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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nio

★★★★ # 수년 전부터 한국의 클래식 시장은 최정상급 스타 아티스트나 크로스오버 방송 통해 유명해진 출연진이 등장하는 공연 그리고 바로 다름아닌 '영화나 게임 음악과 결합된' 클래식음악이 이끌고 있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우려섞인 의견 또한 많지만 다른 어떤 장르보다도 허들이 높은 클래식이라는 분야에 친숙한 콘텐츠를 통해서 입문하는 좋은 방법으로 평가받고 있기도 하다. # 엔니오 모리꼬네는 자신의 음악에 대한 자부심 뿐만 아니라 자기를 좀처럼 인정해 주지 않는 정통 클래식계에 대한 일종의 자격지심과 미련을 꽤 오랫동안 지니고 살았다는 걸 이 영화를 통해 알게 되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 20세기, 아니 더 쳐준다 해도 전후 이래 창작되어 가장 사랑받은 클래식은 '영화음악'이 아닌가! 유명 영화음악을 능..

2023/brief comment 2023.07.24

오랜만에 셋이서 강릉 바다

6개월만에 그루 첫 휴가! 며칠 후, 호텔 뷔페로 점심을 먹은 주말의 사진들~ 10박11일은 금방 흘러갔다. 친구들이랑 노느라 새벽에 들어오고 늦게 일어나서 난 아침에 출근하며 애 자고 있는 얼굴만 주로 봤다. 부대 복귀 하루 전에 강원도 가서 같이 시간 보내고 그리고 다음날 부대에 데려다주기로 했다. 가는 길에 횡성에 들러 한우로 점심먹고~ 강릉 도착! 그루 고1 여름방학 때 같이 왔었으니 강릉도 6년만이다. 이번 1박2일 여행은 그루 생각해서 어디 걷거나 구경다니지 않고 그냥 편히 쉬기로~~ 안목해변 커피거리의 카페에 들어가서 창 밖의 바다를 바라보며 편하게 시간 보내기. 아직 7월초인데다가 평일이어서인지 창가 자리 겟~ 이 커피거리가 유명한 이유가 커피보다 View가 환상적이구나... 마치 바다로 ..

2023/photo essay 2023.07.12

The Quiet Girl

★★★★ # "아무 말 안 해도 돼. 언제나 그걸 기억하렴. 많은 사람이 침묵할 기회를 놓쳐서 많은 걸 잃었단다." # 조용한 영화가 보여주는 고요하고도 묵직한 힘! 언어의 여백은 뛰어난 각본과 연출, 연기 그리고 영상으로 충분히 스크린을 압도한다. 서서히 쌓아올려지는 감정은 엔딩의 강한 여운으로 이어진다. '말이 별로 없지만 할 말은 하는' 이 소녀의 마지막 대사는 끝내 관객을 울린다. 집으로 돌아오게 되었지만 관심과 사랑을 받아본 그 소녀는 분명 그 이전과 다를 것이다... # 영화를 보면서 계속 낯선 언어에 고개를 갸웃했다. 시작 크레딧을 봤을 때 분명 아일랜드 영화였는데 이 알아들을 수 없는 생경한 외국어는 뭐지? 스웨덴어인가? 북유럽 어느 나라가 배경인 건가? 근데 아주 가끔은 영어가 들리기도 ..

2023/brief comment 2023.07.10

빈-베를린 체임버 오케스트라

★★★★★ # 세계 최정상 오케스트라 빈 필과 베를린 필의 수석 및 단원들이 모인 소위 드림팀이다. 사전 인터뷰에서 베를린 필의 밝고 강한 소리와 빈 필의 감미롭고 아름다운 소리의 혼합이 될 거라고 했는데, 그 두 단체의 그러한 차이점까지는 솔직히 잘 모르겠고 서로 다른 컬러를 지닌, 최고 수준의 기량을 자랑하는 두 단체의 소리가 합해지는 매력이 과연 어떤 연주로 구현될지 정말 잘 하나로 어우러질지 여러 모로 궁금했다. # 17명의 연주자들이 무대에 등장하여 자리에 앉아 정적을 가르고 연주의 첫 음을 내는 순간, 깜짝 놀랐다. 노래를 잘 부르는 사람은 첫 소절만 들어봐도 판명이 나듯, 이 체임버 오케스트라가 빚어내는 소리는 정말 확연히 달랐다. 녹음실에서 이퀄라이저와 밸런스까지 완벽히 조율된 음반을 튼 ..

