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중순 일주일간의 미국 출장에서 돌아오자마자
바로 그 다음날인 지난주 수요일,
아들의 훈련소 수료식을 위해 다시 인제 원통으로 향했다.
일찍 오면 생활관도 볼 수 있다는 사전 안내에
수료식보다 1시간 먼저 도착했는데
무슨 이유에서인지 생활관 공개는 안 하는...
강당에서 한참 기다리다가 수료식이 진행되는 연병장으로 갔다.
군가를 부르며 씩씩하게 입장하는 200여명의 훈련병들...
식이 진행되는 동안, 아들의 위치를 찾아 망원경으로 얼굴을 자세히 확인했다.
그런데 얼굴 표정이 별로 안 좋다. 왠지 울먹울먹하는 듯해 보이는...
왜 그러지? 계속 걱정하다가
태극기/계급장 수여 때 뛰어가서 드디어 아들을 만났다.
가서 보니 정말 눈가가 약간 벌겋고 왕방울만한 눈물이 맺혀 있다.
그걸 본 순간 왈칵 눈물이 쏟아졌다.
우리를 보면서 관등성명 복창하고 처음 듣는 말투의 존댓말로 얘기하는데
나는 이미 그전부터 우느라 제대로 듣지도 못했고
그 와중에 계급장 수여 장면은 놓치지 말고 사진찍어야겠고
이 역시 우느라고 제대로 신경써서 못 찍었다ㅠㅠ
(그런데 나중에 들어서 뒤늦게 알게 된 건
수료식 며칠 전부터 갑자기 결막염이 생겼는데
외부 병원을 바로 안 보내줘서 수료식 전날에야 겨우 병원가서 약받았다는...
암튼 벌건 눈자위는 다름아닌 결막염 때문인......
눈가에 맺혀있던 눈물도 같은 이유인지 아닌지는 모르겠다^^)
수료식 후 훈련소 동기들과 기념사진을 찍은 다음
그날 하루 외출증을 받아 함께 보낼 수 있는 예닐곱 시간을 위해 예약한
근처 펜션으로 갔다.
전날 코스트코에서 사 온 한우를 숯불에 구워 점심을 먹이고~
(훈련소에서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느라 입이 쉬지 않는...^^
얘기를 들어보니 대체로 잘 지낸 것 같다~
그리고 우리는 애가 훈련소에서 외로울까봐
매주 꼬박꼬박 인터넷편지를 써서 보냈는데
친구들한테서 인편 100통 가까이 받았다고...)
오랜만이라면서 길게 샤워한 뒤
5주만에 핸드폰을 들고 신나게 침대 속으로 들어가더니
한시간도 채 되지 않아 코 골며 자고 있다...
낮잠을 푹 재우고 다시 깨워
아들이 좋아하는 부대찌개로 이른 저녁을 먹인 후
아쉬운 마음 달래며 훈련소에 데려다줬다.
자대는 다음날 이동한다고...
사단 사령본부로 자대배치를 잘 받아
훈련소 복귀하는 발걸음이 다행히 무겁지 않고
돌아서는 우리 부부의 마음도 훨씬 안심이 되었다.
그리고 그 주 토요일,
이제 공중전화가 아닌 핸드폰으로 전화가 왔다.
보직도 편한 곳으로 받고 동기 생활관을 쓰고 있고
그곳 환경이나 사람들 모두 좋다고,
자대 와서 잘 적응하고 있다고~
감사... 무한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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