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48

Moby Dick

액터-뮤지션 뮤지컬은 배우가 노래, 춤, 연기 뿐만 아니라 음악까지 연주하는 것으로, 연주가 단순히 소재가 아닌 극의 표현방식으로 펼쳐지는 형식의 뮤지컬이다. 2000년대 중반 존 도일이 '컴퍼니', '스위티 토드'를 액터-뮤지션 형식으로 연출하여 토니상 수상 등 호평을 받았다. 예전에 뉴욕에서 그 '스위티 토드'의 액터-뮤지션 공연을 직접 본 적이 있었다. 굉장히 Unique한 경험이었던 기억이 난다. 오랫동안 함께 일을 해 왔던, 제작감독이자 뮤지컬 평론가로 활동해 온 조용신 감독의 첫 작품 '모비딕'은 아마 우리나라에서 액터-뮤지션 형식의 첫 뮤지컬일 듯... 조용신 감독은 이 작품에서 대본과 작사 그리고 연출을 맡았다. 본인이 '독립 뮤지컬'이라 일컬었듯 대규모 외부 자본 투자 없이 인큐베이팅 파..

2011/brief comment 2011.07.29

Why am I so forgetful...

계약 件이 있어 계약 예산안을 보여주러 사장실을 똑똑! 페이퍼를 보더니 사장님 曰, "아니, 이거 말고... 내가 며칠 전에 참고해서 만들라고 준 가이드라인 있잖아?" 정색을 하며 대답했다. "사장님이요? 아니예요. 주신 적 없는데요!" "무슨... 내가 분명히 직접 주면서 얘기했는데!" "아니예요, 안 주셨어요~" "자기 자리 가 봐, 있을 거야." 하더니 직접 내 방까지 따라 오신다. 그런데... 정말 내 책상 서류더미 위쪽에 떡 하니 그 종이가 놓여 있다...... 주신 적 없다고 정색하며 큰소리쳤는데... 얼마나 민망하던지... 근데 중요한 건 정말 생각이 전혀 안 난다. 그걸 받고 설명까지 들었대는데 아무런 기억이 안 난다... 그냥 지나가는 얘기도 아니고, 사장이 얘기하는 중요 업무 件이었는데..

2011/monologue 2011.07.22

오랜만에...

오랜만에 끼적거리기... 이런저런 일들로 바빴다. 개인사 그리고 회사일... 개인사는 드디어 지난주 경에 마무리되었다. 약간의 굴욕과 약간의 마음의 상처도 받고 그래서 원치 않은 방향으로 찢기다 보니 자랑할 만큼 만족스럽진 않지만 크게 의식하진 않았어도 아무튼 13년만의 묵은 짐을 내려놓게 되어 그 사실만으로 그냥 홀가분한 정도... 회사일도 부서는 여전히 바쁜데 나는 좀 한숨 돌린 상태... 간만에 뭘 끼적일까... 아, 한 사람에 대해...... 김여진이라는 배우... 오래전 그녀에게 약간의 관심을 갖게 된 건 나와 같은 과 몇 학번 아래 후배라는데 난 별로 마주친 기억이 없는 어느 MBC PD와 결혼기사가 나면서부터 뭐 그 정도?... 최근의 그녀의 적지않은 행보로 인해 그녀에 관한 기사들을 보며 ..

2011/monologue 2011.07.14

뭐가 중요한 거지?...

나이가 들면 한 이야기 또 하고 또 할 수 밖에 없는, 그게 바로 나 자신일 수도 있다는 자각이 머리를 스쳤다. 묵은 것은 잘 안 빠져나가고 새것은 비집고 들어가기 어려운 것이 인간의 뇌 구조라면, 애써 시대에 뒤떨어지지 않으려고 새것들을 받아들이려고 했어도 내 정서와 지식, 관념, 가치관은 모두 70년대, 80년대, 군사독재시대, 국가보안법시대에 가위눌려 살던 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을 수도 있다. 어두웠던 70~80년대에 한자리했던, 세상이 어떻게 되어도 일신상의 안위나 출세에만 몰두했던 사람들은 그때가 좋았다며 그리워한다. 젊은 시절 체화된 사고방식을 고치기 어려운 것은 그것이 합리화건 자기 존재 증명이건 어쩔 수 없는 일일 수 있다.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수정하고 앞으로 나아가지 않는 한 성장은 ..

