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60

Suzume | with son

★★★☆ # '너의 이름은'에 이어 이 작품에서도 느낄 수 있는 건 동일본 대지진의 트라우마에 대해 계속되는 영화적 치유의 노력, (너희로 말미암은 다른 나라의 트라우마도 제발 좀 그런 진정성을 가지면 안 될까...) 그리고 영화적 상상력으로라도 지진을 예방 가능한 것으로 만들고자 하는 일본인들의 간절한 열망. '너의 이름은'은 영화는 괜찮았지만 OST 음악 때문에 좀 깼던 기억이 있는데 이번 영화는 예전 일본 애니메이션 명작 OST처럼 뛰어나진 않았으나 그래도 막 거슬릴 정도는 아니어서 전반적으로 좋았다. 지난 주말, 그루의 첫 외박 1박2일을 함께 했다. 훈련소 수료식 이후 한 달만이다. 부대 인근의 행정구역 내에서 할 수 있는 일들을 찾다가 근처에 CGV 영화관이 있길래 상영작을 살펴보니 이 영화가..

2023/brief comment 2023.03.27

Six

★★★☆ # 'History에서 HerStory로' # 헨리8세의 여섯 명의 왕비들이 누가 더 불행했나 배틀을 벌이는 내용인데, 모두들 당차고 센 언니들이어서인지 여섯 명 모두 그닥 그렇게까지 불행해 보이지 않는 단점^^ # 공연 보기 전에 OST만으로 들었을 때보다 공연으로 들으니 뮤지컬 넘버가 훨씬 좋다. 영국의 20대 여성 창작진들이 만든 작품으로 공연 자체도 재기발랄하고 거침이 없다. 짧게 임팩트 있는 콘서트형 뮤지컬로는 손색없는~ 이 작품도 그렇고 '&Juliet'도 그렇고 최근의 해외 뮤지컬 트렌드에 딱 걸맞는 공연이다. 그러구보니 두 작품 다 웨스트엔드에서 시작해서 브로드웨이까지 성공적으로 입성한 케이스네~

2023/brief comment 2023.03.22

A Hero

★★★★ # 영화의 첫 장면과 마지막 장면이 이 작품의 많은 것을 함축하고 있다. 첫 장면_ 감옥에서 귀휴를 나온 남자가 매형을 만나기 위해 거대한 벽으로 이루어진 공사장에 도착해 위태위태한 계단을 끝없이 오른다. 거의 꼭대기인 듯한 지점에서 드디어 매형을 만났는데 매형이 남자를 반기자마자 바로 내려가자고 한다. 앞으로 이 남자가 겪게 될 오름과 내림의, 명예의 극심한 낙폭을 예고해 준다... 마지막 장면_ 감옥 입구 문이 열려 있어 감옥의 안과 밖이 모두 한 프레임에 보이는 상황이다. 출소해서 나가는 자와 이를 마중하는 자가 있고 이곳을 지키며 감시하는 자가 있고 그리고 다시 감옥에 갇히게 된 남자가 있다. 감옥 안에서 밖을 바라보는 뷰가 한참 이어지는데 불현듯 이런 생각이 들게 된다, 어디가 감옥인가..

2023/brief comment 2023.03.20

The Banshees of Inisherin

★★★★★ # 오래 기억에 남을 듯한 영화다. 극본과 연출도 배우들의 명연기도 그곳 아일랜드 섬의 풍경도 심지어 당나귀까지도 비범하다. 올해 오스카에 노미네이트가 많이 되었지만 단 한 부문도 수상을 못했다는 것이 너무 안타까운... 남우주연, 남우조연도 그렇지만 적어도 극본상은 이 작품에게 돌아갔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 절교선언을 듣고 영문을 몰라 하며 풀죽어 있는 Colin Farrell의 축 처진 팔자 눈썹을 보는 순간 그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게 한다^^ 영화 내내 갖가지 모든 감정이 담긴 그의 연기는 정말 탁월했다. Brendan Gleeson도 인상적인 연기를 펼쳤고 Barry Keoghan의 독특한 존재감은 이 영화에서도 돋보였다. # 그러구보니 Colin Farrell이 출연하는 영화를 꽤..

