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른편의 그림은 책의 표지인 벨라스케스의 '시녀들'_
벨라스케스의 그림에서 영감을 받아
모리스 라벨은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라는 음악을 만들었고,
그리고 작가 박민규는 그림 중앙의 공주가 아닌
귀퉁이의 난장이 시녀를 모티브로 한 듯한 소설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를 썼다.
매우 못생긴 여자와,
그리고 그녀를 사랑하는 한 남자의 이야기...
아마도 못생긴 여자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정말 흔치 않은 소설이지 않을까...
'평균을 올리는 것은 누구인가.
그로 인해 힘들어지는 것은 누구이며
그로 인해 이익을 보는 것은 누구인가...
자본주의의 바퀴는 부끄러움이고
자본주의의 동력은 부러움이다.'
작가는 이 소설을 통해
극소수가 절대다수를 지배하는 시스템에 대해 비판하고
또한, 부끄러워하고 부러워하는 절대다수야말로
이 미친 스펙의 사회를 유지하는 동력이라는 것을 이야기한다.
인간에게서 욕심이라는 인성이 사라지지 않는 한
자본주의 또한 사라질 수 없지 않을까 하는
예전의 한 생각이 문득 떠오르는...
이 소설 속의 여자 이야기를 읽다 보면
불편한 성찰을 하게금 한다.
외모라는 것이
자신이 선택할 수 없었던,
그리고 자연적 노력으로 극복할 수 없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인정조차 하지 않는 크나큰 장애로서 안고 살아야 하는 이들이 있다는 것...
함부로 바라보고 함부로 생각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
그리고 예쁘거나 혹은 평범한 얼굴에 대해 감사해야 한다는 생각...
이 소설의 영화화 준비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하는데
여자 캐스팅의 문제가 사뭇 궁금해진다.
소설 그대로의 의미를 살리기 위해서는
그리고 사람들로 하여금 부끄러운 마음이 진정 들게 하기 위해서는
조금 못생겼지만 사랑스러운 여자가 아닌,
남자들을 얼어붙게 만드는 정말 그야말로 못생긴 여자여야 하는데
상상으로 그리는 소설이 아닌 시각화된 영화가 과연 가능할까?
가능할까? 라는 건 다름아닌 사람들이 흔쾌히 볼까? 의 의문인 거지...
두 가지의 결말 중 영화는 어떤 것을 택할 지도 궁금하고...
많은 문학평론가들이
새로운 2000년대를 대표하는 작가로
박민규와 김연수를 꼽고 있다.
최근 새롭게 떠오르는 한국 작가들의 소설을 별로 접한 적이 없는데
어찌 하다 보니 이 두 작가의 작품은 한 권씩 읽게 되었다.
박민규의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그리고 김연수의 '세상의 끝 여자친구'_
두 소설 모두 뛰어난 작가적 상상력과 대단한 필력을 느낀,
그래서 이들 작가 이름만으로도 앞으로 그 작업물을 기대하게 될 것 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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