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 얘기는 사실 몇 년전에 서클 선배에게서 들었다.
태용이 오빠가 '만추'라는 영화 준비 중이라는...
그옛날 원작은 서울에서 부산까지 가는 기차 안에서 이루어지는데
지금은 서울-부산이라는 거리가 물리적으로나 심리적으로나 너무 짧아서
미국으로 그 배경을 바꿀 거라는...
단순히 지인이라서가 아니라
태용이 오빠의 영화에 대한 선호, 믿음, 기대가 있었기에
사실 차기작 얘기를 들은 순간부터 그 영화가 기다려졌다.
그리고 이어지는 탕웨이, 현빈 캐스팅 소식에 기대감은 더해졌다.
탕웨이라니...
부산영화제에서의 호평 소식에 극장 개봉 시기를 기다렸건만,
작년 가을에 개봉했어야 마땅한 영화가
작품성 대비 대중성이 약하다는 배급사의 판단 때문에 개봉시기가 계속 늦춰졌고,
때마침 '시크릿 가든' 드라마 흥행 및 인기 절정의 현빈 군입대 등의 호기로 인해
이젠 배급사 비딩이 붙었다는 소문까지... (결과를 보니 배급사가 바뀌었다...)
그렇게 이 영화는 꼬박 네 계절이 지나 늦겨울이 되어서야
뒤늦게 그리고 힘겹게 그 베일을 벗게 되었다.
시애틀_
내가 좋아하는 미드 '그레이 아나토미'의 배경 도시...
그런데 재작년말 업계 지인의 얘기를 듣고, 단순히 떠오르던 이미지가 좀 바뀌긴 했었다.
햇빛 반짝하는 날이 손꼽을 정도로
계속 비가 오거나 안개가 끼어 있는 그 도시의 날씨 덕분에
자신의 우울증이 더욱 심해져서 결국 더이상 버티지 못하고 돌아올 수 밖에 없었다는 ...
이 영화의 배경이 되는 시애틀은
비와 안개의 도시 분위기가 뒹구는 낙엽 없이도 늦가을의 풍경을 만들어 주고 있었다.
그리고 미국으로 대표되는 화려함이 거의 느껴지지 않은
변두리 소도시 같은 촬영 배경들 역시 그 스산함을 효과적으로 더해 주었다.
이 영화는
특히 탕웨이의 얼굴에서 도무지 시선을 뗄 수 없게 만든다.
그녀의 무표정 속의 미묘하게 비치는 여러 표정들
그리고 그 찰나 찰나에서 읽히는 그녀의 마음...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탕웨이의 탁월한 연기력과 김태용 감독의 연출력!
만추 뒤에 찾아오는 그들의 계절은 무엇일까...
꼭 늦겨울에 이 영화를 보아서가 아니라
두 사람이 서로 다시 만나지 않더라도
이젠 그들 앞에는 꽁꽁 가두었던 얼음이 풀리기 시작하는 봄이 기다리고 있을 듯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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