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5박 7일 뉴욕 출장 일정 중에 본, 총 6편의 공연_
출장이 촉박하게 결정되어서 관람할 작품들을 짧은 시간에 후다닥 알아보고 선택.
브로드웨이도 COVID 기간 중 셧다운되었다가 재개된 지 오래 되지 않아
현재 공연 중인 작품들 중에서는 보고 싶은 공연이 그렇게까지 많지는 않았다.
봐야 하거나 보고 싶은 공연이 현재 브로드웨이에 공연 중이지 않은 작품도 꽤 되었고...
'Dear Evan Hansen'과 'Frozen'은 미국 서부 쪽에서 투어 중이고
'Life of Pi'는 브로드웨이 3월 개막이고...
'HadesTown'을 제외한 나머지 관람예정작들의
세부 Synopsis 찾아보고 OST 계속 들으면서 공연 전 예습~
(이 포스트를 쓰는 지금은
공연을 본 지 또 한참이 지나 벌써 기억이 많이 휘발되었다ㅜㅜ
최대한 기억해내자...)
1. Harry Potter and the Cursed Child
Lyric Theatre
Albus Potter_ Joel Meyers
Scorpius Malfoy_ Erik C. Peterson
Harry Potter_ Steve Haggard
Draco Malfoy_ Aaron Bartz
Hermione Granger_ Jenny Jules
Ron Weasley_ David Abeles
Ginny Potter_ Angela Reed
Delphi Diggory_ Imani Jade Powers
★★★★
이 작품은 2016년 웨스트엔드에서 초연됐을 때부터 큰 화제였다.
한 작품을 1부와 2부, 두 편으로 나누어 만든 것이었다.
그러나까 이 공연을 온전히 다 보기 위해서는
각각 2시간40분짜리 Part 1과 Part 2, 두 개의 공연을 봐야 하는 거다.
물론 이러한 독특한 공연 구성뿐만 아니라 작품 자체에 대한 평가도 높아서
작품상을 포함해 올리비에상 9개 부문, 토니상 6개 부문을 수상하는 등 상도 많이 받았다.
2018년 브로드웨이에 처음 개막했을 때에도 똑같이 두 편으로 나뉜 공연 구성이었으나
팬데믹 이후 작품의 러닝타임을 손본 끝에 3시간30분짜리 한 편의 연극으로 재구성하였다.
한번 볼 만한 작품으로 많이들 추천해서
(그리고 두 편이나 봐야 하는 건 자신없었지만 한 편으로 줄어들었다고 하길래)
이 공연을 선택하긴 했는데
문제는... 내가 해리포터를 '전혀' 모른다는 것이었다.
원래 그런 류의 판타지물을 좋아하지 않아서
이제껏 해리포터 시리즈를 단 한 편도 본 적이 없었다.
물론 이 연극이 앞선 시리즈들에 바로 이어지는 내용이 아니라
(해리포터의 둘째 아들이 호그와트에 입학한) 19년 후의 스토리이긴 하지만
이 시리즈에 대해 전혀 문외한인 상태에서 본다는 게 아무래도 걱정되었다.
그렇다고 그 많은 영화들을 다 찾아보기엔 바빠서 시간도 없고...
그래서 궁여지책으로... 유튜브의 속성요약 영상을 찾아보았다.
단 30분만에 6편의 시리즈 영화의 줄거리를 요약해 주는^^.
이제껏 영화든 드라마이든 소설이든 이런 요약본으로 작품을 훑는 사람들에 대해
좀 어이없어 하며 다소 폄하했는데 내가 당사자가 되다니...
근데 의외로 도움이 약간 되었다.
어떤 캐릭터들이 나오고 무슨 내용이었는지는 대충이나마 빠르게 감잡을 수 있었다.
그리고 구글링으로 이 연극에 대한 시놉시스도 미리 읽어보고 갔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연을 보면서 내용 따라잡기가 쉽진 않았다.
물론 내 Listening 실력으로 제대로 알아들을 수 없어서이기도 하겠지만,
대체 왜 이리 캐릭터들이 많고 관계가 얽혀있는지...
그동안 뮤지컬들만 봐서 브로드웨이에서 연극을 보는 건 처음이었다.
그런데 이 작품은 정통 연극이라가보다는 스펙터클 쇼에 가까운 연극이라서인지
연극으로서의 감흥보다는 뮤지컬의 그것과 오히려 유사했다.
무대에서 구현되는 Magic의 수준은 볼 때마다 놀라웠고
무엇보다도 무대 활용도가 감탄스러웠다.
