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가 사회에 빚진 자라면
가난한 사람은 사회가 빚진 자라고 할 수 있는데,
우리 사회의 비극은 지배세력이나 엘리트층에게서
이런 사회 개념을 도무지 찾을 수 없다는 점에 있다.
그것은 무엇보다 부, 명예, 권력이 사회에 빚진 것임에도
오로지 자기가 잘나고 자기 돈을 투자하여
부, 명예, 권력을 차지했다고 믿게 하는 사회화 과정 때문이다.
가령 유럽에서 불친절한 의사를 만나기 어려웠지만
한국에선 친절한 의사를 만나기 어려운데,
이 차이는 사회와의 관계 인식의 차이에서 비롯된다.
의사가 되기까지 사회로부터
무상보육, 무상교육, 무상의료의 혜택을 받았다면
사회연대의식, 사회환원의식을 가질 수 있어서
환자들에게 친절하고 세금도 잘 내지만,
한국처럼 지독한 경쟁구조에서
자격증을 따기까지 거의 모든 비용을 가족(부모)이 충당한다면
주로 특권의식, 보상의식을 갖게 되어
환자들에게 불친절하고 세금 내기도 싫어하는 편에 속한다.
한국 사회에 가족이기주의가 만연한 배경 또한 다른 데 있지 않다.
합리적 보수는 더불어 사는 사회를 말로만 하지 않는다.
- 홍세화 칼럼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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