2023/brief comment 2023.03.20

두 번째 루틴 시작

이미 시작한 첫 번째 루틴은 Yoga_ 'Curves'라는 여성전용헬스를 19년 10월부터 작년 10월까지 약 3년 정도 했는데 총 370회 정도 나갔다. 코로나 때문에 중간중간 몇 달씩 쉰 것 빼고 주말 빼면 주중에는 그래도 대략 절반 가까이 운동한 셈이다. 그런데 매번 똑같은 기구운동 한 사이클을 두 번씩 도는 게 서서히 지루해지기도 하고 근육량만 다소 늘었을 뿐 체지방 감소 효과는 없어서 다른 운동으로 바꿔볼까 하던 차에 마침 그 지점이 문을 닫았다. 그래서 작년 11월부터 Yoga를 시작했다. 내게 맞는 운동을 찾은 것 같다. Yoga가 맘에 들었다. 이런 정적인 운동이 나한테 맞는 듯하다. Yoga를 시작하고 마칠 때의 호흡 명상과 사바사나를 하고나면 그날 하루가 차분히 잘 마무리되는 느낌이다...

2023/monologue 2023.03.07

The Crucible_ NT Live

★★★★☆ # 「시련」은 1692년 세일럼에서 있었던 마녀 재판을 소재로 당시 뉴잉글랜드 지방을 휩쓸었던 집단 광기와 1950년 초반에 미국을 휘몰아친 또 다른 광기인 매카시즘 사이의 보편적 유사성을 통해서 인간 본성에 내재된 문제들에 대해서 말한다. 밀러는 연속되는 역사의 흐름 안에서 이 두 개의 사건이 보여 주듯이 유사하게 되풀이되고 있는 사회 현상의 원인과 과정을 규명하고 그에 대한 정확한 인식을 촉구하고자 한다. 매카시즘의 광풍에 대해서 밀러가 충격을 받은 것은 그것이 집단적인 공포를 야기할 뿐만 아니라 '새로운 주관적 리얼리티'를 만들어 낸다는 사실이었다. 그를 당혹하게 한 것은 바로 상대적인 것과 절대적인 것을 혼돈하는 것이며 주관적 리얼리티가 객관적 리얼리티로 되어 버리는 것이다. 밀러는 당..

2023/brief comment 2023.03.06

Tar

★★★★ # Cate Blanchett은 Olivia Colman, Frances McDormand와 함께 그녀가 출연했다는 것만으로도 기대를 하게 하고 영화를 보게 만드는 언니들 중 하나다. 이 영화 역시 마치 실존인물을 보는 듯한 착각을 일으키게 하는 몰입감은 처음부터 끝까지 압도하는 그녀의 빼어난 연기 덕분이었다. (물론, 연출과 촬영기법도 이에 큰 몫을 차지했다.) # 2시간40분의 러닝타임이 그다지 길게 느껴지지 않을 만큼 스토리를 끌고 나가는 힘이 꽤 밀도 높았는데 추락 후의 연출적 마무리가 살짝 아쉽기도 했다. 그리고 그녀의 선택 또한 약간 의외이기도 했다. 빈필의 수석지휘자 정도의 위치에서 퇴출에 가까운 타격을 입고난 뒤의 행보가 동남아 어느 국가의 변변찮은 오케스트라와 코스프레 관객들 앞..

2023/brief comment 2023.03.02

7년만의 Broadway

이번 5박 7일 뉴욕 출장 일정 중에 본, 총 6편의 공연_ 출장이 촉박하게 결정되어서 관람할 작품들을 짧은 시간에 후다닥 알아보고 선택. 브로드웨이도 COVID 기간 중 셧다운되었다가 재개된 지 오래 되지 않아 현재 공연 중인 작품들 중에서는 보고 싶은 공연이 그렇게까지 많지는 않았다. 봐야 하거나 보고 싶은 공연이 현재 브로드웨이에 공연 중이지 않은 작품도 꽤 되었고... 'Dear Evan Hansen'과 'Frozen'은 미국 서부 쪽에서 투어 중이고 'Life of Pi'는 브로드웨이 3월 개막이고... 'HadesTown'을 제외한 나머지 관람예정작들의 세부 Synopsis 찾아보고 OST 계속 들으면서 공연 전 예습~ (이 포스트를 쓰는 지금은 공연을 본 지 또 한참이 지나 벌써 기억이 많이..

