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brief comment

1945

spring_river 2017. 7. 25. 12:00

 

 

 

 

★☆

 

 

 

# 곧 개봉 예정인 어느 한국영화의 카피 한 줄은 이렇다.

   "1945년, 그곳엔 조선인들이 있었다."

   그 영화의 또다른 카피 한 줄은 이렇다.

   "반드시 살아나가야 한다."

 

  이 두 줄의 카피는 마치 쌍둥이처럼 

  바로 이 연극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해방, 독립과 같은 희망어린 단어들을 떠올리게 되는 1945년 그때

  한반도의 남서쪽 일본 군함도에서

  그리고 한반도의 북동쪽 만주에서   

  생존해야만 하는 조선인들의 피맺힌 몸부림이 있었다는 것을

  아주 오랜 세월이 흘러 뒤늦게나마

  지금의 우리에게 이렇게 알려 주고 있다.

 

# 우리나라 연극계의 대표적인 극작가로 손꼽히는 

   배삼식 작가의 신작으로 공연 전부터 주목을 받아 온 이 연극은

   작품의 개막과 동시에

   2017년 최고의 수작을 이미 만났다는 장담과 호평들이 이어졌다.

   내가 그의 작품을 본 건

   '벽 속의 요정', '3월의 눈' 등 두어 편 정도지만

   그 작품들 모두 매우 깊은 인상과 감동을 주었던지라

   나 또한 적지 않은 기대를 안고 이 공연을 보게 되었다.

   그리고...

 

   기대에 어긋남이 없었다!

   잘 쓰여진 극본은 매우 탄탄했고

   섬세한 연출도 만족스러웠고

   출연배우들 하나하나 모두 뛰어난 기량을 선보였고

   무대나 조명, 의상 등의 프로덕션 디자인도 그 합이 좋았다. 

 

# 1945년 해방 직후

   만주에 살던 조선인들이 조선으로 돌아가기 위해 머물렀던

   전재민(戰災民) 구제소를 배경으로 

   여러 인간 군상들의 일상이 펼쳐지는 이 연극에서
   가장 높이 사고 싶었던 건

   각 캐릭터들이 굉장히 탁월하게 구축되어 있다는 것이었다.

   며칠 전 본 뮤지컬 'Mata Hari' 재연 무대를 보면서

   이 작품은 여전히 세 명의 주인공 중 

   어느 하나도 마음가는 이가 없구나 느꼈었는데,

   이 '1945' 연극은 정말 모든 배역들이 하나같이 다 애정이 갔다.

   그만큼 극본이 캐릭터들을 잘 만들고

   연출과 배우들이 이를 훌륭하게 구현해 냈기에 가능한...

 

# 한 가지 약간의 아쉬움은 

   명숙 역 배우의 연기...

   특히, 

   우리보다 더 더럽고 고통스러운 진창을 건너온 그녀들을 

   씻어주고 위로해 줘야 한다는 짝사랑남의 말에
   우린 더럽지 않다며 더러운 건 우릴 보는 당신의 그 눈이라며  

   맞받아치는, 그 예상을 뛰어넘는 중요한 장면에서 

   다소 부자연스럽고 딱딱한 연기가 

   그 씬이 감당해야 할 임팩트를 확 끌어올리지 못했다.

   당당함과 딱딱함은 다른 건데......

   게다가 명숙이라는 이 캐릭터는
   이제껏 다뤄진 위안부의 전형적 모습과 다른 
   진일보한 캐릭터였기에 

   더욱더 그 역을 실현한 배우의 연기가 아쉬움이 남는... 

 

# 1945년 해방 원년,

   구체성을 결여하고 있는 역사의 공백을 복원하고자 했던

   그 속에서 우리의 모습을 다시 한번 성찰하고자 했던 

   작가의 마음이 오롯이 빛나고 있었던 작품이었다.   

 

   이제 또 하나의 1945도 보긴 봐야 할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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