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brief comment

대고려 : 그 찬란한 도전

spring_river 2019. 2. 23. 12:00

 

 

 

 

고려 건국 1100주년을 기념하여
우리나라 여러 지역 뿐만 아니라
미국, 영국, 일본 등 세계 각국에 흩어져 있는
고려의 보물들을 한데 모은 특별전이었다.

왕실미술, 불교미술, 차(茶) 문화, 공예미술 
총 4개 섹션으로 구성되어 있었는데
본 전시에 들인 많은 노력과 정성들이 
그대로 느껴지는 매우 귀한 자리였다.

 

무엇보다도 가장 인상적인 것은
태조 왕건의 정신적 스승으로 알려진
'희랑대사상'이었다.

전시된 방에 들어서는 순간, 
멀리서부터 묘한 아우라에 사로잡혔고
가까이서 보자마자 바로 압도되었다.
그 생생한 실재감은
이제껏 느껴보지 못한 경지였다.
바로 옆에 비어 있는 태조 왕건상의 자리가
더욱 아쉽기도 했다.
평양에 있다는 그 태조 왕건상이 왔더라면
정말 천년을 넘어 스승과 제자가 만난
감격적인 순간일 듯했다.

 

 

 

 

 

 

 

마지막 전시실을 나서는 코너의 벽면에 새겨진
'에필로그' 글이 인상적이었다.
네 시간 동안 나를 충만케 했던 그 느낌을
집약하는 글이기도 했기에 여기에 옮기자면,

 

 

과거와 만나는 순간은
무언가를 함께 하고 공감했을 때 짓는 미소처럼
투명하고 아름답습니다.

천 년 전의 누군가와 
같은 것을 바라보고 느꼈을 감정을
공유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한 느낌의 세계에서 우리를 만날 수 있게 하는 것이
오래된 물건, 오래된 이야기의 힘입니다.

시간과 공간을 넘어 실존했던 존재와 만나는
짧지만 강렬한 순간은 마치 마법과도 같습니다.

 

고려는 강인하면서도 섬세한 나라였습니다.

인간의 정서를 포착하여 독창적인 색과 재료에 투영하고,
여기에 기술적 성취를 발휘하여 미술로 구현해냈습니다.

조선 전기의 과학, 기술, 역법, 의학의 진보는
고려시대에 다져진 토양과 자양분을 바탕으로 꽃피었습니다.

 

고려가 이룬 창의성과 독자성, 뛰어난 예술성은
우리 안에 있는 또 하나의 유전자입니다.

고려가 우리에게 준 가장 큰 선물은 무엇일까요.

고려 오백 년을 지속할 수 있게 한 힘은 어디에서 나왔을까요.

대고려전에서 그 힘의 실마리를 찾으셨기를 바랍니다.

 

 

바로 그러했다.
이 전시에서 받은 느낌은,

정말 내가 '고려'를 만.났.고.
그렇게 만난 '고려'가 무척 좋.아.졌.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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