2023/brief comment 2023.06.30

Elemental

★★★☆ # 'Inside Out'을 기대했는데 '미나리'라고 하더니^^ # 영화 본 후에 알았는데, 피터 손이라는 이민 2세 한국계 미국인 감독의 작품이라고... 그래서 왠지 친숙한 정서가 중간중간에 많이 느껴졌구나^^ 4원소를 애니메이션 캐릭터화했다고 해서 사실 나도 'Inside Out'을 기대하긴 했다. 불, 물, 흙, 공기를 시각화한 이미지나 영상미는 뛰어났다. 근데 스토리가 그다지 참신하지 않아서 픽사의 전작들 대비해서는 So So...

2023/brief comment 2023.06.27

Exhibition_ Maurizio Cattelan | Leeum

2015년 이어 리움미술관은 두 번째 방문_ 미술관에 채 들어가기도 전에 마우리지오 카텔란의 전시가 시작된다. 건물 입구 그리고 티켓부스 앞 로비에 각각 특유의 자세를 취하고 있는 노숙자 두 사람의 모형. 로비 벽면의 타이틀에 놓여진 박제 비둘기들_ 작품명 '유령'. 우리네 바깥 풍경처럼 정말 저 비둘기들은 전시장 내외부 곳곳에 있다. 백여 마리 되는 듯... 브레멘음악대를 차용한 당나귀, 개, 고양이, (닭이 아닌) 까마귀의 모습. 처음엔 뼈만 전시된 것을 보고 의아해하다가 전시장 맞은편의 박제를 보면 비로소 그 비밀이 풀린다. 인간들을 향해 으르렁대는 표정이 굉장히 생생하다. 인상적이었던 작품 중 하나... 뒷모습과 앞모습의 반전을 노리는 두 개의 작품_ 뒤에서 보면 무릎꿇고 기도하는 소년인가 싶지만..

2023/brief comment 2023.06.22

Again 통영

2007년 그러니까 그루가 유치원 다닐 적에 셋이서 통영에서 여름휴가를 보낸 이래 16년만에 (그루아빠는 일 때문에 중간에 몇 번 더 방문~) 통영을 다시 찾았다. 16년 전의 꼬마는 군대가고 이번엔 둘이서... 여행을 가서, 너무 좋다 꼭 다시 와야지 말하곤 하지만 정작 다시 찾게 되는 경우는 한손에 꼽을 정도다. (아무래도 한번도 안 가 봤던 곳에 더 맘이 끌리니...) 통영은 꼭 다시 가 봐야 하는데 하고 계속 맘에 남아 있던 곳이었다. 너무 오래 전에 갔던지라 많이 바뀌었다는 모습들도 보고 싶고 여전한 그곳의 모습도 보고 싶고 그랬다. 그래서, 석가탄신일 연휴의 짧은 여행지로 통영을 선택! 그런데, 연휴 내내 흐리다가 비가 온댄다. 이런ㅠㅠ 새벽에 출발했지만 4시간반 거리를 거의 8시간 걸려 도착..

2023/photo essay 2023.06.01

예테보리 오페라 댄스컴퍼니

대담하고 혁신적인 무대로 현대무용계에서 각광받고 있는 예테보리 오페라 댄스컴퍼니의 내한공연으로, 스타 안무가 두 사람과의 협업 무대가 각각 선보였다. ★★★ 1막의 무대는 '다미안 잘레' 안무의 'Kites'_ 2개의 양쪽 경사로를 끊임없이 오가는 무용수들의 역동적인 움직임이 처음엔 긴장감을 갖게 했으나 큰 변화 없이 지속되는 구성에 차츰 지루해졌고 전체적으로는 큰 감흥을 주진 못하여 좀 아쉬웠다. 이 신작 말고, 예테보리와 이전에 함께 만들었던 그의 대표작 'Skid'가 이번에 왔었으면 더 좋았을 텐데... 그 전작의 트레일러 영상을 찾아보고 기대를 가졌던 안무가였는데... ★★★★☆ 2막의 무대는 '샤론 에얄' 안무의 'SAABA'_ 1막과 달리, 이 무대는 완전히 압도적이었다! 45분 내내 발끝으로..

2023/brief comment 2023.05.29

Triangle of Sadness

★★★☆ # 슬픔의 삼각형 하나_ 남자모델의 개런티는 여자모델의 1/3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는, 다른 모든 바깥 세상 대비 남녀 대우가 전복된 패션모델업계의 한 커플. 찌푸릴 때 생기는 미간 주름을 펴라는 얘기를 오디션장에서 들은 그는 자신보다 돈을 더 잘 벌면서 데이트 밥값을 내지 않는 그녀와 옥신각신하느라 슬픔의 삼각형이 다시 생긴다. # 슬픔의 삼각형 둘_ 삼각형은 내각의 합이 180도라는 구조를 갖고 있다. 세 각이 60도씩이면 치우침 없는 정삼각형이 되지만 어느 한 각이 이보다 커지면 다른 두 각은 어쩔 수 없이 작아지게 되어 있다. 계급 피라미드의 삼각형을 떠올려보면 숫자로 보면 삼각형이지만, 부의 크기로 보면 역삼각형이다. 앞의 삼각형 꼭지점은 계속 뾰족해지고, 뒤의 역삼각형의 꼭대기 윗변의..

