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83

화려한 휴가

'화려한 휴가'를 보면서 27년전의 그 때를 떠올리다... 80년 5월의 광주... 그 때 난 국민학교 3학년이었다. 집 밖에 펼쳐진 낯선 광경들이 어떤 이유였는지 알 수 없는 나이였고 그 땐 단지 학교 안 가도 된다는 사실에 좋아했던 그야말로 철없었던 나이였다... 그 때의 진실은 대학 와서야 알게 되었다... 우리집은 충장로 금남로에서는 걸어서 약 20분 정도 걸리는 멀지 않은 거리였고 큰 4거리에 바로 위치해 있는, 당시엔 흔치 않은 4층짜리 건물이었다. (4층의 절반은 꽃밭, 절반은 거실 형태의 큰 방이었고, 5층 옥상까지 있었다) 이런 이유로 우리집 4~5층이 본의아니게 학생/시민군의, 그리고 얼마 안 있어 군인들의 아지트로 사용되었다. 휴교령이 내려지고... 엄마아빠가 바깥 출입을 못 하게 한..

2007/brief comment 2007.08.06

Summer Vacation

역시 뒤늦게 올리는... 2주 전에 떠났던 가족여름휴가 사진...... 이번 여름엔 어디를 갈까 한참을 고민하다 교통 때문에 늘 근처 서해안에서 맴돌았었는데 이번에 좀 멀리 가보자 싶어 '통영'으로 갔다. 인터넷에서 몇 가지 정보를 찾다보니 몰랐었는데 '통영'이라는 곳이 꽤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결국 이 곳으로 결정! 고속버스로 4시간 가량 소요되는데 아무래도 그루한테는 무리이다 싶어 갈 때는 비행기를 타고 가기로 했다. 장마가 끝난 직후라 서울에서 출발할 때는 날이 흐렸는데 통영에 도착하니 해가 쨍쨍!!! 덕분에 휴가객들이 별로 없는 한산한 가운데 좋은 (아니 햇볕 뜨거운) 날씨 속에서 휴가를 잘 보냈다... 그루 눈다래끼가 낫지 않은 상태로 휴가를 가서 그루 사진들에는 모두 한 쪽 눈이 부어 있는....

2007/photo essay 2007.08.06

Spitfire Grill

반면교사 Case Study겸 보러 갔었는데 의외로 좋은 느낌과 잔잔한 감동을 받은 작품... 조정은이라는 배우을 다시 생각하게 한 공연. Beauty and the Beast 등을 보면서 공주과를 벗어나지 못하겠구나 했었는데 그 고정관념을 보기좋게 깨뜨려 주었다. 물론 그녀의 노래 실력은 여전히 뛰어났고 그리고 '연기자'가 되어 있었다. 좋은 여배우의 발견에 무척 기뻤다. 첫 곡이 너무나도 인상적이었던 작품... 그리고 무대와 조명의 공간 연출도 좋았고... 이 공연은 작품 자체보다는 마케팅에 문제가 있다. '희망을 주문받는 곳'이라는 메시지와 저 비주얼은 공연을 보고나면 매우 중요한 핵심 메시지라는 걸 공감하게 되지만 이 공연을 선택하게 하는 데에는 전혀 어필되지 않고 불친절하기까지하다. 소비자 Or..

2007/brief comment 2007.06.25

밀양

원래 꼭 보려는 작품은 보기 전에 사전 정보를 일부러 차단하는 편이라 이 '밀양' 역시 어떤 스토리인지 전혀 알지 못하고 영화를 보았다. 포스터들에서 그냥 느껴지는 것처럼 굉장히 평범하지 않은... 상처 많은 두 사람의 특별한 사랑의 이야기인 줄 알았다. 그런데... 영화를 보면서 둔기로 머리를 얻어맞은 듯한 느낌이었다. 어... 이런 이야기였어? 전혀 예상치 못했던 스토리 흐름에 적지 않게 당황하는 바람에 사실 영화를 100% 제대로 느끼지 못했다. 회의 끝나고 헐레벌떡 영화관에 늦게 도착해서 약 10분 정도 앞부분을 놓친 데다가 이창동 감독의 영화는 그냥 영화와 다른 많은 상징과 생각할 꺼리들이 있는데 최고의 연기를 보여 주었다고 찬사를 받는 전도연, 송강호의 연기도 제대로 못 느끼고 그러한 것들을 ..

