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일부러 희곡을 먼저 읽고 예습한 뒤 봤건만
희곡과 꽤 많이 달랐다^^
내가 본 희곡은
(발표 당시, 종교인의 위선을 비판했다는 이유로
거센 반발과 공연 금지 조치를 오랫동안 겪으며)
3막을 5막으로 개작하여 비로소 공연이 가능하게 되었던
그 수정 버전인 듯하고,
이 공연(실황)은 단 한 번밖에 공연된 적 없다는 초연 버전을
Ivo Van Hove가 자신의 연출 방향으로 올린 작품이었다.
타르튀프를 발견해 집으로 들이는 과정의 오프닝부터 인상적이었는데
수정본 희곡에는 없는 내용이었고,
초판 희곡에 있는 내용인지 아니면 연출가가 일부러 추가한 건지는 모르겠다.
가장 주요한 차이점 중의 하나는
희곡에서는 오르공의 딸의 결혼 문제가 이슈가 되고
딸과 그녀의 애인, 하녀 이렇게 셋이 티키타카하고
오르공에 대해 하녀가 맞받아치는 대사들이
몰리에르의 '희극'이 맞구나 싶게 재미있는데,
이 공연에서는 딸과 딸의 애인이 아예 등장하지 않고
아들의 결혼 문제로 치환되어 있으며
풍자와 조소를 제대로 보여주던 하녀의 역할도 줄어들어
공연이 전반적으로 그다지 희극같지 않은 분위기이다.
그리고
타르튀프에 대한 오르공 아내의 태도도 사뭇 다르다.
희곡에서는 타르튀프의 정체를 밝히기 위해 함정을 파기만 하는데
이 공연에서는 타르튀프에 흔들리는 감정이 부분부분 비친다.
엔딩 또한 상이하다.
희곡에서는 위선을 들킨 타르튀프가 오르공을 더욱 궁지에 몰고
국왕이 갑자기 모든 것을 해결하며 타르튀프는 벌을 받게 되지만,
공연에서는 이러한 내용들이 전혀 나오지 않고 열린 결말이다.
특히 연출가가 '9개월 후'라는 짧은 씬을 덧붙였는데
(너무 짧게 스치고 지나가서 제대로 파악하기 힘들었지만 대략)
오르공의 젊은 아내는 (타르튀프가 아빠인 듯한) 아이를 임신해 있고
오르공은 낡은 옷차림, 하녀는 고급 옷차림 등 처지가 바뀌어 있고
오르공의 아들은 치마를 입고 있다.
# 몰리에르 탄생 400주년을 맞아
코메디 프랑세즈 극단과 Ivo Van Hove가 만나
몰리에르의 문제작을 오리지널 버전으로 복원해 올린다는
남다른 의미의 프로덕션이었다.
이보 반 호브의 연출과
그의 파트너 얀 페르스베이벨트의 무대와 조명은 역시 세련미가 넘쳤다.
각 장이 시작되면 조명과 음향이 신호처럼 바뀌고
바닥에 깐 하얀 대형 종이 위에 배우들이 자리하는 모습이
마치 링 위의 결전을 보는 듯했다.
자기가 보지 않은 건 믿지 않으며 끝까지 타르튀프에 대한 신뢰를 놓지 않는
오르공의 어머니에 대해 답답해 하며 바닥의 종이로 덮어 버리고
그녀가 누운 자리 그대로 오려 버리는 것 또한 재미있고 의미심장했다.
세계적인 영화음악가 알렉상드르 데스플라의 음악 또한
긴장감을 자아내며 공연과 잘 어우러졌다.
공연 당일 COVID 밀접접촉자 통보를 받아 검사 결과 음성판정을 받은
오르공 역의 배우가 어쩔 수 없이 마스크를 쓰고 공연을 하는 해프닝까지...
# '이 희극은 세간을 떠들썩하게 하고
오랫동안 박해받아 온 작품이다.'
이렇게 시작한 희곡 「Tartuffe」의 장문의 머리말은
보기도 전에 비난하지 말고 선입견을 버리라고 간청하면서
이 작품에 대한, 그리고 희극 자체에 대한 갖은 비판에 대해
억울함을 호소하고 정당성을 설득하는 몰리에르의 긴 변론이 담겨 있다.
그 머리말은 아래의 글로 끝맺는다.
'타르튀프'의 공연이 금지되고 일주일이 지난 후에
궁정에서 '은둔자 스카라무슈'라는 연극이 공연되었다.
국왕 폐하께서 나가시면서 콩데 공께 이렇게 말씀하셨다.
"몰리에르의 극을 보고 그리도 호들갑을 떨어대던 사람들이
어째서 '스카라무슈'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않는지 궁금하오."
그러자 대공께서 이렇게 대답하셨다.
"'스카라무슈'는 신과 종교를 다루고 있는데,
저 양반들은 거기엔 아무 신경도 쓰지 않거든요.
하지만 몰리에르의 희극은 바로 저 양반들 자신을
다루고 있기 때문에 견디질 못하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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