2023/brief comment 2023.05.22

오랜만의 산책

지난달 요가하다가 한쪽 종아리 부분의 근육이 파열되어 3주간 치료받느라 요가도 쉬고 걷기운동도 못하다가 이제 거의 다 나아서 오랜만에 주말 산책~ 따뜻한 봄기운 받으며 바깥 공기도 쐬고 슬슬 걸으니 너무 좋다! 토요일은 점심 먹으러 차 타고 나갔다가 근처의 푸른수목원에 들렀다. (늦잠자고 일어나 세수하고 그냥 바로 나갔더니 얼굴도 붓고 상태가 안 좋지만 봄꽃 만개하여 풍경도 예쁘고... 모르겠다... 그냥 사진찍자^^) 갈 때마다 거의 매번 올라갔던 수목원 옆 산길 대신에, 구로구와 수목원 인근의 성공회대가 함께 조성했다는 '더불어숲길'로 산책~ 신영복 님의 서화로 구성된 팻말들을 보며 사색과 함께 걸을 수 있는 곳. 하나하나 다 좋았지만, 특히 인상적이었던 몇 개의 글귀들_ 다음날 일요일은 동네 안양천..

2023/photo essay 2023.05.15

Exhibition_ Edward Hopper

지난 2월에 뉴욕 출장갔을 때 (그전에 안 가 봤던) 휘트니미술관을 갈까 하고 봤더니 메인 전시로 Edward Hopper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올 봄에 해당 전시가 한국에 그대로 온다고 하길래 그럼 이건 한국에서 봐야겠다 하고 패스했는데 바로 그 전시가 이제 시립미술관에서 열렸다. 이번 전시에서 가장 마음을 움직였던 작품은 바로 '푸른 저녁'. 대형 캔버스의 파란 빛 그리고 가운데 위치한 하얀 광대와 오만하게 서 있는 짙은 화장의 여성이 단번에 눈길을 사로잡았고, 얼마나 강렬하고 생생한지 정말 한동안 정신없이 바라보았다. 이 작품은 호퍼 특유의 스타일이 만들어지기 전의 초기 작품이긴 한데 대형 포스터가 있다면 무조건 사서 걸어놓고 싶을 만큼 무척 매력적이었다. 그 다음으로 좋았던 건 아래의 작품들....

2023/brief comment 2023.05.12

성지순례_ 솔뫼 & 합덕

지난 4월말 성당의 구역별 성지순례를 다녀온 사진 뒤늦게... 우리 구역은 충남 당진의 솔뫼성지와 합덕성당으로 다녀왔다. 솔뫼성지는 우리나라 최초의 사제인 김대건 신부님의 탄생지로 지난 2014년 천주교 아시아 청년대회 때 교황님이 방문하시기도 한 곳이다. 근데, 그 주 내내 날씨가 좋다가 토요일날 하필이면 비가 내리는ㅜㅜ 뒤이어 가 본 합덕성당은 솔뫼성지 가까이에 위치한 성당으로 초기 한국 천주교의 역사를 담고 있는, 충청도 최초의 유서깊은 본당이다. 낮은 언덕 위에 자리한 100여년 된 아담한 이 성당은 아름다운 건축양식과 풍경으로도 유명하다고 한다. 성당 정면에 양팔을 벌려 신자들을 반기는 예수성심상과 평화로운 분위기의 성모동산이 있고 성당 오른편으로는 새롭게 복원한 12개의 종 조형물과 너른 잔디..

2023/photo essay 2023.05.09

20年

어제 날짜부로 지금의 회사 근속 만 20년이 되었다. (그 때엔 노동절임에도 불구하고 이 회사는 출근한 기억이...) 첫 번째 회사를 6년 다니고 두 번째 회사를 4년 다녔는데 사실 예전 그 업계에서는 그래도 꽤 오래 다닌 편에 속해서 그랬는지 몰라도, 여기 10년 되었을 때에도 내가 이 회사를 10년이나 다닐 줄 꿈에도 생각 못했다고 했었는데 이젠 무려 20년이라니... 작년말에 어느 은행에 계좌를 개설해야 하는 일이 생겼는데 평소 거래하지 않던 은행이라서인지 재직증명서를 요구해서 제출했더니 창구 직원이 재직증명서를 보고는 신기한지 눈이 동그래져서 나를 쳐다보며 "와~ 한 회사에 이십 년이나 다니셨어요???" 하고 묻는... "어쩌다보니 그렇게 됐네요..." 대답하면서 나도 다소 당황... 왠지 겸연쩍..