2023/brief comment 2023.02.28

7년만의 NY

2016년 이후 7년만의 뉴욕行. 그런데 이번은 출장이라 그다지 개인시간이 많지 않은 여행이었다. 출장 일정 뒤로 개인 휴가를 며칠 이어서 쓰는 것도 가능했으나 아들 훈련소 수료식 때문에 그냥 일정만 소화하고 돌아왔다. 5박7일 일정 동안 6개의 공연을 보고 출장 일정 틈틈이(아침 일찍 또는 오후 늦게) 7년 전에는 없었던 명소와 7년 전(그리고 첫 방문이었던 17년전 포함해) 안 가 봤던 몇몇 곳들을 나름 열심히 돌아다녔다. 뉴욕 방문 주기를 고려했을 때에 어쩌면 이번이 마지막이지 않을까도 싶어서... 첫 날은 밤늦게 도착해 실질적인 일정은 둘째날부터 시작. 도착한 날 밤과 다음날 아침, 42번가에 위치한 호텔 룸의 창밖 풍경~ 내가 뉴욕에 오긴 왔구나! 2일차 호텔에서 나와 조금 걷자마자 바로 보이는..

2023/photo essay 2023.02.27

5주만의 만남

2월 중순 일주일간의 미국 출장에서 돌아오자마자 바로 그 다음날인 지난주 수요일, 아들의 훈련소 수료식을 위해 다시 인제 원통으로 향했다. 일찍 오면 생활관도 볼 수 있다는 사전 안내에 수료식보다 1시간 먼저 도착했는데 무슨 이유에서인지 생활관 공개는 안 하는... 강당에서 한참 기다리다가 수료식이 진행되는 연병장으로 갔다. 군가를 부르며 씩씩하게 입장하는 200여명의 훈련병들... 식이 진행되는 동안, 아들의 위치를 찾아 망원경으로 얼굴을 자세히 확인했다. 그런데 얼굴 표정이 별로 안 좋다. 왠지 울먹울먹하는 듯해 보이는... 왜 그러지? 계속 걱정하다가 태극기/계급장 수여 때 뛰어가서 드디어 아들을 만났다. 가서 보니 정말 눈가가 약간 벌겋고 왕방울만한 눈물이 맺혀 있다. 그걸 본 순간 왈칵 눈물이 ..

2023/photo essay 2023.02.27

AfterSun

★★★★ # 기억을 복기하는 게 완전할 수 없는 것처럼 이 영화에서 그 때의 아빠를 떠올리는 것 또한 명료하지 않다. 관객들도 딸 소피처럼 짐작할 뿐이다. 그리고 뭔가 일어날 듯한 불안감을 느끼며 스크린을 바라보게 된다. # 영화를 보고난 이후에 생각이 많이 나는 영화다. # 아빠와 딸이 춤추는 장면과 현재의 딸의 꿈 속 같은 장면이 교차되며 Queen의 'Under Pressure'가 흐르고 그 가사가 너무나도 적확하게 가슴에 꽂히는데, 음악 선정도 최고이고 이 씬 정말 압권이다. (유튜브에서 우연히 찾은) Under Pressure에서부터 엔딩에 이르는 최고의 장면. 다시 봐도 슬프다... Pressure pushin' down on me Pressin' down on you, no man ask f..

2023/brief comment 2023.02.13

소포가 왔다

아들이 훈련소에 입고 갔던 옷과 신발 등 이른바, '사회에서 가져온 물건'이 소포로 배달되어 왔다. 직접 쓴 편지 한 통과 함께... 훈련소 입소 11일만이다. 소포 상자와 옷들을 보니 약간 찡하긴 했는데, 아들이 쓴 편지 내용을 읽으니 웃음이 났다. 한 구절 한 구절이 너무 우리 아들다워서^^ 벌써부터 훈련소 퇴소 날짜를 세고 있었고, 훈련소 생활의 답답함, 집과 친구들에 대한 그리움이 담겼고 약간은 의젓해진 모습도 엿보였다. 지난 설날 연휴 때에 공중전화로 두 번 전화통화를 했고 훈련소에서 올려주는 훈련병 스케치 사진들 속 아들의 모습도 확인하고 있다. 잘 적응하고 있는 것 같아 다행이다. 날씨 앱에 그쪽 행정구역을 추가해 놓고 매일 아침 일어나 날씨를 확인할 때 그쪽 날씨도 챙겨서 본다. 다음주부터..

