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brief comment

Kiss of the Spider Woman

spring_river 2011. 3. 2. 16:21




"이리나의 촉촉이 젖은 두 눈은
 슬픔과 기쁨을 동시에 보여주는
 이상한 빛을 띠고 있었어.
 사랑을 이룰 수 없어 슬프지만
 사랑을 느끼게 해 준 그에게 고맙다고 말하는 것만 같아.
 그녀는 사그라드는 촛불처럼 조용히 눈을 감아..."

                         - 몰리나의 표범 여인 이야기


연극 '거미여인의 키스'를 보기 전
집에 묵혀두었던 동명의 영화 비디오테이프가 떠올라
영화를 먼저 보고 공연을 볼까 하다가
그냥 늘 그렇듯 사전정보 없이 스테레오타입 없이

백지 상태에서 공연을 먼저 보기로 했다.
그리고 공연을 보고난 며칠 뒤

그 오래된 영화 비디오를 보았다.

두 장르를 통해 '거미여인의 키스'를 접한 후의 생각은

공연 먼저 보기를 잘했다는 재확인,
그리고 이번 공연이 영화보다 여러 모로 훨씬 낫다는 느낌
...

이 작품은

(
어느 리뷰기사에서 트집잡은 것처럼
)
발렌틴이 몰리나를 사랑했는지 안 했는지 분명치 않다는

또는 발렌틴이 몰리나를 왜 사랑하게 되었는지 불충분하다는
그런 얘기는 크게 중요한 포인트가 아니며
또 보는 사람의 시각에 따라 다르게 받아들여질 수 있다.
이 작품은

전혀 다른 세계의 두 사람이 감옥이라는 닫힌 공간에서
서로를 이해하게 되고 변해가는 바로 그 과정이 중요하다.
이런 측면에서

감옥이라는 한정된 하나의 무대에서 
단지 두 사람의 에너지만으로 이끌어가게 되는 연극 장르가

영화보다 그 스토리와 인물간의 세밀한 감정선을
훨씬 밀도있게 표현할 수 있는 장점이 발휘되는 듯했고

또 이번 공연 프로덕션은 이를 훌륭하게 이루어냈다.

몰리나가 발렌틴에게 끊임없이 해 주는 영화 이야기는

몰리나의 현재와 미래를 암시함과 동시에
발렌틴이 서서히 변화하는 데에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되는데,
원작소설에 들어있는  6편의 영화 이야기 중

연극에서는 표범 여인의 이야기가,
그리고 영화에서는 독일 나치 이야기가 등장한다
.
나머지 4편의 이야기도 궁금해지는... (아무래도 소설도 봐야겠다
~)

영화속 윌리엄 허트의 몰리나도 좋았지만

정성화 배우의 매력적인 게이 연기,
그리고 긴장과 이완을 오가는 뛰어난 연기 순발력에 또한번 놀랐고

진정성이 느껴지는 최재웅 배우의 발렌틴은
다소 평면적이었던 영화 속의 발렌틴보다 입체감 있었고 마음을 움직였다.
그리고

공연이 끝나고 프로그램북을 보다가
연출 이지나 선생님의 글을 읽으며,
이 공연에 약간은 밝고 유머러스한 기운을 더하고

결말의 각색으로 몰리나를 조금은 행복하게 한 이유를 알게 되니
마음이 아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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