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brief comment

있는 그대로 사랑하기?

spring_river 2004. 1. 1. 12:30


토요일 오후
,
서울 공연 Site 답사가 매우 어정쩡한 시간인 4시에 잡혔다
.
영화나 한 편 볼까 생각하고 근처 극장들의 웹사이트를 뒤졌더니
시간이 다 맞지 않는다.
중간에 붕 뜬 시간이 약 3시간
...
그 오랜 시간을 때우기엔 그래도 영화 밖에 없을 것 같아서
근처 비디오방을 뒤지기로 했다.
그런데
...
비디오방이 이젠 퇴행산업인지
노래방은 수십 개 보이는데 비디오방은 단 한 곳도 없다.
하긴... 나도 비디오방 안 가 본 지 어언 7~8년 넘은 것 같으니
...

이를 어쩐다
...
이 어정쩡한 시간을 어찌 때울꼬...생각하며
한 블록 이상 걷다가 맞은편 길에 'DVD 감상실'을 발견했다.
..
...
DVD
감상실이란 곳을 처음으로 들어가 봤다
.
영화 말고 외국 뮤지컬 같은 것도 있겠다 싶어서 찾았더니
그 곳은 모두 영화 뿐이다.
300~400
개쯤 되어 보이는 DVD 타이틀 중에서 고르기 시작했는데
보고 싶은 건 모두 러닝타임이 길어서 문제였다.
결국 보게 된 건
, Bridget Jones's Diary...
DVD
로까지 볼 만한 영화는 아니란 걸 알고는 있었지만
,
그렇지 않아도 새로 들어가게 될 지 모르는 작품 중의 하나가
이런 류의 노처녀 사랑 얘기라
직업적 이유가 갑자기 발동하여 그 영화를 보게 되었다.

DVD
감상실
...
무척 쾌적하고 좋았다
.
의자도 무지 편하고 화면도 크고 선명하고
...
, 의자 하단에 우퍼 스피커를 내장해 놓았는지

영화에서 음악이 나올 때마다 엉덩이 밑이 쿵쿵거리는 게 좀 불편했다.
입체 음향 실감도 좋지만 이건 원
...





브리짓 존스의 일기는...
뭐 특별할 것 없는 로맨틱 코미디였다.
르네 젤위거를 나는 영화 '시카고'에서 먼저 접한 지라
완전히 다른 캐릭터에 좀 놀랐다.
휴 그랜트야 뭐, 그 사람에게 딱 맞는 역할이었고
...
대부분의 로맨틱 코미디와 그래도 좀 다른 점은
,
예쁘고 날씬하고 능력있는 여자가 아닌
,
그리 우아하지 못한 싱글로 살아가는 세상 대부분의 여자들이

그나마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영화였다는 것...
아마 이것이 이 영화와 소설의 인기를 만들었으리라
...

베스트셀러였다는 그 책을 보진 않았지만

저자가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
서른살 넘은 독신여성과 게이남성 사이에는
 
자연스러운 유대가 형성된다
.
 
이들은 모두 부모를 실망시키고

 
사회로부터 괴물 취급을 받는다는 공통점이 있다.
 

(정말 놀라운 비유이지 않은가...)

"
나는 당신을 있는 그대로를 사랑해요..."
브리짓의 마음을 사로잡은 이 말은

많은 여자(남자들도 마찬가지인지는 잘 모르겠다)들에게 여전히 유효하다.
여러 부족함 그대로, 꾸미지 않은 그대로를 좋아한다는데
...
그런데
,
사람이라는 게 늘 한결같을 수는 없을진대

'있는 그대로'가 변한다면 어떻게 되는 거지?
내가 그동안 직간접 경험상 판단컨대, 그것이 바로
 
사랑을 결정짓는 중요한 포인트 중의 하나인 것 같다
.
정말 사랑하는 사람은 '있는 그대로'가 변할지라도
여전히 상대방을 사랑한다.
? 그것이 그(그녀)니까
...
마음이 변하는 사람은
'
있는 그대로'라고 당시 판단했던
그 모습과 그 캐릭터를 좋아하는 사람일 따름이다.
그리고 절대 혹하지 말아야 할 것은

'
있는 그대로'라는 말은
사랑이라는 것에 있어
생색내며 내세울 감동의 선물이 아닌, 당연한 조건이라는 것이다...


 

 

2003.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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