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monologue

자유가 억압의 동인이 되는...

spring_river 2017. 8. 29. 18:24

 

얼마전 '개는 되지만 아이는 안됩니다'라는
(다소 선정적으로 느껴질 수 있는 제목의,)
No Kids Zone에 대한 한겨레21의 기사를 읽었다.
짧지 않았던 그 기사를 쭈욱 읽어내려가며
절반의 반감과 절반의 동감을 교차하면서 느끼던 중
거의 마지막 즈음의 한 단락에서 잠시 멈칫 했다.

......

차별을 통해 쾌적함을 추구하는 노키즈존이
당연시 여겨지는 사회에서 자란 아이들이
성인이 되어 뭔가를 결정할 때가 올 거다.
그때 서로 불편을 감수해 가며 문제를 해결하는 사회가 아니라
간편하게 문제를 제거하는 사회가 되지는 않을까.
우리도 언젠가 누군가에게 '불편'이 될 수 있다.
노키즈존 논란이 드러낸 것은
자기통제를 잘 하지 못하고
철저한 상호작용의 규율을 준수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우리 사회가 점차 공적 공간에서 배제하려는 강력한 흐름이다.
이제 우리는 공적 공간을 유지하기 위해
무수히 많은 차별금지법을 도입해야 할 지도 모른다.

......

문제를 해결하는 사회가 아니라 
문제를 제거하는 사회라는 구절에서 
느슨했던 정신이 번뜩 차려지기 시작했다.
문제를 제거해 버리는 사회라...

또, 동 매거진의 편집장은 칼럼을 통해
국 사회에서 노키즈존 문제는
내가 적절한 비용을 낸 공간에서 소비자가 누려야 할 권리를 
최대한 누리겠다는 '소비자 우선주의' 개념을 넘어
우리 사회 내부에서 독버섯처럼 자라나는 공격적인 비정상성을
드러내는 '현상'이 된 게 아닌지 걱정스럽다는 의견을 표했다.

요새 돌아가는 모든 모양새가
무 시끄럽다고 느껴지던
그래서 갈수록 진력나던 참이었다.
특히, 이런저런 차별, 혐오 이슈...
책이든 영화든 발언이든
맥락이 있든 없든 상관없이
한번 발화되면 아주 끝장을 본다.
정말 제거가 능사인가 싶다.
앞으로 우리나라에는 착하고 올바른 내용의 
문화예술 콘텐츠만 존재해야 하는 건지...
물론, 무엇이 싫다고 말할 수 있고 
그것을 어딘가에 표명할 수 있다.
당연한 표현의 자유이다.
그런데 보통 이러한 이슈들이
합리적인 토론과 논쟁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직접 보지 않고도 무조건 같이 비난하고 매도하는 불길에 휩싸이는 게
어찌 보면 마치 집단적 광기를 보는 듯하다.


p.s.

이 포스트를 쓴 며칠 후
강서구 특수학교 설립 주민토론회 관련 기사에서
반대하는 주민들 앞에 무릎꿇은 장애아 부모들의 사진을 보았다.
이건 정상적인 사회가 아니다, 정말......

 

 

 

 

 

'2017 > monologue' 카테고리의 다른 글

法古創新  (0) 2017.12.15
싫어하는 이유의 기억  (0) 2017.10.24
하루하루 설레다 오늘은 벅차다!  (0) 2017.05.18
0509 D-1  (0) 2017.05.08
PC함...  (0) 2017.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