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Cate Blanchett은 Olivia Colman, Frances McDormand와 함께
그녀가 출연했다는 것만으로도 기대를 하게 하고 영화를 보게 만드는 언니들 중 하나다.
이 영화 역시
마치 실존인물을 보는 듯한 착각을 일으키게 하는 몰입감은
처음부터 끝까지 압도하는 그녀의 빼어난 연기 덕분이었다.
(물론, 연출과 촬영기법도 이에 큰 몫을 차지했다.)
# 2시간40분의 러닝타임이 그다지 길게 느껴지지 않을 만큼
스토리를 끌고 나가는 힘이 꽤 밀도 높았는데
추락 후의 연출적 마무리가 살짝 아쉽기도 했다.
그리고 그녀의 선택 또한 약간 의외이기도 했다.
빈필의 수석지휘자 정도의 위치에서 퇴출에 가까운 타격을 입고난 뒤의 행보가
동남아 어느 국가의 변변찮은 오케스트라와
코스프레 관객들 앞에서 게임 배경음악을 지휘하는 일이라는 게...
초라할지라도 그녀에게는 지휘대가 역시 Home인 건가...
하긴 단순히 몰락의 의미는 혹시 아닐 수도 있다.
클래식 시장의 최신 트렌드 중 하나가
영화음악, 게임음악과의 협연인데
대중친화적인 성과를 내며 그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기도 하니까.
# 문화예술을 둘러싼 최근의 논쟁 이슈들도
영화 속에 잘 담겨 있다.
잘못되었다고 생각하는 과거의 행동이나 발언을 고발하여
그에 대한 사회적 비판이 쇄도하게 함으로써
직업이나 사회적 지위를 잃게 만드는 소셜미디어 상의 Cancel Culture,
예술가의 인생과 예술은 분리될 수 있는가 하는 논란,
그리고 혐의를 씌우면 유죄가 되는 사회적 현상까지...
영화 초반, 줄리아드에서의 마스터 클래스 장면은
자신이 규정짓는 기준에 따라 시야가 좁아지는 요즘 애들과
충돌이 생기는 상황의 묘사가 놀랄 만큼 너무 잘 구현되어 있어 웃프기도 한...
예술가의 인간적 결함과 도덕적 잘못에 대한 내 개인적 생각은,
필요 이상으로 일반인들보다 높은 잣대를 들이대는 건 찬성하지 않으며
(다시 말하지만 그들은 公人이 아니라 有名人이다),
타인에게 매우 큰 피해를 끼쳤거나 사회적으로 엄청난 물의를 일으킨 게 아니라면
어느 정도는 그의 예술과는 별개로 보고 싶어하는 편이다.
물론 기본적으로는 그러하나,
세부 케이스로 들여다 보면 고민스러운 지점도 많긴 하다.
그 예술이 수많은 사람들의 노력과 많은 돈이 들어가는 경우
한 개인 때문에 그 모든 것이 無로 되어버리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엄격한 기준이 필요할 때도 있긴 하다.
그래도
과도하다 싶을 만큼의 'Cancel' 강제는 마땅치 않다고 생각한다.
활동을 아예 하지 못하도록 원천봉쇄를 해 버리는 것과
그 사람의 활동을 대중이 선택하지 않아 사라지게 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응징을 해야 직성이 풀리는, 그러나 곧 잊어버리는 사람들...
그런데 이 또한
명백한 피해자가 있는 경우엔 고심스럽다.
넷플릭스 'The Glory'를 보면서
눈에 안 보이면 모를까 대중매체에 버젓이 나오는 걸
피해자 입장에서는 정말 견딜 수 없겠다 공감되는...
쉽지 않은 문제다.
# 나는
리디아 타르가 지휘하는
말러교향곡 5번을 한번은 듣고 싶었다...
나... 올바르지 않은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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