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57

아리랑

★★★★ # 솔직히 그닥 마음에 끌리지 않아 2년전 초연 때 그냥 pass했었다. 이번 재공연 역시 원래는 볼 계획이 없었는데 이런저런 이유로 보게 되었다. # 1막을 보고 있노라니, '어, 의외로 괜찮은데?' 싶었다. 인터미션 때에 바로 프로그램북을 찾아 넘기며 제일 먼저 '연출'이 누구인지 확인했다. 고선웅이었다. '조씨고아'의 그 고선웅이 연출했다는 걸 뒤늦게 알게 된... 어쩐지 1막을 보면서 내내 연출이 좀 남다르다 싶었다. (앞으로 그의 연출작이라면 이제 믿고보게 될 듯...) 박동우 무대 디자이너가 참여한 건 알고 있었기에 연출에 이어서 또 궁금했던 작곡가, 안무가, 영상디자이너, 조명디자이너, 의상디자이너의 이름을 하나씩 확인했다. 크리에이티브팀이 누구인지 바로 궁금해졌을 만큼 이 작품은 ..

2017/brief comment 2017.09.01

자유가 억압의 동인이 되는...

얼마전 '개는 되지만 아이는 안됩니다'라는 (다소 선정적으로 느껴질 수 있는 제목의,) No Kids Zone에 대한 한겨레21의 기사를 읽었다. 짧지 않았던 그 기사를 쭈욱 읽어내려가며 절반의 반감과 절반의 동감을 교차하면서 느끼던 중 거의 마지막 즈음의 한 단락에서 잠시 멈칫 했다. ...... 차별을 통해 쾌적함을 추구하는 노키즈존이 당연시 여겨지는 사회에서 자란 아이들이 성인이 되어 뭔가를 결정할 때가 올 거다. 그때 서로 불편을 감수해 가며 문제를 해결하는 사회가 아니라 간편하게 문제를 제거하는 사회가 되지는 않을까. 우리도 언젠가 누군가에게 '불편'이 될 수 있다. 노키즈존 논란이 드러낸 것은 자기통제를 잘 하지 못하고 철저한 상호작용의 규율을 준수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우리 사회가 점차 공적 ..

2017/monologue 2017.08.29

War for the Planet of the Apes

★★★☆ # 찾아 보니, 첫 만남이 6년 전이었다. 놀라움을 안겨 주며 매료시켰던, 진화의 시작. 그리고 3년 전 다시 만난, 반격의 서막. 그리고 다시 3년이 지나, 종의 전쟁. 마지막 시리즈라서 그런지 영화가 전반적으로 Dark했다. # 시저가 죽었다! 장엄하고 품위있는 죽음이었고, 이제 시저를 볼 수 없다는 생각에 슬펐다. Goodbye, Caesar...... 그리고 정말이지 Andy Serkis는 반드시 상을 받아야 한다.

2017/brief comment 2017.08.21

The Battleship Island

★★★☆ # 불과 2주만에 찬밥 신세가 되어 상영시간대 몇몇 남아있지 않은 것들 중 겨우 맞춰 골라서 관람. 혹시나 했는데 역시 예상했던 대로 별 문제없는... 전반적으로 괜찮게 만들어진 영화였다. # 이 영화를 둘러싼 주요 논란에 대한 내 생각은, 물론 매우 심각한 문제이긴 하지만 솔직히 이해는 간다. BEP가 그렇게 높은 블록버스터인데 게다가 경쟁작들이 아직 개봉 전이라면 당연히 개봉 전략은 와이드릴리즈다. 내가 마케팅 담당자였어도 그렇게밖에 결정하지 않을 수 없었을 거다. 욕 먹을 각오는 해야 할 사실 어찌 할 수 없는 시장의 수익구조 문제다. CJ엔터의 올 여름 가장 중요한 투자배급작임에도 불구하고 관객점유율 떨어지고 경쟁작의 흥행 조짐이 더 커지자 교차상영에 가까울 만큼 여지없이 상영관 수를 확..

