공연은 완벽에 가까웠다! 베토벤 스페셜리스트로 일컬어지는 김선욱의 음악적 역량과 해석이 협연뿐만 아니라 지휘에 이르기까지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나의 무지에서 비롯된 우려가 무색하리만큼 오케스트라 지휘도 매우 능수능란하고 뛰어났다. 그리고 작년에 프라이부르크 바로크 오..

2025/brief comment 2025.04.07

좋은 날

너무 길고 암담했던 겨울을 끝내는 신호에이날따라 온화한 봄기운이 가득하고심지어는 봄꽃들도 오늘을 기다렸다는 듯이 꽃망울을 터뜨리기 시작했다. 아직 흥분이 가시지 않은 상태에서 점심과 맥주 한 잔을 하고그냥 집으로 들어가기엔 봄날씨와 기분이 너무 좋아서즉흥적으로 선유도공원을 향했다.무척 오랜만에 와 본 선유도공원.이곳 역시 봄이었다. 내가 좋아하는 봄 연두빛과 이제 피기 시작하는 봄꽃들...Just a Perfect Day!

2025/photo essay 2025.04.07

Lee SoRa concert

예전에 TV 음악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한 이소라를 보면서더 늦기 전에 이소라 노래를 라이브로 들어보자는 맘이 문득 들어마침 그 즈음에 개최 예정이었던 이소라 콘서트를 예매했는데COVID 때문에 연기되고 그 다음해로 연기된 날짜마저 결국 취소되어 기회를 놓쳤었다.작년엔가 재작년에도 콘서트가 있었는데 티켓오픈한 지 한참 후에 알게 되어 표를 못 구했던...올해 봄 콘서트는 다행히 티켓오픈을 미리 알게 되어 피켓팅 참전 후 예매에 성공하여드디어 이소라 콘서트를 처음으로 가게 되었다.소리가 다소 거칠어지고 예전같지 않음을 본인도 고백하며 속상해했는데물론 전성기 때의 음색은 아니었지만 이소라는 역시 이소라였다.이 좋은 노래를 몇 년 전의 목소리로 들었다면 더 좋았을 걸 하는 아쉬움도 아주 약간~맨날 음원으로만 듣고..

2025/brief comment 2025.03.28

20 years of service on the 25th anniversary

3월에 회사가 창립 25주년을 맞았다.만 21년 10개월 근무로 20년 근속상을 받았다.세 번째 직장을 이렇게 오래 다니리라고는 생각도 못했지만...창립행사 때에 내가 평소에 좋아하던 문구를 빌어근속 시상이 질리지 않은 재능에 대한 헌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요즘 아이들에게는 근속이 미덕이 아닐지언정그래도 근속이라는 게질리지 않고 한 분야에서 오랫동안 일해 온그것도 한 회사에서 책임감을 갖고 오래 헌신해 온 이들에 대한인정이라는 걸 한번쯤은 짚어주고 싶기도 한 듯하다.매일 똑같은 일을 하면서 질리지 않는 것.수십년 한 분야에 몸을 담으면서도 흥미를 잃지 않는 것.같은 주제에 수백수천번씩 비슷한 듯 다른 각도로 접근하는 것.각자에게 주어진 질문 하나에 평생으로 대답하는 것.즐거워하면서 일하는 사람은 드물다...

2025/monologue 2025.03.27

Conclave

★★★★☆# 그룹성경공부를 작년 창세기에 이어 올해 탈출기를 하고 있는데,   지난번 묵상과 생활의 주제 중 하나가   '하느님 안에서 자유롭게 살지 못하도록 나를 억압하고 방해하는 것은 무엇이고,   그것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는지 묵상해 봅시다' 였다.   숙제를 하면서 한참을 고민하다가   나는 '믿음의 확신이 부족함'을 들었다.   가슴의 신앙이 아닌 머리의 신앙을 하는 사람이라   '어린아이의 믿음'이 부럽다고...   의문도 많고 의심도 많고 이렇게 확신이 부족하고 굳건하지 못한 믿음이   내겐 하느님 안에서 자유롭게 살지 못하는 방해물인 것 같다고...   근데 숙제가 여전히 남아 있었다. 그것을 어떻게 극복할지에 대한!   어떻게 극복해야 할까 뚜렷한 답을 찾지 못하고 있던 차에   그 주..

