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48

Tears of Heaven

protest 1. story 예전의 'Miss Saigon' 리뷰들에서도 언급했듯이 베트남전쟁 소재의 이야기들은 개인적으로 솔직히 불편하다. 굳이 드러내려 하지 않지만 실은 우리나라가 가해자인 입장도 그렇고, 작품에서 느껴지는 미국 측면의 뉘앙스들도 그렇다. 물론, 베트남전쟁을 소재로 여러 작품들이 생산될 수 있고 같은 소재라고 해서 'Miss Saigon'과 유사하다고 할 수는 없다. 실제로 공연을 보고 나니 의외로 그러한 우려가 사라지긴 했으나 어쩌면 무의식적인 거름종이가 작용한 느낌일 수도 있으니 공연 관객들이 여전히 그것을 지적하는 것도 어느 정도 인정... 그러나 선입견을 굳이 갖지 않는다면 '천국의 눈물'과 '미스 사이공'은 전혀 다른 작품이다. 그리고 극본 상의 몇몇 문제점들은 나 역시 인..

2011/brief comment 2011.02.10

You will meet a tall dark stranger

사실 우디 앨런의 영화를 즐겨보거나 하는 타입은 아니다. 그 많은 필모그래피들 중 사실 내가 봤던 그의 영화가 정확히 떠오르지 않을 정도... 이 영화는 우연히 TV에서 광고를 보다가 슬쩍 마음이 끌려 선택한... 마침 배우 이순재 씨의 인터뷰 기사를 접한 날, 이 영화를 보았다. "우리 아이들은 역할이 양아치나 검사나 국회의원이나 표정이 똑같아. 그렇게 하고도 돈을 벌고 스타가 되니 문제가 있는 거지. 제대로 된 연출가가 잡아주지 않으니 자기 연기가 완벽한 줄 알아..." 고개를 끄덕이며 본 기사의 한 대목이 이 영화를 보면서 계속 떠올랐다. 관록있는 할리우스 스타들을 확 연기 변신시키기로 유명하다는 우디 알렌 감독... 정말 예전작들의 캐릭터와 눈빛, 표정, 아우라 자체가 확연히 다른 안소니 홉킨스,..

2011/brief comment 2011.02.09

미래를 지나치게 궁금해하지 않기...

원래는 '점(占)'을 별로 신뢰하지 않아 터부시하기까지 했었다. 그걸 깬 게 언제였더라... 기억도 나지 않는 오래 전 친구들과 우연히 사주카페에 가서 사주를 본 게 아마 처음이었던 듯... 그러다가 3년 전쯤인가 점 매니아인 지인의 말에 현혹되어 컴퓨터로 별점을 보는 한 여자에게 별점을 봤었고 1년 후 그녀의 스승이라는 한 남자에게 별점을 봤었다. (이 때의 기억이 가장 독특했다. 점을 본다기보다 1시간 가량 카운슬링을 받는 편안한 느낌...) 그리고 나의 거취에 대한 문제로 괴로워하던 재작년 말~작년 초... 역시 점 매니아인 지인의 소개로 유명 역술인을 찾았고 (희한하게도) 그로부터 이런저런 말을 듣고나니 맘이 편해졌다. 그리고 작년 말... 여전히 해결되지 않는 고민에 그를 다시 찾아갈까 생각하고..

2011/monologue 2011.01.21

공공성에 기초한 '분배' vs 시혜적 '나눔'

부자가 사회에 빚진 자라면 가난한 사람은 사회가 빚진 자라고 할 수 있는데, 우리 사회의 비극은 지배세력이나 엘리트층에게서 이런 사회 개념을 도무지 찾을 수 없다는 점에 있다. 그것은 무엇보다 부, 명예, 권력이 사회에 빚진 것임에도 오로지 자기가 잘나고 자기 돈을 투자하여 부, 명예, 권력을 차지했다고 믿게 하는 사회화 과정 때문이다. 가령 유럽에서 불친절한 의사를 만나기 어려웠지만 한국에선 친절한 의사를 만나기 어려운데, 이 차이는 사회와의 관계 인식의 차이에서 비롯된다. 의사가 되기까지 사회로부터 무상보육, 무상교육, 무상의료의 혜택을 받았다면 사회연대의식, 사회환원의식을 가질 수 있어서 환자들에게 친절하고 세금도 잘 내지만, 한국처럼 지독한 경쟁구조에서 자격증을 따기까지 거의 모든 비용을 가족(부..

2011/quotation 2011.01.19

e-book by iPhone

아이폰을 사용한 지 이제 100여일째... 사용법 익히고 이런저런 기능들 이용해 보며 한 1주일 정도 신났다가 서서히 재미를 잃으며 평상심을 되찾았던... 전화기와 MP3 플레이어를 따로 들고 다녀야 했던 걸 하나의 기기로 가능하다는 것이 내겐 가장 커다란 반가움인... 원래 게임은 거의 안 하고 별로 좋아하지 않기에 게임기로서의 기능은 그닥 필요치 않은... 버스 도착시간을 알려주는 어플 정도를 그나마 유용하게 사용하는... 작년 초에 뜻하지 않게 손에 넣은 '아이리버 스토리'에 환호했으나 알고 보니 아직 e-book 컨텐츠가 충분치 않은 현실에 못내 아쉬워하며 그렇게 퇴근길 e-book과 함께 하기가 시작되었다. 관심있었던 최근 출간 책들은 대개 e-book으로 나오지 않아 얼추 내용은 알지만 제대로..

2011/monologue 2011.01.18

익숙한 것에 대한 낯설음

닷새 전, 우리집에 도둑이 들어왔었다... 결혼 패물을 몽땅 털렸다... 잊어버리려고, 그리고 애써 좋게 생각하려 하고 있다. 사람이 없을 때에 들어와서 사람이 안 다쳤으니 다행이다, 그렇게... 올해 그냥 액땜한 셈 치자, 그렇게... 그런데 혼자 현관 문을 열고 들어갔을 때에 패물함이 나뒹굴고 있고 엉망진창으로 헝클어진 불켜진 안방을 목격한 그 짧은 몇 초간의 경악스러움, 혹시 아직도 도둑이 안에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황급히 뛰쳐나와 시댁에 연락하고 기다리며 놀라움을 진정시킬 수 없었던 약 5분간의 두려움 이는 쉽사리 지워지지 않을 것 같다. 잃어버린 물건들은 잊어버릴 수 있는데 이미 강하게 각인된 기억은 쉽게 잊혀지지 않는다. 아직도 혼자 현관문을 열 때엔 나도 모르게 잠깐 멈칫해지는 걸로 보아..

2011/monologue 2011.0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