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터-뮤지션 뮤지컬은
배우가 노래, 춤, 연기 뿐만 아니라 음악까지 연주하는 것으로,
연주가 단순히 소재가 아닌 극의 표현방식으로 펼쳐지는 형식의 뮤지컬이다.
2000년대 중반 존 도일이 '컴퍼니', '스위티 토드'를 액터-뮤지션 형식으로 연출하여
토니상 수상 등 호평을 받았다.
예전에 뉴욕에서 그 '스위티 토드'의 액터-뮤지션 공연을 직접 본 적이 있었다.
굉장히 Unique한 경험이었던 기억이 난다.
오랫동안 함께 일을 해 왔던, 제작감독이자 뮤지컬 평론가로 활동해 온
조용신 감독의 첫 작품 '모비딕'은
아마 우리나라에서 액터-뮤지션 형식의 첫 뮤지컬일 듯...
조용신 감독은 이 작품에서 대본과 작사 그리고 연출을 맡았다.
본인이 '독립 뮤지컬'이라 일컬었듯 대규모 외부 자본 투자 없이
인큐베이팅 파트너들과 창작자들을 중심으로 제작이 되었으니
실상 프로듀싱까지 맡은 셈이다.
이전에 몇 번 만나뵈었을 때에 공연에 대한 이런저런 걱정 이야기들을 들었던지라
기대 반 우려 반의 심정으로 공연을 보았는데,
공연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좋았다.
브로드웨이는 악기 연주에 대한 기본기가 있는 뮤지컬 배우들을 대상으로
액터-뮤지션 뮤지컬의 캐스팅이 진행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그러한 성격의 기본 pool이 미천한지라
거꾸로 클래식 아티스트들 중에 뮤지컬을 할 만한 자질이 있는 이들이 캐스팅된 관계로
이들의 연기와 노래에 대한 우려가 사실 적지 않았었는데,
약간의 아쉬움은 물론 있지만 그들의 도전은 만족할 만한 퍼포먼스였다.
특히 팝 피아니스트 신지호와 집시 바이올리니스트 이일근은
수려한 외모와 스타일에 뛰어난 연주실력과 캐릭터 몰입도를 보여 매우 인상적이었다.
공개 형식의 리딩 - 워크샵 공연 - 트라이아웃을 거쳐
그동안의 과정에서 드러난 문제점들을 꾸준히 수정하고 보완해서인지
전체적인 공연의 밀도도 꽤 높았다.
캐릭터와 악기의 조합 및 그 형상화는 매우 탁월했다고 생각된다.
관찰자로서의 역할인 이스마엘은 다른 이들의 반주를 하면서도
다양한 표현을 할 수 있는 피아노로,
작살잡이 퀴퀘그는 활과 악기 특유의 날카로운 음색이
작살과 그의 자유로운 영혼을 반영하는 바이올린으로,
에이헙 선장은 그의 의족을 형상화하는 첼로로,
플라스크 항해사는 수다스럽고 마초적인 성격을 보여주는 트럼펫과 색소폰으로,
모비딕은 바다 밑의 거대한 존재감을 드러내는 콘트라베이스로...
이들의 악기는 음악을 연주하는 악기 뿐만 아니라 캐릭터로 잘 녹아들어 있었다.
이 공연을 위해 창작된 음악 역시
귀에 꽂히는 넘버가 없어 아쉬웠지만 전반적으로 매우 우수했다.
그리고 배우들이 직접 연주를 하니 극과 음악의 융합도가 훨씬 농밀했다.
2시간동안 정말
객석에 앉아있는 나 역시 피쿼드 호에 그들과 같이 승선하여
모비딕을 찾기 위한 그들의 항해에 직접 함께 한 느낌이다...
무대와 객석의 소통이 이만큼 이루어졌다면
모비딕의 첫 항해는 충분히 성공적이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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