2025/brief comment 2025.03.24

Anora

★★★☆# 작년에 이 영화가 개봉했을 때에   SNS 등에서 호평을 꽤 많이 접하긴 했었지만   일단 스토리가 별로 끌리지 않아서 굳이 보러 가진 않았다.   그런데   예상했던 작품들이 아닌 이 작품이 아카데미에서 작품상을 비롯해 꽤 많이 받았길래   궁금해지기도 해서 재개봉 기회에 극장을 찾았다.# 이 영화는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뉜다.   초반부는 많이 외설적인 로맨스,   중반부는 블랙코미디,    후반부는 드라마.# 개인적으로는 이 영화가   칸 영화제와 아카데미 영화제의 최고 부문을 수상한 게     그닥 공감되지는 않는다.   션 베이커 감독의 영화로서도 Florida Project가 더 좋았다.    이 영화는 마지막 씬이 이 작품의 가치를 만들었다고 생각된다.    마지막 씬이 아니었다면 ..

2025/brief comment 2025.03.10

Mickey 17

★★★★☆# 봉준호 감독의 이름값을 충분히 한 영화!# 지난달에 보았던 'The Substance'와 겹쳐지기도 했다.   두 영화 모두 자본주의적 욕망에서 비롯된 자아 분열이 다루어지는데   'The Substance'가 개인적 욕망에 가깝다면   'Mickey 17'은 사회적 욕망에서 비롯된다.   'The Substance'는 이전의 나와 연결성이 없는 나라면   'Mickey 17'은 이전의 나와 연속성이 있는 나이다.   이 영화에서 사회를 위해 소모되는 개인의 존재인 Mickey는   expendable에서 irreplaceable로 변화한다.   대체될 수 없는, 둘도 없는 귀중한 사람이 된 것이다.# 예언능력이 느껴질 만큼 소름끼치는 장면들도 많이 나온다.   트럼프도 보이고 일론머스크도 ..

2025/brief comment 2025.03.05

The Fall

★★★★☆# 사목회 티타임 자리에서의 주임신부님 추천으로   뒤늦게나마 영화관에서 놓치지 않고 볼 수 있었던 영화.   (꼭 스크린으로 보아야 하는 영화~)   # 이야기는 사람을 구원할 수 있는가!   이야기의 주인은 누구인가!   # 당연히 CG일 거라 생각한 씬들이 많았는데   그게 다 실재하는 24개국 명소들이었다니...   뒤늦게 알고나니 영화가 다시 보고 싶어졌다.# 이 영화는 포스터 1종만 고르기 힘들어서 2종을 실었다.   마치 표현주의 추상회화같은 느낌의 '맹세' 포스터,   정말 이 여자아이를 기억하지 않을 수 없는 '구원' 포스터.# 스토리도, 미장센도, 배우들도 매우 매력적인 영화였다.

2025/brief comment 2025.03.05

The Brutalist

★★★★☆# "가장 희망 없는 노예는   자신이 자유롭다고 착각하는 사람이다."   괴테의 에 나오는 구절을 보여주면서 이 영화는 시작된다.   이 영화의 후반부에 이르면 고개가 끄덕여지는 문구다.   파시즘으로부터 도망친 남자가 자본주의를 맞닥뜨리는 이야기, 맞다.   어찌 보면 미국 그 자체를 상징하는 건축주로부터   그는 끊임없이 지배당하고 유린당하고, 그래서 Brutal해진다.     # 무려 (인터미션 15분 포함) 3시간15분 러닝타임의 영화다.   (인터미션의 지점은 매우 적절했다. 그녀가 오기 전과 후)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가 전혀 지루하다고 느껴지지 않을 만큼   극본과 연출과 연기 모두 탁월했다.   애드리언 브로디는 상을 안 받을 수 없는...   그런데 오랜 시간 차곡차곡 잘 ..

2025/brief comment 2025.02.24

The Substance

★★★☆(너무나도 정신없이 바빴던 2~3월을 보냈다. 그동안 놓칠 수 없는 영화들이 꽤 많아 주말에 시간내어 보긴 했는데 블로그 포스팅을 할 시간적 여유는 없어 계속 미루고 있었다. 이제 겨우 한숨 돌리고나서 그간 미뤄온 숙제를 하려고 보니  무려 영화 6편의 포스팅이 기다리고 있다. 영화 보고나서 두세줄 일기 남긴 것 외에는 벌써 기억이 휘발됐다ㅠㅠ 다 괜찮은 영화들이었는데...  아쉽지만 퇴화된 기억력 탓에 짧게 감상평만... 그나마 이 영화만 그때의 메모가 좀 남아 있어 약간 길고 다음 영화들의 포스팅은 진짜 짧은^^)# "사람에게 의지하는 자와, 스러질 몸을 제힘인양 여기는 자는 저주를 받으리라.    그의 마음이 주님에게서 떠나 있다.    그는 사막의 덤불과 같아, 좋은 일이 찾아드는 것도 보..