2007/brief comment 2007.06.25

My New Office Room...

6월 첫주에 사무실 내 자리 이사를 했다. 그동안 약간 큰 방을 나와 정아씨 둘이서 그러니까 2인1실 형태로 쓰고 있었는데 1인1실, 그러니까 내 독방을 갖게 되었다. 나만의 공간을 갖게 된 소감은... 좋다... 처음엔 약간 심심한 것도 없지 않았으나 여러 다른 소리들에 방해되지 않아 조용하고 좋다. 이사한 지는 2주일 넘었는데, 지난 토요일 혼자 사무실 나와 일하다가 문득 생각이 나서 사진을 찍었다~

2007/monologue 2007.06.18

뮤지컬 대장금

공연 준비기간부터 제작진행과 관련된 악소문이 너무 많았고 드디어 뚜껑을 열었을 때 재앙과도 같은 수준의 혹평들이 쏟아졌다... 얘기는 얼추 들었지만 대체 어느 수준이길래 하는 궁금증 확인 차원으로 이 공연을 보았다. 기대가 너무 크면 실망이 큰 것처럼 그 반대의 경우도 성립되서인가... 하도 악평을 미리 들어서인지 뭐... 그냥그냥 볼 만 했다. 웬만하면 공연보면서 절대 졸지 않는 내가 이제껏 공연보며 졸았던 작품이 딱 2개 있는데 그게 명성황후, 맨오브라만차였다. 난 오히려 대장금이 명성황후보다는 재미있었다. 작품이 낫다기보다는 적어도 지루함은 덜하다는 의미에서는... 이 작품은 한류를 목표로 제작했다는 공연이 어느 부문도 독창성이 보이지 않는다. 팬텀, 미스사이공, 라이온킹, 미녀와야수 등의 장면 연..

2007/brief comment 2007.06.18

주사위놀이...

지난번에 그루랑 인사동 갔을 때 추억의 문방구 뭐 이런 컨셉의 가게에서 뱀주사위놀이를 발견했다. ₩30 이라 찍혀있는 주사위놀이판과 주사위를 옛날 생각이 나서 그냥 판매가 1천원에 사 왔다. 그루랑 이 뱀주사위 놀이를 하는데 은근히 꽤 재미있다. 1부터 100까지의 숫자판 그 기나긴 길의 중간중간에 많은 상벌이 놓여있다. 착한 일을 하는 내용의 그림은 여지없이 몇 칸 직행하도록 화살표가 올라가져있고, 나쁜 일을 하는 내용의 그림은 길고짧은 뱀꼬리 각 길이대로 하향해야 한다. 그런데 이 뱀주사위 놀이에서 약 50단계나 순식간에 Up되는 가장 큰 상은 바로, '간첩신고'이다. 그루가 이 그림이 뭐냐고 묻는데 어찌 설명해야 할지 난감했다. 북한과 간첩...70년대 반공 사회 분위기... 이런 걸 지금의 애가 ..

2007/monologue 2007.05.28

Pillow Man

2개월 전부터 예매하고 기다렸던 공연 '필로우맨'을 보다! 처음부터 보려고 작정한 영화나 연극은 늘 그래왔듯 이 '필로우맨'도 작품 줄거리와 관련된 정보를 일부러 사전에 차단하고 기다려 왔다. 역시 작품 전개가 너무 흥미진진했고 정신없이 푸욱 빠져서 보았다. 연극 무대에서의 최민식은 내게 처음이었는데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그리고 최민식 외의 다른 세 배우 역시 뛰어난 호연을 보여 주었다. 무대 연출과 조명 연출도 매우 인상적이었다. 아일랜드 작가 마틴 맥도너의 뛰어난 희곡과 배우들의 명연기로 빛난 이 연극은 '이야기' 그리고 '이야기의 관객'....을 다시 생각케 하는 훌륭한 작품이었다.