2023/monologue 2023.05.02

The Fabelmans

★★★★★ # 감독 자신의 자전적 스토리텔링으로 영화화한 작품들이 그동안 꽤 많았고 그 만듦새가 평균 이상으로 좋은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관람작들 중 최근 영화들만 떠올려 봐도 'AfterSun', 'Belfast', 'Roma' 그리고 '미나리', '벌새' 등…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필버그 감독의 자전적 영화라고 처음 들었을 때에 왠지 뻔한 영화일 것 같은 이상한 편견에 빠져 별로 마음이 동하지 않았었다. 그런데 이 영화를 본 주변인 모두 호평 일색이길래 한번 봐 보자 하는 생각이 뒤늦게 들어 이제 서서히 상영 스크린이 줄어들고 있는 시즌 끄트머리에 피곤이 쌓여 월차를 낸 평일 오후, 영화관을 찾았다. # 엄마아빠를 따라가서 처음으로 영화라는 것을 보는 꼬마의 반짝이는 눈망울을 본 도입부부터 존 포드 ..

2023/brief comment 2023.04.11

Faust

★★★★ # 5년만의 연극 복귀작이라는 박해수를 나는 9년 전, 연극 '프랑켄슈타인'에서 만났고 그의 빼어난 연기력에 깊은 인상을 받았었다. 그 이후 드라마나 영화를 통해 그의 연기를 보는 것도 좋았지만 그의 연극 무대를 기다렸던 터였기에 이번 공연에 대한 기대가 컸다. 오랜만에 다시 연극 무대에 오른 박해수 배우는 물 만난 고기처럼 무대를 휘저으며 자신의 진가를 한껏 드러냈다. 나중에 인터뷰 기사를 보니 먹잇감 주위를 배회하는 맹수와 오케스트라 지휘자의 동작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하던데, 선악이 모호해지는 세상의 박해수표 메피스토를 매력적으로 창조하면서 무대 위를 그야말로 날아다녔다. 저 분은 정말 연기만 했어야 했는데 생각이 들 만큼 유인촌의 늙은 파우스트도 내공이 깊었고, 그레첸 역을 맡은 원진아 배..

2023/brief comment 2023.04.10

반반 동백

2박3일 부산출장길 둘쨋날, 토요일 아침잠을 포기하고 동백섬으로 향했다. 물론 오랜만에 바다도 보고 싶었지만 혹시나 아직 지지 않은 동백꽃이 남아 있을까 하여... 전철역에서 동백섬 쪽으로 걸어가는 길에 동백나무 무리 발견! 내가 작년 가을에 선운사에 갔을 적에 선운사의 동백 숲을 언급하면서 90%는 피어있고 10%는 떨어지기 시작하는 때의 그 정경을 한번 보고 싶다고 했었는데, 비록 몇 그루밖에 없긴 했지만 그리고 남아 있는 절반 가량이 활짝 핀 모습이 아니라 거의 지고 있는 상태였지만 그래도 비슷한 풍경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게 되어 반가운~ 꽃송이째 툭 떨어지는, 낙화가 슬픈 동백꽃... 동백섬 안에서도 아직 지지 않은 동백나무 몇 그루를 만났다. 한두 시간이나마 잠깐 틈을 내어 이곳까지 온 목적을 ..

2023/photo essay 2023.04.03

Suzume | with son

★★★☆ # '너의 이름은'에 이어 이 작품에서도 느낄 수 있는 건 동일본 대지진의 트라우마에 대해 계속되는 영화적 치유의 노력, (너희로 말미암은 다른 나라의 트라우마도 제발 좀 그런 진정성을 가지면 안 될까...) 그리고 영화적 상상력으로라도 지진을 예방 가능한 것으로 만들고자 하는 일본인들의 간절한 열망. '너의 이름은'은 영화는 괜찮았지만 OST 음악 때문에 좀 깼던 기억이 있는데 이번 영화는 예전 일본 애니메이션 명작 OST처럼 뛰어나진 않았으나 그래도 막 거슬릴 정도는 아니어서 전반적으로 좋았다. 지난 주말, 그루의 첫 외박 1박2일을 함께 했다. 훈련소 수료식 이후 한 달만이다. 부대 인근의 행정구역 내에서 할 수 있는 일들을 찾다가 근처에 CGV 영화관이 있길래 상영작을 살펴보니 이 영화가..

2023/brief comment 2023.03.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