보통 무대보다 훨씬 높은 무대 상부와 무대 하부, 그리고 객석 상부에 이르기까지
정말 전방위적으로 누비는 무대 운용이 상상을 초월했다.
안무도 좋았고, 심지어는 퇴장할 때마다 망토 펄럭이는 제스처도 인상적인~
이전 버전을 본 사람은 두 편을 한 편으로 줄인 결과물이 좀 아쉽다고도 하던데
나는 비교할 수 없어서 그런지 이 한 편으로 충분히 괜찮았다.
다만, 나름 속성 예습을 하긴 했지만
캐릭터들이 워낙 많아 여전히 헷갈리고 또 그 前史를 자세히 모르니
해리포터를 좋아하는 관객들보다는 확실히 덜 즐기게 되는 듯...
2. M J
Neil Simon Theatre
MJ_ Myles Frost
Middle Michael_ Tavon Olds-Sample
Little Michael_ Christian Wilson
Rob / Joseph Jackson_ Apollo Levine
Rachel_ Whitney Bashor
★★★★★
마이클 잭슨의 음악을 워낙 좋아하기도 하고
이 작품에 대한 호평도 익히 들었던지라 꼭 보고 싶었던 작품이었다.
브로드웨이에서도 한창 Hot한 공연인지라 티켓가격이 너무 높아서
좀 고민하다가 1층의 뒤쪽에 위치한 좌석을 예매했는데
공연을 보면서 후회했다, 비싸도 더 앞에서 볼 걸...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좋았다.
주인공 MJ 역의 Myles Frost는 정말 반하지 않을 수 없는 배우였다.
그의 탁월한 노래와 춤은 물론,
마이클 잭슨 특유의 말투와 태도, 느낌 모두 싱크로율이 뛰어난 연기까지
관객들에게 마치 마이클 잭슨을 보는 듯한 착각을 자연스레 불러 일으켰다.
그래서 넘버가 끝날 때마다 쏟아지는 관객들의 엄청난 박수와 환호가
무대 위 MJ 뿐만 아니라 관객들 마음속의 마이클 잭슨에게 보내는 듯했다.
공연을 보며 나 또한 그러함을 느꼈다...
1막의 엔딩 ‘They don’t care about us’의 연출은 정말 짜릿하고 소름돋았다.
1막이 끝난 순간 이토록 흥분되기는 ’WICKED’ 이후로 오랜만이다.
2막 중 ‘Thriller’ 무대의 연출도 인상적이었다.
이 작품은
마이클 잭슨의 춤과 비슷한 느낌이면서도 크리에이티브했던 안무도 훌륭했고
조명과 음향 디자인도 뛰어났다.
오리지널 캐스트의 공연을 놓치지 않아 너무 잘 했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물론 다른 누군가가 계속해서 해내긴 하겠지만
Myles Frost가 아닌 MJ는 상상이 안 된다. 저렇게 잘 할 수 있을까?!...
3. Hamilton
Richard Rodgers Theatre
Alexander Hamilton_ Miguel Cervantes
Aaron Burr_ Nik Walker
Elza Hamilton_ Stephanie Jae Park
Angelica Schuyler_ Jennie Harney-fleming
George Washington_ Tamar Greene
Lafayette / Thomas Jefferson_ Kyle Scatliffe
Mulligan / James Madison_ Ebrin R. Stanley
Laurens / Philip Hamilton_ Daniel Yearwood
King George_ Euan Morton
Peggy / Maria Reynolds_ Aubin Wise
★★★★★
개인적으로 랩 장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지라
처음에 랩 기반의 뮤지컬이라고 들었을 때 사실 약간의 선입견을 갖고 있었는데
OST 앨범을 듣고 단번에 홀딱 반해 버렸다. 음악이 너무나 좋았다.
음악으로 먼저 접한 뒤 한참 시간이 지나
브로드웨이 공연실황 영상을 보게 되었다.
정신없이 빠져든 채 공연 영상을 본 다음날
너무 재미있어서 홀린 듯이 또다시 그렇게 두 번을 연이어 보았다.
아니, 이렇게 멋진 작품이...
그 후로 이 작품의 OST는 Favorite playlist로 자리매김되었다.
'My Shot', 'Wait For It', 'The Room Where It Happens' 같은 대표곡 외에
내가 따로 좋아하는 넘버는 'You'll Be Back'과 'One Last Time'인데,
'You'll Be Back'은 조지 왕이 부르는 그 씬 자체가 너무 인상적이었고
'One Last Time'은 조지 워싱턴이 이 노래를 부르는 모습을 보며
우리나라도 건국 초창기에 저렇게 마음먹는 대통령들을 가졌더라면
정말 많은 게 달라졌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울컥했던 기억에...
