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연극계 최고령 현역배우인
장민호 백성희 선생님 두 분의 이름을 기리는
국립극단의 새로운 소극장 '백성희장민호극장'의 개관작으로 펼쳐진
역시 이 두 분께 헌정하는 신작 연극 '3월의 눈'_
3월 초연의 호평을 접했을 때엔 이미 공연이 끝나있었던...
5월 앵콜공연 소식을 듣자마자 바로 예매하고 기다린...
그런데 백성희 선생님이 연습기간 중 가벼운 뇌졸중이 일어나
치료차 이번 앵콜 공연에는 무대에 못 오르게 되었다는
뒤늦은 안타까운 소식...
두 전설을 한 무대에서 볼 수 있는 그 쉽지 않은 기회가 차감된 듯한...
그러나
물론 두 분을 모두 뵈었으면 너무 좋았겠지만
'이순'역의 더블 캐스트 배우분도 워낙 쟁쟁하신 베테랑이신지라
공연 자체를 느끼고 감상하는 데에는 전혀 문제가 없었다...
연극 '3월의 눈'은
'인위성'을 느낄 수 없는 정말 귀한 공연이었다.
구순을 앞둔 장민호 선생님은 '연기하지 않는 연기'의 경지를 보여 주셨고
손진책 연출은 '연출하지 않는 연출'을
그리고 배삼식 작가는 '극성이 배제되어 있는 극본'을
박동우 디자이너는 '세트같지 않은 무대'를 보여 주었다.
장민호 선생님은
정말 말로 이루 표현할 수 없는
경외로움 그 자체였다.
공연을 보면서도 눈물이 났고,
애써 눈물을 닦으며 달랬던 마음은
커튼콜때 장민호 선생님이 등장하는 순간
제어할 수 없이 다시 가슴이 뜨거워지면서
기립과 동시에 주체할 수 없이 눈물이 쏟아지게 만들었다.
'3월의 눈'은
'야끼니꾸 드래곤'과 일맥상통한 부분을 많이 지니고 있었다.
오랜 터가 하나하나 뜯겨져 나가는 씬, 엔딩의 눈 내리는 씬과 같은 표현도 그렇고
'현대의 무질서한 개발과 상업주의에 의해 사라지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이
기저에 깔려 있는 것 또한 그러했다.
'야끼니꾸 드래곤'에는 190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의 재일교포의 삶의 역사가,
그리고 '3월의 눈'에는 일제시대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의 우리의 역사가 담겨 있다.
그러나
3월에 내리는 눈은 제 계절이라는 순리에 내어주며 사라지는 소멸의 미학에
고개가 끄덕여질 수 있지만
이 두 작품에서 다루어지는 소멸은
순리라 하기엔 삶이 사라지고 역사가 사라지는 것인지라
먹먹한 상실감에 마음이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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