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brief comment

Conclave

spring_river 2025. 3. 24. 22:24

 





★★★★☆



# 그룹성경공부를 작년 창세기에 이어 올해 탈출기를 하고 있는데,
   지난번 묵상과 생활의 주제 중 하나가
   '하느님 안에서 자유롭게 살지 못하도록 나를 억압하고 방해하는 것은 무엇이고,
   그것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는지 묵상해 봅시다' 였다.
   숙제를 하면서 한참을 고민하다가
   나는 '믿음의 확신이 부족함'을 들었다.
   가슴의 신앙이 아닌 머리의 신앙을 하는 사람이라
   '어린아이의 믿음'이 부럽다고...
   의문도 많고 의심도 많고 이렇게 확신이 부족하고 굳건하지 못한 믿음이
   내겐 하느님 안에서 자유롭게 살지 못하는 방해물인 것 같다고...
   근데 숙제가 여전히 남아 있었다. 그것을 어떻게 극복할지에 대한!
   어떻게 극복해야 할까 뚜렷한 답을 찾지 못하고 있던 차에
   그 주 일요일 주보 속 한 칼럼 글을 보고나서 
   의심에 대해 죄책감을 가질 필요가 없으며
   신앙은 의심과 공존하고 의심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성장한다는,
   나에 대한 위안인 동시에 숙제의 해답을 찾았다.
   그 주보 속 글에는
   교황의 갑작스러운 선종 이후 벌어지는 교황 선거를 그린
   소설의 한 대목이라고 인용되어 있어서,
   영화 '콘클라베'랑 비슷한 내용의 소설이 또 있나 보구나 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영화가 그 소설을 원작으로 만든 것이었다.  
   암튼...
   추기경단 단장이 교황 선거를 앞두고 봉헌되는 미사를 집전하며
   준비한 원고 대신 자기 마음 속 생각을 강론으로 전하는데 바로 이 내용이다.
   (이 대사는 영화 속에서도 그대로 구현된다.)
  
   "교회에 봉사하는 동안,
   제가 무엇보다 두려워하는 죄는 바로 확신입니다.
   확신은 통합의 강력한 죄입니다.
   확신은 포용의 치명적인 적입니다.
   그리스도조차 종국에는 확신을 두려워하지 않았던가요?
   '저의 하느님, 저의 하느님, 어찌하여 저를 버리셨습니까?'
   십자가에서 9시간을 매달리신 후 고통 속에서 그렇게 외쳤죠.
   우리 신앙이 살아 있는 까닭은 정확히
   의심과 손을 잡고 걷기 때문입니다.
   오로지 확신만 있고 의심이 없다면 신비도 존재할 수 없습니다.
   물론 신앙도 필요가 없겠죠.
   의심하는 교황님을 보내주십사, 주님께 기도합시다.
   바로 그 의심 덕분에 가톨릭 신앙은 계속해서 생명을 얻고,
   그로써 전 세계에 영감을 줄 것입니다."

# 사실 이 영화를 스크린에서 내려지기 직전에 뒤늦게 보았다.
   하필이면 이 영화가 개봉된 때에
   내가 좋아하는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건강이 위중한 상태를 겪고 계셔서
   상황이 겹쳐 보여 마음이 아플 것 같아 일부러 영화를 안 봤다.
   다행히 이제는 좀 회복이 되셨고
   좋은 영화는 꼭 극장에서 봐야하는지라
   놓치기 전에 얼른 관람했다.

# 여러 시상식에서 각색상을 꽤 많이 받았던데
   영화의 시작부터 끝까지 조금도 마음을 놓지 못하게 이끌어가는
   서스펜스가 굉장했다.
   전혀 예상치 못했던 반전의 반전까지...
   극본과 연출도 훌륭하고
   랄프 파인즈의 연기도 너무 탁월하고
   프로덕션 디자인이나 의상, 음악 등 전 부문 골고루 뛰어나서
   이번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지 못한 게 아쉬울 정도였다.

# 영화 '콘클라베'는 확신과 의심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非신자들의 입장에서는
   교황 선출을 둘러싼 정치적인 모습들과
   오늘날 종교를 둘러싼 첨예한 이슈들이 드러난 면들로
   이 영화가 읽히겠지만
   신자 입장에서 보기에 이 영화는 
   믿음에 대한 통찰이기도 하다.
   이 영화의 주인공 토마스 로렌스 추기경은
   토마스 사도와 같은 면모를 보인다.  
   신약성경 최초로 예수님을 하느님으로 고백하는 최고의 신앙 고백이 
   예수님의 부활을 결코 믿지 못하겠다던 토마스의 입에서 나왔던 것처럼,
   토마스 로렌스 추기경 또한
   끊임없는 의심을 거쳐
   결국 하느님의 섭리에 대한 깨달음에 이르게 된다.
  
   의심을 자양분으로 삼은 믿음이 신앙의 근간이기에,
   자신들만이 절대적으로 옳다고 주장하거나
   스스로 생각하지 않고 맹목적으로 따르거나
   감히 하느님의 이름으로 거짓된 확신을 펼치고 
   다른 신념이나 성향에 대해 혐오를 조장하는 사악한 종교보다
   더욱 건강한 종교임을 이 영화가 보여주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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