2023/monologue 2023.01.27

If / Then

★★★★ # 막이 오르자 뉴욕 풍경이 펼쳐지고 정선아 배우가 캐리어를 끌며 무대에 등장한 순간, 'Tell Me on a Sunday'의 데니스가 환생한 듯했다! 그러구보니 이어지는 듯한 느낌도 있다. 16년 전 'Tell Me on a Sunday'에서 실연의 상처를 잊기 위해 런던에서 뉴욕으로 온 서른 살의 데니스는 세 번의 사랑과 이별을 겪는다. 그리고 이 작품 'If/Then', 결혼의 실패를 딛고 새로운 도전을 하기 위해 뉴욕으로 온 서른아홉 살의 엘리자베스는 두 갈래로 갈라진 선택의 갈림길에서 일과 사랑, 우정, 결혼, 출산, 상실 등을 겪게 된다. 서른 살의 데니스는 약 10년 후의 엘리자베스가 되어 돌아왔고 (여전히 그녀에게 사랑은 어렵고...), 당시 20대 중반이었던 정선아 배우는 이제..

2023/brief comment 2023.01.19

또다시 인제 원통이라니...

31년 전, 당시의 남자친구, 현 남편을 군대보낸 바로 그 곳에 이번엔 아들을 군대보내다... 아들과 이제 1년반동안 떨어져 지내야 한다는 것에 대해 일주일 전부터 서서히 실감되기 시작했고 사흘 전부터는 잠 못 들고 마음이 계속 번잡스러웠다... 맨손으로 훈련소에 들어갔던 그 옛날과 달리 요즘은 입대 키트라는 말이 있을 정도... 사단별로 반입 가능 물품이 다르다고 해서 폭풍 검색하고 본인한테 직접 가져갈지말지 의사 물어보고 해서 마련한 최종 준비물_ 군화 깔창, 어깨보호대, 무릎보호대, 팔꿈치보호대, 물집방지패드, 방수밴드, 여벌 안경, 전자손목시계, 수면용 귀마개, 지퍼백, 여벌 마스크, 수첩, 삼색볼펜, 카드 슬릿, 텀블러, 올인원 스킨케어, 올인원 워시, 핸드크림, 선스틱, 립밤, 캔디형 인후통약..

2023/monologue 2023.01.17

Moulin Rouge

★★★☆과 ★★★★의 사이 # 이 작품은 토니상 10개 부문을 수상했다. 그러나 COVID로 1년 넘게 브로드웨이가 폐쇄되는 바람에 2020년 한 해는 건너뛰고 개최된 2021년의 토니상 시상식은 노미네이트 자체가 예년에 비해 빈약했고 사실 이 공연은 최대의 수혜주에 해당됐다. 작품상만 해도 같이 노미네이트된 경쟁작이 2작품뿐이었고 그마저 약했다. 심지어 그 해에는 작곡에 해당하는 음악상을 뮤지컬이 아닌 연극이 수상하는 이변도 있었다. 이 공연은 대신, 편곡에 해당하는 오케스트레이션상을 수상했다. # 사실 이 브로드웨이 공연의 OST를 예전부터 좋아해서 즐겨 들어왔다. 70여곡의 히트 팝이 매우 훌륭하게 매시업되어 있어 익숙한 음악인지라 일할 때 배경음악으로 자주 틀어놓는 편이다. 저절로 몸이 들썩일 정..

2023/brief comment 2023.01.11

갈매기

★★★ # 영화에서도, 무대에서도 배우를 오래 하다가 연출을 욕심내는 경우가 종종 있다, 꽤 탁월한 성공을 거두는 사람도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다. 연기 잘 하는 사람이 나름 시도해 봄 직한 딱 그 정도의 연출... # TV에서도 활약하고 있는 유명 배우들을 많이 캐스팅해 놓고는 배우가 돋보이는 무대를 만드는 데 중점을 뒀다고 해 놓고는 연출가 이순재 님의 얼굴만 대문짝만하게 내건 포스터부터 아이러니... (게다가 난 그가 출연하지 않은 회차를 보았던 지라 그 포스터를 쓰지 않으려고 한참을 검색해서 다른 이미지 겨우 찾음. 이마저 절반은 내가 본 캐스팅 조합이 아니긴 하지만 그래도 그 메인 포스터는 여기에 올리고 싶지 않은...) 그리고 이 공연의 연출에 대해서는 위에서 말한 것 중 후자에 가까웠다..

2023/brief comment 2023.01.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