2025/brief comment 2025.02.17

Aladdin

2016년 여름, 뉴욕 여행에서 여러 브로드웨이 작품을 예매할 때 이 공연을 그 중 하나로 골랐던 이유는디즈니의 높은 콧대를 알고 있었기에 이 작품을 한국에서 보기 어려울 거란 생각 때문이었다.딱히 내 취향은 아니어서^^ 특별히 기대를 하지 않고 보았는데의외로 너무나 재밌게 봤었던 기억으로 남는 공연이었다. 그간 브로드웨이에 가야만 볼 수 있는 작품으로 한국에서는 공연이 성사될 것이라는 기대조차 하지 못했던 이 작품이 드디어 브로드웨이 초연 10주년의 해인 2024년,  한국공연이 성사되었다. 이 작품은,공연을 보는 내내그리고 공연장을 나오면서행복한 미소를 짓고 있는 나를 발견할 수 있는 흔치 않은 경험을 할 수 있다!    https://youtu.be/wui8zDXoicE?si=4AkVoqbcOZXh..

2025/monologue 2025.02.14

외투

★★★☆# 언제였는지 기억도 안 날 만큼 정말 오랜만에   초소형 극장에서 보는 연극이었다.   원주 추천으로 함께 본 공연이었는데   객석을 가득 메운 30명 남짓 관객들과 함께   고골의 '외투'를 1인극으로 관람했다.   '서점극장 라블레'는    낮에는 서점으로, 밤에는 극장으로 변하는   세계문학서점이자 공연예술집단이라고 하는데,   이번 연극 '외투'는   러시아 단편소설 1인극 연작 기획작 중 하나로,   기존 서점극장을 벗어나 대학로 소극장으로 무대를 옮겼다고...# 일단 소설 한 편을 1인극 대사로 소화해내는 열정이 대단했고   1인극 연극 대본으로 재구성한 솜씨도 좋았다.   아기자기한 중간 연회 아이디어도 재치있었다.   (원작 소설을 안 보았던지라)   '외투'라는 이 고전 작품을 ..

2025/brief comment 2025.01.24

Harbin

★★★# 작년 가을, 이 영화의 첫 티저가 나왔을 때   영상미도 물론 시선이 갔지만   '늙은 늑대를 처단하자'는 대사에    아마도 시의적인 피가 끓었던 것 같다.   영화 나오면 꼭 봐야지 생각했었는데   바빠서 계속 미루고 있다가   흥행의 뒷심을 발휘하지 못해 곧 스크린에서 내릴 것 같아   지난 주말, 극장을 찾았다.# 음... 왜 흥행의 한계가 왔는지 알 것 같았다.   안중근 의사를 소재로 한   소설, 영화, 뮤지컬 등 꽤 여러 콘텐츠들을 보아 왔지만   이 영화는 기본적으로 극본의 문제가 있어 보이는데,   '어떤' 안중근을 보여줄 것인가에 대한 컨셉트가 약했다.   그래서 안중근 캐릭터의 매력마저 없었다.   캐릭터라이징의 실패라고 보여진다.      보여주기 위한 씬들을 쓸데없이 길..

2025/brief comment 2025.01.22

Gogh | Caravaggio

2024년의 마지막 날을 함께 한, 반 고흐와 카라바조 두 전시_평일 오전 일찍 갔는데도 티켓교환 줄서기, 입장라인에의 입장 대기, 입장라인 줄서기까지반 고흐 전은 거의 1시간 가까이 기다린ㅜㅜ 네덜란드 크뢸러 뮐러 미술관의 소장 작품들이 그의 일대기에 따라 전시되어 있었다.(사진촬영 불가로, 웹사이트의 주요작 홍보컷 대체)고흐의 최고가 작품 중 하나로 꼽힌다는 .들라크루아의 작품과는 다른 분위기다.이번 고흐 전에서 가장 좋았던 작품은 이 .작은 사이즈의 작품임에도 불구하고엄청난 존재감을 뿜어내고 있었다.많은 인파에 북적이는 고흐 전과 달리,카라바조 전은 대기 없이 바로 입장했고내부에서도 매우 쾌적하게 관람했다.17C 유럽회화계에 미친 카라바조의 영향력을 조망할 수 있도록카라바조 그리고 그의 라이벌과 동..

2025/brief comment 2025.01.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