2007/brief comment 2007.05.17

인사동 나들이

그루 유치원 숙제 때문에 마치 초여름 같았던 지난 일요일, 인사동을 찾았다. 주말에 인사동 나간 적이 처음이라 사람들이 그렇게까지 북적대리라 생각 못 했다. 암튼... 숙제 해결을 위해 전통적인 컬러를 띠는 것들을 그루에게 설명해 주기 시작했으나 별 관심이 없다... 그래... 뭐... 솔직히 무리인 듯도 싶다... 그냥 놀자...... 쌈지길에서... 수공예 수첩 커버에 직접 그림을 그려 넣고 있는 그루... 인사동 옆의 조계사에서... 초파일이 며칠 남지 않아서 연등 준비에 한창이다... 인사동을 쭈욱 돌아본 후 그루가 졸라서 근처의 청계천까지 가다... 청계천 역시, 택시타고 스윽 지나나기만 했지 직접 내려와 걸어보기는 처음이다...

2007/photo essay 2007.05.16

에비타 김선영, 여우주연상 수상!

스포츠조선과 KBS가 주최하는 '한국뮤지컬대상'이라는 게 있다. 작년이 12회째니 꽤 오래되었다. 이게 자랑거리인지 그 반대인지 알 수 없으나, 전세계적으로 '뮤지컬'만 대상으로 하는 시상식은 우리나라가 유일하댄다. 그런데 중앙일보와 SBS가 올해부터 또하나의 뮤지컬 시상식을 시작했다. 더뮤지컬어워즈... 업계 관계자이긴 하지만 뮤지컬 시상식이 두 개씩이나 있을 필요가 있는지는 싶다...... Anyway... 연말 작품이었던 에비타가 2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되었다. 최우수외국작품상 그리고 여우주연상. 여우주연상을 기대했다가 사실은 노미네이트 명단 보고 바로 기대를 접었다. 지킬앤하이드와 맘마미아의 경우 작년 공연은 재공연이었는데 각각 남녀 주연상 후보에 조승우와 박해미가 들어가 있는 것이었다. 1회 시상..

2007/monologue 2007.05.15

바람의 나라

공연전 어쩔 수 없이 많은 사전 정보가 머릿속에 있었던 작품... 好誤가 극명했던 작년 이지나 연출 버전의 '바람의 나라'... 기존 뮤지컬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로운 창작 방식이 돋보였다는 호평 속에 특히 뮤지컬 마니아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았던 반면, 기본적인 극의 이해를 고려하지 않고 '이미지 연출'이 너무 主가 되었다는 혹평에도 시달렸던... 공연장에 들어서니 굉장히 큰 사이즈의 인물 관계도 Wall이 로비에 놓여있다. 바로 직전의 회의 때문에 머릿속이 복잡한 데다가 인물 관계도가 슬쩍 보기만 해도 너무 엄청난지라 아예 보지 않았다. 그렇게 만나게 된 '바람의 나라'.... 역시 어렵다...... (게다가 난 이 동명의 만화도 본 적이 없었던 지라...) 서로 무슨 관계인지 무슨 얘기인지 알 수..

2007/brief comment 2007.05.11

Robert Capa 展

저녁에 공연보러 예술의전당에 갈 일이 생겼는데 회의가 일찍 끝난 김에 미리 가서 '로버트 카파 展'을 보았다. 포토저널리즘의 거장으로 불리우는 로버트 카파... (몰랐었는데 배우 뺨치게 굉장히 잘 생겼다... 맨아래 오른쪽이 그의 사진... 많은 여자들이 그에게 정신을 못 차렸다 한다. 잉그리드 버그만이 그에게 청혼할 정도였다 하니... 그러나 종군사진작가인 그는 전쟁터를 택했다... 그리고 역시 그답게 전쟁의 현장에서 카메라를 든 채 죽음을 맞았다...) 사진은 진짜 예술이긴 했다... 유명한 작품들이 많이 있었다. 20세기 가장 대표적인 전쟁기록사진으로 평가되는 '병사의 죽음'... '"카파의 손은 떨리고 있었다 (Slightly out of focus)" 라는 캡션의, 라이프 지에 실려 유명하게 된..

2007/brief comment 2007.05.11

어린이날...