2017/brief comment 2017.08.14

Dunkirk

★★★★☆ # 영화가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곧바로 후회했다, 귀찮더라도 용산 가서 Imax로 볼 걸...... 내용 불문하고 이 영화 정말 기똥차게 만들었다! # 관객을 그 현장 한가운데에 갖다놓음으로써 영화에의 몰입감 강도가 장난이 아닌... 대사도 별로 없이 단지 영상과 사운드만으로 그걸 해낸다. (나중에 보니, 이 영화의 시각효과를 'Mad Max' 와 동일한 제작진이 맡은... 역시~) # 잔교에서의 일주일, 바다에서의 하루, 하늘에서의 한시간 이 세 시점과 공간을 교차하며 그 긴장감을 레벨업시키는 연출이 정말 탁월했다. # 영화가 끝나고나니 온몸이 막 쑤시고 아팠다. 내가 저들과 함께 총을 맞고 폭격을 당하고 바다에 빠지고 들것들고 뛴 것마냥 이 영화를 온몸으로 받아낸 듯한 느낌이었다. 이..

2017/brief comment 2017.08.09

Taxi Driver

★★★☆ # 어쩌다보니 하루에 두 편의 영화를 본 이번 토요일_ 먼저 오전에는 이 영화. (그리고 심야에는 Dunkirk) # 뭐랄까... 기대했던 느낌의 영화는 아니었다. 하지만 이 영화 자체로도 충분히 의의가 있었다. 光州에 대해 보다 대중적으로 많이 볼 수 있을 만한 썩 괜찮게 만들어진 영화라는 점에서 그러했다. 光州에 관한 부분은 물론 여러 모로 아쉬웠지만... # 송강호가 아닌 이 영화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다. 혼자 거의 다 해 냈다. 그가 순천에서 차를 돌리기 직전 노래를 흥얼거리며 울먹이는 씬에서부터 영화가 거의 끝날 때까지 나는 계속 울면서 봤다. 헌데 마음을 울린 건 울린 거고, 냉정하게 평가하자면 감독의 역량이 좀 아쉬운 작품이었다. 이 소재와 이 배우들로 훨씬 더 잘 만든 결과물이 ..

2017/brief comment 2017.08.09

여름 휴가

그루가 고1인지라 여름휴가를 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망설이다가 그래도 기분전환 겸 짧게라도 다녀오자 싶어서 가기로 결정했는데 그루 학원들 방학기간으로 휴가를 잡다 보니 딱 성수기에 가게 된... 올해 여름휴가지로 정한 곳은 강릉_ 그동안 속초는 여러 번 갔으면서도 이상하게 강릉을 한번도 안 가 본 데다가 예전엔 볼 만한 게 별로 없다고 여겼었는데 정보를 찾다보니 매력적인 곳들이 꽤 많이 발견되어 강릉을 가기로 결정. 근데 결과적으로는 굉장히 탁월한 선택이었음^^ 그루가 방학을 하면서 방학 때 해야 할 과제들을 내미는데 역사 탐구 보고서에, 자율 주제 탐구 소논문에... 빠르게 머리를 굴려 보니 그 과제들을 해 내기에 이미 정해 놓은 여행지 강릉이 다행히 딱 좋은 소재를 제공하는! 그렇게 피크기간에 2박3..

2017/photo essay 2017.08.04

Frantz

★★★☆ # 휴가 전 토요일, 역대 최고의 스크린 독점 논란 속에 개봉 사흘만에 200만명을 돌파했다는 거의 30분마다 상영타임이 있는 그 영화는 1~2주 후에도 여전히 볼 수 있을 것 같아서, (그나마 예술영화전용 한 관이 포함된 이 극장에서) 하루 딱 한 번 상영하는 개봉 열흘간의 전국 관객기록이 1만명도 채 되지 않는 이 영화로 선택! # 굉장히 고혹적인 영화였다. 흑백(+찰나의 파스텔컬러톤)의 영상, 연출, 배우 모두... 남자 주인공 배우의 눈빛이 하도 애틋하여 다른 내용의 반전을 예상하기도~ # 영화 속에 등장한 마네의 '자살'은 처음 보는 그림이었는데 무척 강렬했다. 어떤 이에게는 그처럼 죽은 듯한 환영을, 어떤 이에게는 살고자 하는 의지를 갖게 하는... # 영화 타이틀은 Frantz이지만..

