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을 業으로 하는 사람에게는
직업적 성향으로 인한 좋은 점과 나쁜 점이 있다.
수많은 마케팅 기법들, 그리고 그 적용사례들을 알고 있기에
대부분의 경우 어떤 기업이 이러이러한 마케팅을 펼칠 때에
그게 무엇을 노리고 있음을 알기에
소비자로서 쉽게 넘어가지 않는다는 것이
상대적인 장점일 것이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어떠한 마케팅 술수에 자신이 걸려들었음을 깨달을 경우
남들보다 더 분노한다.
그 마케터들에게 속은 것에 대해
그리고 어리석게 행동한 자신에 대해...
어제 퇴근 무렵 갑자기 마음이 동하여
영화 '내추럴 시티'를 봤다.
(이번 달 들어 벌써 3번째 영화다.
확실히 일이 없다는 증거다.
영화보는 횟수가 늘어나는 것,
그리고 인터넷 쇼핑 건수가 늘어나는 것...)
웬만한 경우 엔딩 크레딧이 다 올라갈 때까지
계속 지켜보는 편임에도 불구하고
어제는 그냥 영화 끝나자마자 나와 버렸다.
조금 화가 났고, 또 시간이 아까웠다.
난 SF나 판타지류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추럴 시티를 볼 마음을 먹은 건
'R과 리아의 사랑'에 대해
여러 수단을 통해 펼치고 있는 마케팅 문구들에 혹해서였다.
이 영화는 처음부터 다모폐인에 이은 내추럴시티폐인 운운하며
마니아들 사이의 열풍을 내세우고 있었고
R과 리아에 대해서도
이루어질 수 없는, 엇갈리는 안타까운 사랑으로
주인공들의 독백체 일기들을 동원하며 포장하였다.
멜로와 SF의 결합을 두 축으로 삼은 듯 한데,
'이야기'가 너무 빈약했고
특히 멜로 부분은 홍보내용과 달리 아주 약했다.
그야말로 '사랑'이 없는 사랑 이야기였다.
이 영화가 특히 10대들을 비롯한 젊은층 대상으로
(이렇게 얘기하니 내가 젊은층이라는 Grouping에
이젠 빠져있는 듯하다...)
호평을 받고 있다고는 하는데, 글쎄...
하긴, 요즘 애들이야
인과성 있는 스토리보다는 개별적인 에피스드들을,
깊이 내재된 감동보다는 순간적인 느낌을
더 중요시하니까 그럴 수도 있겠지.
아무튼
마케팅에 속아 영화를 본 나는
생각했던 바와 너무 다른 데에 대해 기대가 무너졌고
영화의 허술함에 대해 시간이 아까웠다.
누가 10월 아니라고 할까봐
갑자기 스산한 가을날씨가 되어 버렸다...
10월이구나......
2003.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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