2011/monologue 2011.06.08

포천 나들이

지난 일요일, 경기도 포천으로 가족 나들이 가다_ 첫 출발지는 포천아트밸리. 폐채석산을 관광자원으로 변모시킨 곳... 예전에 TV 문화프로그램에서 언뜻 보고 언제 한번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직접 가서 보니 훨씬 장관이었다. 깎아지른 듯한 화강암 절벽 사이로 호수를 품고 있는 굉장히 독특한 절경이었다. 그 밖에도 전시장, 야외공연장, 조각공원, 모노레일 등이 있어 편안하게 좋은 날씨를 즐기며 쉴 수 있는, 새로 발견한 보물 같은 느낌이 드는 곳... 포천 산정호수로 향하다. 멋진 산들에 둘러싸여 있는 큰 호수... 살랑살랑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 덕분에 복잡한 머릿속을 비우게 해 주는 산책길... 산정호수 한편에 자리한 드라마 '신데렐라 언니' 세트장...

2011/photo essay 2011.06.08

어린이 공연을 생각하다...

어젯밤 그루에게 큰소리로 야단치며 혼을 냈다... (오늘 아침 출근길에 반성했다. 내가 아닌 사람에게 나를 요구하지 말자 하고...) 그동안 수십 번 얘기했건만 알림장 내용을 또 보지도 않아 숙제해야 할 노트를 학교에서 가져 오지도 않았고 밤 10시인데도 숙제를 하나도 안 해 놓은 상태였다. 애써 참고 있던 화가 터진 건 그 다음 일이었다. 학교에서 모둠별로 각자가 그린 그림을 모티브로 연극 대본을 짜 오라고 했대는데 모둠원들끼리 미리 얘기한 내용을 대본으로 쓰는 일을 그루가 맡았댄다. 대본 내용을 훑어보니, 아이들이 심심해서 어른한테 장난전화를 걸고 그 어른이 아이들을 혼내주려고 하다가 아이들이 야구방망이, 몽둥이 같은 걸로 그 어른을 (대본 표현 그대로 말한다면) 찍어내려 기절시킨다는 내용이었다. 어..

2011/monologue 2011.06.02

3월의 눈

한국 연극계 최고령 현역배우인 장민호 백성희 선생님 두 분의 이름을 기리는 국립극단의 새로운 소극장 '백성희장민호극장'의 개관작으로 펼쳐진 역시 이 두 분께 헌정하는 신작 연극 '3월의 눈'_ 3월 초연의 호평을 접했을 때엔 이미 공연이 끝나있었던... 5월 앵콜공연 소식을 듣자마자 바로 예매하고 기다린... 그런데 백성희 선생님이 연습기간 중 가벼운 뇌졸중이 일어나 치료차 이번 앵콜 공연에는 무대에 못 오르게 되었다는 뒤늦은 안타까운 소식... 두 전설을 한 무대에서 볼 수 있는 그 쉽지 않은 기회가 차감된 듯한... 그러나 물론 두 분을 모두 뵈었으면 너무 좋았겠지만 '이순'역의 더블 캐스트 배우분도 워낙 쟁쟁하신 베테랑이신지라 공연 자체를 느끼고 감상하는 데에는 전혀 문제가 없었다... 연극 '3월..

2011/brief comment 2011.05.16

전주 여행

지난 석가탄신일 휴일에 1박2일로 전주 여행을 다녀 오다... 석탄일 샌드위치 데이에 그루 학교도 쉬길래 회사 월차휴가를 내고 전주 한옥마을 예약하고 여행 준비를 했더니 돌풍이 불고 비가 많이 쏟아진다는 일기 예보... 여행을 취소할까말까 몇 번이나 망설이다가 모르겠다, 그냥 가 보자 싶어 불안한 마음 가득 안고 강행했는데... 이틀 내내 흐리기만 할 뿐 비는 거의 내리지 않았다! 아니, 두 번 정도 내렸다, 첫날밤 새벽 내내 그리고 서울 올라오는 길에 약 30분간... 그러니까 여행에는 직접적으로 큰 영향을 주지 않았다는^^ 기독교 정부의 불교 탄압 위한 허위 날씨 예보였다면서 투덜대며 역시 강행하길 잘 했다는 생각에 기뻤던~ 짧은 시간 돌아본 전주였지만 참 마음에 드는 도시였다. 짧은 여행기간이 너무..

2011/photo essay 2011.05.16

정상적인 삶의 모습 들여다보기...