2017/brief comment 2017.07.31

1945

★★★★☆ # 곧 개봉 예정인 어느 한국영화의 카피 한 줄은 이렇다. "1945년, 그곳엔 조선인들이 있었다." 그 영화의 또다른 카피 한 줄은 이렇다. "반드시 살아나가야 한다." 이 두 줄의 카피는 마치 쌍둥이처럼 바로 이 연극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해방, 독립과 같은 희망어린 단어들을 떠올리게 되는 1945년 그때 한반도의 남서쪽 일본 군함도에서 그리고 한반도의 북동쪽 만주에서 생존해야만 하는 조선인들의 피맺힌 몸부림이 있었다는 것을 아주 오랜 세월이 흘러 뒤늦게나마 지금의 우리에게 이렇게 알려 주고 있다. # 우리나라 연극계의 대표적인 극작가로 손꼽히는 배삼식 작가의 신작으로 공연 전부터 주목을 받아 온 이 연극은 작품의 개막과 동시에 2017년 최고의 수작을 이미 만났다는 장담과 호평들이 이어졌..

2017/brief comment 2017.07.25

Okja

★★★★ # 생각했던 것보다는 따스했다. 물론 후반부는 서늘하긴 하지만... # 이 영화에서도 다루어졌고 조류독감이나 구제역 때에도 이미 많이 통탄스러워 했지만 인간을 위해 동물들이 끔찍한 환경에서 대량생산되고 죽여지는 걸 보면 고기류를 많이 먹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긴 한다. 물론 그 생각을 실천에는 못 옮기고 있는 못난 인간이지만... # 슈퍼피그와 슈퍼소녀의 연기는 대단했다. # 둘이 걸어나오는 가운데 이름없는 슈퍼돼지들이 울부짖던 씬이 잔상에 남는다. 아참, 그러구보니 그들과 옥자의 다른 점 중의 하나는 이름의 유무이기도 한데 숨겨온 그 새끼슈퍼피그의 이름은 왜 안 나오지? 뭐라고 부를지 궁금했는데... 미자라면 분명 이름지어줬을 텐데~ # 그나저나 옥자 얜 진짜 너무 귀엽고 사랑스럽다^^

2017/brief comment 2017.07.11

Chicago

★★★★ # 이 작품은 1926년의 연극을 바탕으로 1975년 뮤지컬 초연된 꽤 오래된 클래식이다. 초연 당시에는 별로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가 약 20년 후 1996년 리바이벌된 버전이 호평을 이끌어내며 현재까지도 브로드웨이에서 21년째 공연되고 있는, 그야말로 리바이벌 버전의 승리라 할 수 있는 케이스다. 리바이벌 버전의 연출 노트 중 인상적이었던 대목, "「Chicago」는 1926년에는 충격적이었고 1975년에는 냉소적이며 풍자적이었지만, (당시 1996년) 오늘날에는 다큐멘터리 같은 느낌을 받는다." 그러게... 몇 십년 전 작품 속 풍경들이 왜 이리 낯설지 않은 다큐가 되는지... # 한국배우들의 공연을 본 이후 9년만에 (※2008년 한국공연 리뷰 포스트 http://spriverk.tis..

2017/brief comment 2017.07.04

김해 간 김에 ×2

지난주 출장으로 1박2일 김해에서 보냈다. 김해라는 도시는 처음이었고, 생각해 보면 다시 일부러 올 일은 그닥 별로 없을 것 같았다. 그래서 이참에 김해 간 김에 방문하자 맘먹고, 잠깐씩 짬을 내어 들르게 된 두 곳! 수. 로. 왕. 릉. 금관가야의 시조이자 김해 김씨의 시조인 수로왕의 능이다. 그러니까 나의 시조를 찾아 온 셈...^^ 내부 구조는 특별한 것 없이 뭐 심플했다. 낮은 담장 너머로 능을 한참 바라보다가 "김해 김씨 안경공파 73대손 OOO입니다" 인사하고 (어렸을 때 아빠가 알려주신 걸 웬일로 아직까지 기억하고 있는지ㅎㅎ) 혼자 셀카찍어 사진 남기고 고즈넉한 그 주위를 한바퀴 휘익 둘러보고 나온~ 수로왕비의 능은 이곳에 같이 있지 않고 좀 멀리 떨어진 곳에 있다고 하던데 수로왕비가 인도에..

2017/photo essay 2017.07.03

Rocky Horror Show

★★★ # 뮤지컬마니아들이 좋아해 마지아니할 쇼! 외국에선 남자관객들이 득시글대는 이 공연에 우리나라는 객석 대부분이 언니들로 가득한 진풍경이... # 이 공연을 잘 소화해 낼 수 있는 배우들이 이제 많아졌다는 게 두터워진 배우 Pool 관점으로도 꽤 주목할 만한~ # 확실한 건, 내 취향의 공연은 아니다...^^ # 작년에 재개봉 상영하는 영화를 봤었는데 이 작품은 영화보다는 역시 공연이 제격일세! B급 컬트 고전의 힘이 무대 라이브와 관객의 결합으로 한층 발칙해지는...

