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brief comment 31

Cat on a Hot Tin Roof_ NT Live

★★★☆ # 하필이면 이 날 아침부터 두통이 심했다. 그 상태에서 날카로운 음색으로 쉴새없이 떠드는 세 여자(둘째 며느리, 첫째 며느리, 시어머니)의 목소리를 듣자니 상대방 남자들의 태도가 심지어는 이해가 가기도 하면서 암튼 머리가 더욱 지끈거렸다. (Voice tone은 아마도 일부러 그렇게 연출한 듯...) 이 작품은 유명한 고전이지만 소설로도 영화로도 연극으로도 이전에 본 적이 없어서 이번이 첫 만남이었다. 전혀 내용을 알지 못한 채였기에 더욱 힘들어지는 컨디션에도 불구하고 흥미진진하게 극을 따라갔다. # 이 가족은 위기를 맞았다. 그 가운데 가족 구성원들의 이기심과 비밀이 드러난다. 극이 진행되는 내내 서로 대화를 하고 있지만 매 씬마다 둘 중 한 사람만 거의 일방적으로 쏟아내고 서로의 소통은 불..

2019/brief comment 2019.03.18

Keith Haring

한참 줄서서 입장해야 할 만큼 사람이 많았던... 들어가 보니 그 이유를 알겠다. 조용히 작품을 감상하는 전시라기보다 작품과 사진을 찍고 SNS에 올리기에 너무나 안성맞춤인 전시였다. 그렇다고해서 작품이 별로였다는 얘기가 아니라 이 작가의 작품 자체가 절로 사진찍고 싶을 만큼 예뻤다는 의미다. 게다가 그간 적지 않게 보아왔던 친숙함까지 갖춘... 31세에 요절하기까지 10년 동안 천재적인 예술감각을 그야말로 짧고 찬란하게 불태웠던 그에 대해 조금이나마 알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이번 전시는 그의 컬렉션을 소장하고 있는 일본의 한 미술관의 작품들이다보니 그의 전체를 보았다고 하기엔 한계가 있었는데, 중간중간에 마련된 다큐 영상 속 해외 전시회 광경을 보니 한국 전시에 포함되지 않은 그의 주요 대형작들을 보..

2019/brief comment 2019.03.11

The Essential Duchamp

# 그의 독특한 생애에 놀라다. 화가로서 이름을 날리기 시작하다가 회화와 결별하고 독창적인 구조물 작업과 레디메이드 오브제 등으로 평단을 발칵 뒤집어 놓은 뒤 대외적으로는 미술을 그만두고 체스로 전업한 것으로 속이고 실제적으로는 '에로즈 셀라비'라는 여성 자아로 위장하여 새로운 예술 프로젝트 진행. 은퇴한 상태로 알려진 가운데 비밀리에 20년에 걸쳐 디오라마 작품을 완성하고 세상을 떠난 뒤에 공개... 아티스트들의 인생이 대부분 그러하긴 하지만 정말이지 독특하기로 따라갈 자 없는 그런 삶을 살았고 그 여정은 그의 예술과 또 맞닿아 있었다. # 그의 남다른 작품세계에 반하다. 직간접적으로 만난 그의 대표작들은 정말 인상적이었다. 회화 '계단을 내려오는 누드(No.2)'는 볼수록 매력적이었고, 영상을 통해 ..

2019/brief comment 2019.03.04

The Favourite

★★★★ # The Lobster, Killing Deer 감독의 작품이라는 사실 하나만으로 이 영화를 선택한 이유는 충분했다. 요르고스 감독의 전작 대비해서는 특유의 날선 매력과 충격이 좀 덜 하긴 하지만 왜 영화가 감독의 예술인지 여실히 증명해 보이는 또 하나의 작품이기도 하다. 물론 세 여배우들도, 프로덕션 디자인도 훌륭하긴 했지만 이 감독이 아니라면 결코 이런 결의 작품이 나올 순 없다. # 근데, 이 영화의 스토리가 대부분 실화라는 걸 영화 보고나서야 알았다. (세상에... 정말?!^^) # 영화를 보고난 다음 날, 아카데미 시상식이 열렸다. 앤 여왕님이 여우주연상을 수상하셨다는!^^ 근데 여우조연상, 미술상, 의상상 수상 못 한 건 아쉽네...

2019/brief comment 2019.02.25

대고려 : 그 찬란한 도전

고려 건국 1100주년을 기념하여 우리나라 여러 지역 뿐만 아니라 미국, 영국, 일본 등 세계 각국에 흩어져 있는 고려의 보물들을 한데 모은 특별전이었다. 왕실미술, 불교미술, 차(茶) 문화, 공예미술 총 4개 섹션으로 구성되어 있었는데 본 전시에 들인 많은 노력과 정성들이 그대로 느껴지는 매우 귀한 자리였다. 무엇보다도 가장 인상적인 것은 태조 왕건의 정신적 스승으로 알려진 '희랑대사상'이었다. 전시된 방에 들어서는 순간, 멀리서부터 묘한 아우라에 사로잡혔고 가까이서 보자마자 바로 압도되었다. 그 생생한 실재감은 이제껏 느껴보지 못한 경지였다. 바로 옆에 비어 있는 태조 왕건상의 자리가 더욱 아쉽기도 했다. 평양에 있다는 그 태조 왕건상이 왔더라면 정말 천년을 넘어 스승과 제자가 만난 감격적인 순간일 ..