* 엊그제부터 퇴근길 ebook으로 읽기 시작한 파울로 코엘료의 소설「승리는 혼자다」中 '저비츠'라는 인물이 뭇사람들의 행동에 근거해 직접 만들어 본 [정상적인 삶]의 목록 1. 우리가 누구이고 진정으로 원하는 게 무엇인지를 잊게 하는 모든 것. 그것 때문에 우리는 생산하고 또 생산하며 돈을 벌기 위해 일에만 열중한다. 2. 전쟁을 벌이기 위해 규칙을 만드는 것. (이를테면 제네바협정) 3. 대학에서 수년간 힘들여 공부한 다음에 백수가 되는 것. 4. 30년 후에 은퇴하기 위해, 아무 재미도 없는 일을 아침9시부터 오후5시까지 하는 것. 5. 은퇴한 다음 여생을 즐길 힘이 남아 있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고 몇 년 후에 권태 속에 죽어가는 것. 6. 보톡스 주사를 맞는 것. 7. 행복보다 돈이, 돈보다 권력..

2011/quotation 2011.05.06

경복궁 나들이

그루 사회 숙제인 답사 보고서를 위해 일요일 경복궁을 찾다... 생각해 보니 창경궁, 덕수궁은 여러 번 가 봤어도 그리고 광화문 부근을 그리 많이 오갔어도 막상 광화문 바로 너머에 있는 경복궁은 처음인... 따뜻해진 봄 햇살을 느끼며 그리고 자신의 뿌리가 내딛어진 곳의 정체성을 마치 아는 듯 흐드러지면서도 우아하게 피어 있는 봄 꽃들과 어우러진 봄날의 고궁은 참 좋았다... 경회루 안에서 바라본 바깥 고궁 경회루 그리고 향원정의 모습... 사연 많은 건청궁... 경복궁 재건 기간 중 고종의 임시 거처, 최초로 우리나라에 전깃불이 들어왔던 곳, 명성황후가 시해된 곳, 광복 이후 국립민속박물관이 들어섰다가 뒤늦게 몇 년 전에 복원되어 제 모습을 찾은 곳... 근대화 초기여서인지 기존 궁궐의 건축과는 사뭇 다..

2011/photo essay 2011.04.20

Yakiniku Dragon

3년전 호평을 기억하며 재공연 소식을 듣자마자 한 달 전부터 예매하고 기다렸던 연극... 하필 일본 재해 대난 분위기에서 재일교포 스토리를 다룬 한일 공동제작 공연을 보게 된... 대본, 연출, 연기, 무대 모두 너무 훌륭했던... 그리고 공연 보면서 무척 많이 울었던 작품... 사실 하고 싶은 말이 많았는데 너무 정신없는 와중에 공연을 보고, 또 공연 후에도 지금까지 계속 정신없는 관계로 시간이 너무 지나버린 이제는, 쓰고 싶었던 말이 흩어져 버렸다...... 그래서 아쉽지만 그냥 이 한줄 리뷰로 대체한다... ★★★★★ 머리가 뜨거워지는, 가슴이 뜨거워지는 흔치 않은 작품! ※열흘째 sudden & urgent & abnormal project 때문에 정신을 못 차리고 있는 중... (공교롭게도, 일..

2011/brief comment 2011.03.21

Late Autumn

이 영화 얘기는 사실 몇 년전에 서클 선배에게서 들었다. 태용이 오빠가 '만추'라는 영화 준비 중이라는... 그옛날 원작은 서울에서 부산까지 가는 기차 안에서 이루어지는데 지금은 서울-부산이라는 거리가 물리적으로나 심리적으로나 너무 짧아서 미국으로 그 배경을 바꿀 거라는... 단순히 지인이라서가 아니라 태용이 오빠의 영화에 대한 선호, 믿음, 기대가 있었기에 사실 차기작 얘기를 들은 순간부터 그 영화가 기다려졌다. 그리고 이어지는 탕웨이, 현빈 캐스팅 소식에 기대감은 더해졌다. 탕웨이라니... 부산영화제에서의 호평 소식에 극장 개봉 시기를 기다렸건만, 작년 가을에 개봉했어야 마땅한 영화가 작품성 대비 대중성이 약하다는 배급사의 판단 때문에 개봉시기가 계속 늦춰졌고, 때마침 '시크릿 가든' 드라마 흥행 및..

2011/brief comment 2011.03.07

Kiss of the Spider Woman

"이리나의 촉촉이 젖은 두 눈은 슬픔과 기쁨을 동시에 보여주는 이상한 빛을 띠고 있었어. 사랑을 이룰 수 없어 슬프지만 사랑을 느끼게 해 준 그에게 고맙다고 말하는 것만 같아. 그녀는 사그라드는 촛불처럼 조용히 눈을 감아..." - 몰리나의 표범 여인 이야기 中 연극 '거미여인의 키스'를 보기 전 집에 묵혀두었던 동명의 영화 비디오테이프가 떠올라 영화를 먼저 보고 공연을 볼까 하다가 그냥 늘 그렇듯 사전정보 없이 스테레오타입 없이 백지 상태에서 공연을 먼저 보기로 했다. 그리고 공연을 보고난 며칠 뒤 그 오래된 영화 비디오를 보았다. 두 장르를 통해 '거미여인의 키스'를 접한 후의 생각은 공연 먼저 보기를 잘했다는 재확인, 그리고 이번 공연이 영화보다 여러 모로 훨씬 낫다는 느낌... 이 작품은 (어느 ..