2017/brief comment 2017.05.29

Dreamgirls

★★★ # 영화, 그리고 뮤지컬 한국공연 초연에 이어 세 번째 Dreamgirls와의 만남. ※2007년 영화 리뷰 포스트 http://spriverk.tistory.com/298 2009년 뮤지컬 국내초연 리뷰 포스트 http://spriverk.tistory.com/415 처음으로 접한 영화에서는 에피 역의 제니퍼 허드슨, 그리고 음악에 대해 매료됐었고 한국 배우 캐스팅의 국내 뮤지컬 초연에서는 당시 내로라하는 브로드웨이 탑 크리에이티브 제작진들을 데려와 보여준 무대/조명/의상 디자인 그리고 연출에 압도되었었다. 그 때 공연을 보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었다, 흉내낼 수 없는, 흑인배우들만이 보여줄 수 있는 그런 무대로 한번 봤으면 좋겠다는... 여기에 더해 작년 브로드웨이에서 흑인배우들의 위력을 확 실..

2017/brief comment 2017.05.24

하루하루 설레다 오늘은 벅차다!

일주일간 하루하루 설렜다. 뉴스의 내용도 그리고 뉴스의 포토도... 오늘은 좀 많이 벅차올랐다. 5.18 기념사는 정말 名文이었다. (말보다 글로 보았을 때에 더욱 그러하게 느껴지는 단점은 아쉽지만...) 그리고 눈물 속의 '슬픈 생일' 편지 낭독 후 퇴장하는 유가족을 한참 뒤따라가 안아주며 위로하는 모습은 정말 뭉클했다. 그에게 보았던, 그리고 기대했던 의지와 진심이 역시 틀리지는 않았다.

2017/monologue 2017.05.18

The Bridges of Madison County

★★★☆ # 티켓은 오픈되고 공연은 개막되기 이전이었던 한두 달 전쯤, 배우 팬들 구매를 제외하고는 이 공연의 사전티켓판매가 부진하다는 얘길 들었다. 원작이 좀 오래된 작품이어서 인지도 문제인 건가 원캐스팅 때문인 건가 싶었는데 공연 마니아들(전체는 아니고 일부라고 믿고 싶은)이 이 작품을 '불륜극'이라고 싫어해서란다. 그 얘길 전해듣고 좀 어이가 없었다. 어떤 작품인지 제대로 잘 몰라서도 아닌, 동명의 영화를 보고난 이들의 말들이란다. 어떻게 클린트 이스트우드와 메릴 스트립의 그 연기를 보고도 불륜극이라는 한 마디로 이 작품을 정의할 수 있는 건지... 생각의 자유라기보다는 생각의 경직성과 생각의 수준 문제다, 내가 보기엔... # 그 일이 있고 며칠이 흐른 후, 이 공연의 대표곡인 'Before an..

2017/brief comment 2017.05.12

5월 연휴 중 짧은 휴가

샌드위치데이 이틀을 휴가내어 총 9일이라는 황금연휴임에도 불구하고 그루 중간고사가 화요일에 끝나는 바람에 (그때까진 학부모로서의 불안한 마음?) 심적으로는 5일간의 휴가... 4월 중순경에 그루에게 시험끝나고나서 머리식히고 맛있는 거 먹으러 1박2일 정도 짧게 여행갔다올까 꼬셨다가 계속 퇴짜맞았다. 거의 포기 상태에서 4월말에 다시 한번 슬쩍 떠봤더니 이번엔 가겠다고 한다. 그제서야 부리나케 여기저기 알아봤지만 숙소를 이미 구하기 힘든 상황... 강원도 원주에 있는 회사 (회원권을 갖고 있는) 콘도를 떠올리고 알아봤더니 그 기간 중 빈 방이 딱 하나 남아있는 상태로 즉시 예약해서 겨우겨우 숙소를 해결. 숙소 위치에 맞춰서 뒤늦게 여행계획 세우기 시작. 작년 가을여행 때에 늦게 도착해 해가 저물어 다 걷지..

2017/photo essay 2017.05.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