2019/brief comment 2019.02.23

Oedipus

★★★★ # 무대 위의 그를 본 적이 물론 있다. 'Nine', 'Man of La Mancha', 'Assassins', 'Orchestra Pit' 넷 다 뮤지컬 작품이었다. 그런데 연극 무대에서 보는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래서인지 괜히 더 컸던 기대만큼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역시 황정민이었다! 그리고 오랜만에 무대 위 모습으로 만난 배해선 배우도 반가웠고, 여전히 믿음직한~ # 작년에도 다른 작품으로 연극 무대에 올랐었던 황정민 배우가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원캐스트는 배우로서 자신이 맡은 역할에 대한 자존심이며 관객과의 약속"이라고. 그리고 최근, 해외 에이전트 일을 했었던 사람으로부터 이런 얘기를 마침 들은 적이 있다. 한국의 뮤지컬 공연에 외국 연출을 섭외하는 과정이었는데 더..

2019/brief comment 2019.02.22

Cold War

★★★★☆ # 탁월한 연출, 촬영, 편집이 이루어낸 영상은 비할 데 없이 아름답고 우아했다. 뛰어난 연기를 보여 준 두 남녀 주인공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만큼 매력적이었다. 음악영화로 느껴질 정도로 작품 내내 펼쳐지는 폴란드 민속음악과 재즈 음악은 마음깊이 다가왔다. 특히 '두 개의 심장 네 개의 눈' 이 한 곡이 시골아이의 노래에서 합창단의 공연으로, 그리고 재즈곡으로 변주되는 모습은 경이롭기까지 했다. # 지난해 NT Live로 보았던 연극 'Yerma'의 연출방식이 각 챕터별로 툭 끊기는 엔딩과 암전 후 O개월 후, O년 후와 같은 자막과 함께 이어졌듯이, 이 영화도 총 15년이라는 시간과 각기 다른 도시에서의 모습이 7개의 시퀀스로 나뉘어져 전개되는데, 이 두 작품의 공통점은 그렇게 건너뛰는 그..

2019/brief comment 2019.02.11

같고도 다른 : 치바이스와 대화

설날 연휴 끝자락에 찾은 전시회_ 중국 근대 회화미술의 거장으로 손꼽히는 '백석노인 치바이스'의 작품들과 그의 작품세계에 영향을 끼친 팔대산인, 오창석의 작품 그리고 그의 초상을 조각하고 그린 우웨이산, 오작인의 작품 등을 함께 선보인 전시였다. 서로 어떠한 영향을 주고받았는지 눈으로 바로 확인할 수 있도록 같은 소재의 그림을 나란히 또는 마주보고 배치하는 방식이 정말 표현 그대로 시공을 초월한 거장들의 대화 같았다. 이번에 처음 알게 된 치바이스의 작품들은 무척 맘에 들었는데, '닮음'(似)과 '닮지않음'(不似) 사이의 그 절묘함이 탁월했다. 어찌 보면 Conceptual한 현대 디자인적 요소에서 볼 수 있는 생략과 핵심 집중이 매우 훌륭하고 그러하면서도 본질의 디테일이 뛰어나 그림의 생동감이 넘쳤고 ..

2019/brief comment 2019.02.07

Matilda

★★★☆과 ★★★★의 사이 # 이 작품은 3년 전 보았던 브로드웨이 무대가 아직 기억에 생생한지라 한국 공연에 대한 비교 기준이 어쩔 수 없이 내겐 있다... 작년 가을 이 작품의 한국 초연 개막 즈음 어떻게 만들었는지 궁금해서 찾아본 미디어콜 영상을 보고 미안하지만 기대감이 사라졌다. 특히, 내가 좋아하는(늘 가슴뛰고 울컥하게 하는) 'Revolting Children' 씬은 너무 실망스러웠다... # 그래도 의미있는 명작인데 보긴 봐야겠다는 생각에 막 내리기 거의 열흘 전 공연장을 찾았다. 아역 배우들의 퍼포먼스는 5개월간의 공연을 해낸 시점이라 그런지 생각보단 나쁘지 않았다. 원작 자체가 워낙 가사의 음절 수가 많고 속도도 상당하고 라임도 정교하다 보니 한국어 가사의 소화력은 솔직히 약간 아쉬웠다...

2019/brief comment 2019.02.01

A Gentleman's Guide to Love & Murder

★★★☆ # 생각보다는 잘 만들었고 생각보다는 재미있지 않았다. # 무대와 영상 디자인 뛰어났고 음향 디자인은 놀라울 정도였다. 하여 기본적인 만듦새는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좋았다. 김동완은 무대에 안정감을 부여하고 관객을 집중시키는 힘이 우수했고 오만석은 역시 특유의 순발력 높은 연기를 보여 주었고 임혜영, 김아선 두 여배우는 뛰어난 실력으로 각 역할에 적역이었고 앙상블 배우들 또한 고른 실력으로 작품을 튼튼하고 풍성하게 해 주었다. 그런데, 뮤지컬 코미디를 적극적으로 내세운 것에 비해서는 웃음 포인트가 약해서 덜 재미있었다. 연출적인 면도 코미디 장르적 생동감이 부족했고, 내가 본 조합의 공연에서는 아무래도 김동완 배우가 점잖은 게 좀 아쉬웠다. 코미디에 좀더 능한 배우였다면 훨씬 잘 살릴 수 있는 ..

2019/brief comment 2019.0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