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brief comment

The Battleship Island

spring_river 2017. 8. 14. 19:00

 

 

 

 

 

 

 

# 불과 2주만에 찬밥 신세가 되어

   상영시간대 몇몇 남아있지 않은 것들 중 겨우 맞춰 골라서 관람.

 

   혹시나 했는데 역시 예상했던 대로 별 문제없는...

   전반적으로 괜찮게 만들어진 영화였다.

 

# 이 영화를 둘러싼 주요 논란에 대한 내 생각은,

 

   <스크린 독점>

   물론 매우 심각한 문제이긴 하지만 

   솔직히 이해는 간다.

   BEP가 그렇게 높은 블록버스터인데

   게다가 경쟁작들이 아직 개봉 전이라면

   당연히 개봉 전략은 와이드릴리즈다.

   내가 마케팅 담당자였어도 

   그렇게밖에 결정하지 않을 수 없었을 거다.

   욕 먹을 각오는 해야 할

   사실 어찌 할 수 없는 시장의 수익구조 문제다.

   CJ엔터의 올 여름 가장 중요한 투자배급작임에도 불구하고

   관객점유율 떨어지고 경쟁작의 흥행 조짐이 더 커지자

   교차상영에 가까울 만큼 여지없이 상영관 수를 확 줄여버리는

   동 그룹 계열사 CGV의 Cool함이란...

   이 또한 냉혹한 시장논리다.

 

   <친일?>

   이 영화가 친일이라고 매도하는 건

   굉장히 편협하고 지엽적인 시각이라 생각한다.

   그보다

   이 문제와 관련된 논란들에서 내가 느끼는 건

   '이 영화는 기대와 달랐다!'는 것, 바로 그거다.

   개봉 전부터 무지막지한 광고 및 홍보 물량으로 노출된

   예고편 영상들을 보면서 사람들은

   일제의 극악무도한 만행과 

   이에 처참한 지옥을 겪는 강제징용 조선인들의 참상,

   그리고 결국 떨쳐 일어나 탈출하는

   그런 분노와 감동이 어우러진 영화를 예상했던 거다.

   근데 어라?!

   영화를 보고 있노라니

   일제에 기생했던 부역자들이며 친일파들의 얘기가

   전면에 등장하기 시작하자

   당황하고 불편해지기 시작한 거다.

   미리 조준해 놓은 분노의 방향이 갑자기 길을 잃은 것이다.

   징용자들을 때리고 사지로 몰아넣는 것도 

   노무계 완장을 찬 악질 조선인이고,

   정신적 지주 행세를 하며 임금을 몰래 중간착취하는 것도

   독립운동가인 줄 알았던 조선인이니...   

   그런 류의 부역자들 존재가 물론 엄연한 사실이기에

   이 영화의 시각은 역사적으로 그다지 문제가 없다.   

   보다 정확한 진단은, 

   관객들의 기대와 달랐다는 것이다.

 

   그리고 또 한 가지 더 작용되었을 요소는,

   이 소재가 최근에서야 뒤늦게 밝혀지기 시작한

   역사적 아픔이라는 데에 있다.   

   만약 두 번째, 세 번째 영화였더라면

   이러한 시각의 영화가 어쩌면 큰 무리없이 

   받아들여졌을 수도 있었을 텐데

   문제는 이 영화가 바로 첫 번째 영화라는 점이다.

   지금까지도 진실 규명과 반성이 전혀 없이

   세계문화유산에 등재시키고 관광지화하고 있는 일본에 대항해

   일제의 그 잔혹사에 집중 포커스해도

   이를 제대로 널리 알리기에 부족하다 여길 만한 소재를

   친일파의 존재로 희석시킨 듯한 데에 대한 분노도 있을 것이다.

   위안부를 다룬 작품에 아직은 

   한국인 포주들의 존재가 등장하면 마땅치 않다고 여기듯이...

 

   애국심에 호소하는 뻔한 영화로 만들지 않기 위해

   감독이 나름 균형있는 시각을 부여하려고 노력했던 게

   이경영이 분한 인물을 비롯해 일제에 부역한 친일파들이

   일제보다 훨씬 더 강하게 부각되어 버린 반작용의 화근이 되었고

   첫번째 주자로서의 책임감이 도리어 역습의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 근데 사실 다른 감독이었다면 혹시 모를까

   류승완 감독이기에 이 영화에 대한 진심을 믿는 바이기도 하다.

   이 영화는 좋은 배우들을 적재적소에 잘 쓴 연출력도 뛰어났다.

   물론 전작들에서 느껴지는 류승완 특유의 스타일이

   이 영화에서는 그만큼 살아있지 않은 건 좀 아쉬웠다.

   아무래도 소재가 소재인 만큼 힘이 들어갈 수 밖에 없었던 듯.

 

# 편협한 시각으로 보면 딱 그만큼만 보인다.

   꼭 이 영화 뿐만 아니라

   예술작품에 대해, 타인에 대해, 세상사에 대해

   요즈음 갈수록 난무하는 듯한 여러 모습들에서

   특히 안타까운 바가 그러하다...

   또한 나 역시 되돌아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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