바로 그 'Hamilton'을 드디어 브로드웨이에서 보게 되었다!
이 작품의 탁월함이야 뭐 더할 말이 없고,
디즈니플러스 실황의 촬영 구도가 주로 주요 인물 위주였던 데 비해
실제 공연은 무대 전체 씬 연출의 훌륭함까지 확인할 수 있어 더욱 좋았다.
특히, 영상에서는 제대로 비춰지지 않았던, 앙상블 연출도 무척 뛰어난~
Hamilton 역의 배우가 너무 단신이라 처음엔 약간 어색했는데
워낙 잘 해서 금방 익숙해졌다.
(나중에 Playbill을 보니, Chicago production 포함해 이 역을 1200회 이상 했다고...)
근데 아무래도 이 역할은 린 마누엘 미란다의 아우라가 영향이 있긴 하다...
일라이자 역은 '스테파니 박'이라는 한국계 배우가 맡았는데
연기는 나쁘지 않은데 성량이 풍부하지 않아 다소 아쉬운... 그래도 반가웠다.
이번 일정에서 (예상치 않게 'MJ'와 함께) 가장 좋았던 공연이었다.
물론 쉽지 않은 작품이긴 하지만
한국에서 어서 공연될 날을 기다리며......
4. The Book of Mormon
Eugene O’neill Theatre
Elder Price_ Kevin Clay
Elder Cunningham_ Cody Jamison Strand
Nabulungi_ Kim Exum
★★★★☆
HELLO!
공연장 입장을 위해 줄 서 있다가 공연장 유리문에 장식되어 있는
언론리뷰 카피 두 개가 눈에 들어왔다.
"I ♥ 'MORMON'"
"DIRTY"
공연을 보니 이 공연은 정말 저 두 단어(문장) 그대로였다^^
중의적 표현대로 이 작품은(심지어 몰몬교마저) 무지 사랑스러웠고
또 더럽게 웃겼다ㅎㅎㅎ
매씬 미소지으며 보게 만드는 그야말로 완전한 코미디 뮤지컬이었다.
안무까지도 유머 요소가 가득한~
역시 'South Park' 'Avenue Q'의 황금 트리오답다.
2011년 작품이다보니 무대세트가 약간 올드했던 것 말고는
너무 재미있고 즐거운 공연이었다.
이 작품은 수위를 줄이면 그 재미가 확 반감되는 공연인데...
음... 번역은......
5. Bad Cinderlla
Imperial Theatre
Cinderella_ Linedy Genao
Prince Sebastian_ Jordan Dobson
Stepmother_ Carolee Camello
Queen_ Grace Mclean
★★★☆
코로나의 영향으로 좌석 띄어앉기가 시행되던 재작년에
웨스트엔드에서 어렵사리 개막했던 Webber의 신작인데
올해 3월부터 브로드웨이 본공연이 시작되고
우리가 관람한 공연은 프리뷰 둘쨋날이었다.
작품에 대해 미리 정보를 찾아볼 때만 해도
잘 만들면 Post-WICKED 같은 결이 되지 않을까 기대했었는데
실제로 만나본 무대는 좀 실망스러웠다.
요즘 공연들의 트렌드들이 이도저도 아니게 어설프게 몰아넣어져 있었고
남녀 주인공 배우들의 가창력도 별로여서, 미안하지만 엎친 데 덮친 격...
계모와 여왕 역할의 두 중견배우들은 잘 하시더라.
브로드웨이의 프리뷰 기간에는 비평을 하지 않는 게 Rule이라지만
음... 프리뷰 기간이 지난 다음에도 그닥 달라질 것 같지 않은ㅠㅠ
공연보고나서 우리가 그랬다,
본공연 개막 후 기사 헤드라인이 눈에 훤하다고.
'BAD' Cinderella.
그러게, 제목을 잘못 지었어......
브로드웨이 공연장들은 객석 사이가 워낙 좁아서
안쪽 자리로 들어가려면 모두가 다 일어나 통로로 나와야 하는 불편함이 있어
되도록이면 인터미션 때에도 밖으로 안 나가고 그냥 자리에 앉아 있었는데
인터미션 때에 로비에 Webber가 있었다는 소식을 뒤늦게 알게 된...
아깝다... 직접 볼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인데, 인터미션 때 나가볼 걸......
6. HadesTown
Walter Kerr Theatre
Orpheus_ Reeve Carney
Eurydice_ Eva Noblezada
Persephone_ Soara-Joye Ross
Hades_ Tom Hewitt
Hermes_ Lillias White
★★★★☆
뉴욕에서의 마지막 공연은, 내가 사랑하는 HadesTown.