사람많은 북적대는 곳을 딱 질색인지라 이번 어린이날에도 조용히 지냈다. 극장에 가서 애니메이션 영화 '닌자거북이'를 보았다. 그루는 열심히 재미있게 보고 나는 중간쯤부터 계속 잤다... 어린이날에... 며칠전부터 그루가 어린이날 선물로 '거북이'를 사 달라고 졸랐었다. 그런데 알아보니 거북이는 손 물기도 하고 목욕도 자주 시켜줘야 한대는데 균도 있어서 사람이 배탈설사를 일으키기도 한다고 해서 그루에게 이런저런 설명을 해주고 달랬다. 그래서 이런저런 대안 중 합의 본 선물이 '인라인 스케이트!' 영화를 보고나서 근처 할인마트에 가서 인라인 스케이트를 사 주었다. 집에 오자마자 신어보고 연습하려 하고 난리다... 확실히 애들은 다르다... 집안에서 연습하며 몇 번 넘어지더니 이제 곧잘 오래 서 있고 걸어다니..

2007/photo essay 2007.05.11

Quidam

역시... 직접 돈을 지불하고 보려니 티켓 값이 만만치 않다... R석 3인에 20% 할인받아도 약 이십칠만원... 한국 주관사가 신생회사라 도무지 줄이 닿지 않는다. 그래도 어쨌든 한국에서 다시 보기 힘든 공연, 어쩔 수 없이... 에잇...... 잠실 똑같은 자리에 다시 세워진 빅탑씨어터를 보니 CATS가 많이 생각난다. 이번 태양의서커스 빅탑은 CATS Big Top 때보다 약 1천석 정도 더 큰 규모다. 이번에 직접 확인한 태양의 서커스(Cirque Du Soleil)는, 너무 팔아먹는다 싶은 그놈의 블루오션의 사례로 그래도 손색이 없을 만큼 서커스라는 하위 장르를 아트의 경지에 올려 놓은 대단한 공연예술작품임을 역시 깨닫게 했다. 일반 서커스에서 느껴지는 그러한 기예의 느낌이 아닌, 인간의 아름..

2007/brief comment 2007.05.03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

지난 금요일... 비가 내리고 하늘도 우울하던... 도저히 앉아 있을 수 없어 12시경 자리를 박차고 나왔다. 반나절 (정확히 4시간..)의 파업... It is raining...... 종로 스폰지하우스에서 영화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을 보다. 잘 만든 일본영화였다. 줄거리만 보자면 지극히 신파조의 비극이지만 색감, 음악, 뮤지컬적 요소, 초현실적 판타지 등을 잘 가미하여 유치하지도 않고 트렌드적이며 유쾌하면서도 가슴아픈 영화로 만들어낸 작품이었다. 가장 큰 수훈은 감독과 마츠코역의 여배우였다. 아버지, 그리고 사랑하는 남자로부터 사랑받기 위한, 외로워지기 않기 위한 그녀의 삶이 마음아프게 울린다... 의도하지 않은 시시한 인생에 비애감을...... 영화가 끝나고 밖에 나오니 빗줄기가 오히려 더 세..

2007/brief comment 2007.04.24

in a long slump...

어떤 사람이 그랬다, 슬럼프니? 슬럼프라... slump 1. 쿵하고 떨어지다; (수렁 따위에) 빠지다. 2. 건강이 쇠퇴하다; 기력이 떨어지다, 기가 죽다, 슬럼프에 빠지다. 슬럼프의 저 모든 사전적 의미... 글쎄...너무 약한 걸... 벌써 두 달째...... 출구는 보이지 않고 오히려 깊숙해진 어둠 속으로 가라앉는다. 이번에는 도무지 끝이 보이지 않는다... Self-Control은 이미 그 기능의 효력을 상실했다. 이 어두움을 조금이라도 아는, 이해하는, 그래서 나눌 수 있는 아니 들을 수 있는 이가 없다는 것도 더욱 절망스럽고 외롭게 만든다. 더 이상...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다... 이젠 슬프지도 않다. 의지가 이미 개입될 수 없게 되면 체념이라는 익숙한 독방이 기다리고 있다. 원하지 않아도..

2007/monologue 2007.04.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