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오후,
서울 공연 Site 답사가 매우 어정쩡한 시간인 4시에 잡혔다.
영화나 한 편 볼까 생각하고 근처 극장들의 웹사이트를 뒤졌더니 시간이 다 맞지 않는다.
중간에 붕 뜬 시간이 약 3시간...
그 오랜 시간을 때우기엔 그래도 영화 밖에 없을 것 같아서 근처 비디오방을 뒤지기로 했다.
그런데...
비디오방이 이젠 퇴행산업인지 노래방은 수십 개 보이는데 비디오방은 단 한 곳도 없다.
하긴... 나도 비디오방 안 가 본 지 어언 7~8년 넘은 것 같으니...
이를 어쩐다...
이 어정쩡한 시간을 어찌 때울꼬...생각하며 한 블록 이상 걷다가 맞은편 길에 'DVD 감상실'을 발견했다.
찾.았.다...
DVD 감상실이란 곳을 처음으로 들어가 봤다.
영화 말고 외국 뮤지컬 같은 것도 있겠다 싶어서 찾았더니 그 곳은 모두 영화 뿐이다.
300~400개쯤 되어 보이는 DVD 타이틀 중에서 고르기 시작했는데
보고 싶은 건 모두 러닝타임이 길어서 문제였다.
결국 보게 된 건, Bridget Jones's Diary...
DVD로까지 볼 만한 영화는 아니란 걸 알고는 있었지만,
그렇지 않아도 새로 들어가게 될 지 모르는 작품 중의 하나가 이런 류의 노처녀 사랑 얘기라
직업적 이유가 갑자기 발동하여 그 영화를 보게 되었다.
DVD 감상실...
무척 쾌적하고 좋았다.
의자도 무지 편하고 화면도 크고 선명하고...
단, 의자 하단에 우퍼 스피커를 내장해 놓았는지
영화에서 음악이 나올 때마다 엉덩이 밑이 쿵쿵거리는 게 좀 불편했다.
입체 음향 실감도 좋지만 이건 원...
브리짓 존스의 일기는...
뭐 특별할 것 없는 로맨틱 코미디였다.
르네 젤위거를 나는 영화 '시카고'에서 먼저 접한 지라
완전히 다른 캐릭터에 좀 놀랐다.
휴 그랜트야 뭐, 그 사람에게 딱 맞는 역할이었고...
대부분의 로맨틱 코미디와 그래도 좀 다른 점은,
예쁘고 날씬하고 능력있는 여자가 아닌,
그리 우아하지 못한 싱글로 살아가는 세상 대부분의 여자들이
그나마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영화였다는 것...
아마 이것이 이 영화와 소설의 인기를 만들었으리라...
베스트셀러였다는 그 책을 보진 않았지만
저자가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서른살 넘은 독신여성과 게이남성 사이에는
자연스러운 유대가 형성된다.
이들은 모두 부모를 실망시키고
사회로부터 괴물 취급을 받는다는 공통점이 있다.”
(정말 놀라운 비유이지 않은가...)
"나는 당신을 있는 그대로를 사랑해요..."
브리짓의 마음을 사로잡은 이 말은
많은 여자(남자들도 마찬가지인지는 잘 모르겠다)들에게 여전히 유효하다.
여러 부족함 그대로, 꾸미지 않은 그대로를 좋아한다는데...
그런데,
사람이라는 게 늘 한결같을 수는 없을진대
그 '있는 그대로'가 변한다면 어떻게 되는 거지?
내가 그동안 직간접 경험상 판단컨대, 그것이 바로
사랑을 결정짓는 중요한 포인트 중의 하나인 것 같다.
정말 사랑하는 사람은 '있는 그대로'가 변할지라도 여전히 상대방을 사랑한다.
왜? 그것이 그(그녀)니까...
마음이 변하는 사람은
'있는 그대로'라고 당시 판단했던 그 모습과 그 캐릭터를 좋아하는 사람일 따름이다.
그리고 절대 혹하지 말아야 할 것은
'있는 그대로'라는 말은
사랑이라는 것에 있어
생색내며 내세울 감동의 선물이 아닌, 당연한 조건이라는 것이다...
2003.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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