익히 아는 공연이긴 하지만 브로드웨이 오리지널 버전의 무대를 한번은 보고 싶었다.
아직까지도 무대에 오르고 있는 두 남녀 주연 오리지널 캐스트들도 보고 싶고
하부 리프트를 사용하는 무대도 보고 싶고
여배우 헤르메스도 궁금하고...
또 이번에 바뀐 페르세포네가 매우 잘한다는 얘길 들어 기대감 뿜뿜~
그런데...
공연장에 도착해 Playbill을 받아보니, 하필 내가 보는 이번 회차에
페르세포네 역에 커버배우가 선다는 안내가ㅠㅠ
여신 중 한 명을 하던 분이 페르세포네를 커버했는데
물론 잘 하긴 했지만 아무래도 아우라가 좀 부족해서 아쉬웠다.
여자 헤르메스는 기대에 못 미쳤다.
그 배우가 표현하는 헤르메스의 캐릭터가 다층적이지 않아 다소 밋밋했고
헤르메스와 페르세포테가 어우러지는 씬에서는
남녀가 아닌 여자 두 명이다보니 그 케미에서 받는 느낌이 덜했다.
오르페우스 역의 리브 카니, 에우리디케 역의 에바 노블자다는
브로드웨이 초연 이래 원년 멤버로서 정말 농익은 무대를 보여 주었다.
다만 그날따라 둘다 목 컨디션이 좋지 않았는지
최고음을 원래대로 잘 내는 모습은 보지 못해 약간 아쉬운...
아 참, 앙상블 중에 한국계 배우가 있어서 또 반가웠다~
그리고, 동일한 디렉션임에도
세세한 동선이나 연기 표현이 한국공연 때와는 또 달라서
그걸 보는 재미도 있었다.
HadesTown은 브로드웨이 공연을 직접 보니 물론 좋았고
우리 한국공연이 역시 뒤지지 않을 만큼 잘했구나 하는 확신도 들게 했다.
WAIT FOR ME!
I'M COMING!
이번에 브로드웨이 공연들을 보며 전체적으로 새삼 느낀 점은,
- 2021년 극장가 재개를 앞두고 '브로드웨이를 위한 뉴딜'이라는 이름으로
극장주, 연출가, 배우, 스태프들이 인종적 다양성을 강화하는 협약을 맺은 바 있다.
그래서인지 이번에 여러 공연들을 보니
일단 무대 위 배우만 해도 유색인종들이 꽤 많았다.
근데... 옳은 방향인 건 맞는데, 좋은지 어떤지는 판단 보류다.
실력이 뛰어나지만 무대에 오를 기회가 많지 않았던 유색 인종들이 등용되는 건지
인구통계학적 다양성을 반영해야 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유색 인종들을 캐스팅한 건지
약간 강박같기도 해서 갸우뚱하게 되는 경우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야 스테레오타입이 여전히 남아있는 그냥 일회성 관광객이지만
다양한 인종이 모여 사는 그곳 사람들에게는 그게 당연히 자연스러울 수도...
- 전에도 느꼈지만, 이곳 작품들은 안무가 진짜 뛰어나다.
우리나라 뮤지컬들은 갈수록 춤의 비중이 사라지고
새로 제작되는 대극장 뮤지컬들의 안무도 솔직히 특색이 없는데,
물론 브로드웨이 작품들 중에서도 가장 특출한 공연들을 봐서이기도 하지만
여기 공연들의 안무를 보면 정말 독창적이고 그 작품만의 컬러가 너무 잘 살아있다.
- 전에도 느꼈지만×2, 브로드웨이는 앙상블 배우들이 진짜 탄탄하다.
노래, 춤, 연기 어느 것 하나 부족함이 없다. 감탄스러울 만큼 정말 잘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언제부터인가 공연을 보면서
앙상블 부문에 대해 실망하는 경우가 갈수록 늘어가는 듯하다.
앙상블의 기량, 앙상블에 대한 연출 모두에서...
오히려 옛날엔 안 그랬던 것 같은데...
실제로도, 뛰어난 실력을 지닌 앙상블 배우 캐스팅이 어려워졌다고도 한다.
뮤지컬 학과들은 이전보다 많아졌는데 왜 그런 건지...
특히 대극장 뮤지컬은 앙상블이 제대로 잘 발휘되어야
비로소 공연의 완성도가 완벽하게 채워지는데...
앙상블의 가치가 제대로 인정되고 또 많이 발굴되고
이들에 대한 관객들의 사랑도 높아지고 그랬으면 좋겠다.
일단은 포스팅은 여기까지...
나중에 또 불현듯 뭔가 떠오르면 덧붙이기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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