2011/brief comment 2011.03.02

이천 나들이...

유난히 추웠던 올 겨울... 방학동안 특별한 가족 나들이가 없었던 게 아쉬워 그루 봄방학이 끝나기 전이자 삼일절을 앞둔 샌드위치데이에 휴가를 내고 일요일 거센 빗줄기를 뚫으며 경기도 이천에 도착하다... 첫날은 스파 플러스에서 스파를 즐기고 이튿날 이천세계도자센터로 이동~ 그런데 하필이면 월요일 휴관일이라 전시관들이 문을 닫은 바람에 그냥 야외 전시공간을 잠시 둘러보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던... 이천 도예공방 '들꽃마을'에서의 도자기 만들기 체험!주인장 선생님의 지도 하에 그루는 머그컵을, 그루 아빠는 접시를 만드는 중...... 무려 2시간여의 도자기 만들기 체험이 끝나고...

2011/photo essay 2011.03.02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오른편의 그림은 책의 표지인 벨라스케스의 '시녀들'_ 벨라스케스의 그림에서 영감을 받아 모리스 라벨은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라는 음악을 만들었고, 그리고 작가 박민규는 그림 중앙의 공주가 아닌 귀퉁이의 난장이 시녀를 모티브로 한 듯한 소설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를 썼다. 매우 못생긴 여자와, 그리고 그녀를 사랑하는 한 남자의 이야기... 아마도 못생긴 여자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정말 흔치 않은 소설이지 않을까... '평균을 올리는 것은 누구인가. 그로 인해 힘들어지는 것은 누구이며 그로 인해 이익을 보는 것은 누구인가... 자본주의의 바퀴는 부끄러움이고 자본주의의 동력은 부러움이다.' 작가는 이 소설을 통해 극소수가 절대다수를 지배하는 시스템에 대해 비판하고 또한, 부끄러워하고 부러워하는 절대..

2011/brief comment 2011.02.23

Delpire & Cie

세계 사진의 거장을 만든 거장, 사진기획자 델피르의 60년 사진 인생을 위해 그의 친구들이 헌정한 특별전 '델피르와 친구들'을 만나다... 앙리 카르티에브레송, 요세프 코우델카, 로버트 프랭크, 헬무트 뉴턴 등 내로라 하는 유명 사진작가들의 작품들이 한자리에 모여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 그 전시 공간이 주는 아우라가 굉장히 특별한 느낌을 선사해 준다. ※그러나, 인기 전시회에 가면 늘 그렇듯 줄지어선 사람들에 밀려 제대로 오랫동안 음미하며 감상하지 못하는 단점... 헬무트 뉴턴의 '입은 몸과 벗은 몸', 요세프 코우델카의 '멈춰버린 시계' 등 약간의 충격 속에 인상적이었던 작품들이 많았던... 그리고, 사진 예술의 대중화를 위해 그가 기획했다는 '포토 포슈' 컬렉션 시리즈는 정말 갖고 싶다는 생각을 하며 ..

2011/brief comment 2011.02.22

Jekyll& Hyde

첫 만남_ 한국 초연 개막 첫주 공연 2004년 7월. 코엑스 오라토리움. 조승우/소냐/김소현 (http://spriverk.tistory.com/70) 두번째 만남_ 조승우 군입대 전 마지막 지킬 공연 2006년 8월. 국립극장. 조승우/정선아/이혜경 (http://spriverk.tistory.com/261) 세번째 만남_ 첫 내한공연 2009년 9월. 세종문화회관. 브래드 리틀 그리고 2011년 2월. 샤롯데씨어터에서 네번째 만남... 조승우라는 배우를 발견하고 감탄했던 초연 공연, 그리고 역시 조승우! 하고 인정하면서도 배우보다는 최고 스타의 모습에 왠지 씁쓸함을 지울 수 없었던 두번째 공연의 기억... 제대 후 첫 무대로 선택한 조승우의 4년여만의 이번 공연을 사실 보고 싶었다. 단순히 조승우 ..

2011/brief comment 2011.0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