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 71

출근 준비

아침에 일어나서 출근 준비를 하다보면 매일같이 듣게 되는 소리가 있다. 아파트 복도 쪽에서 들리는 세탁소 아저씨의 "세~탁~" 늘 무심결에 들어 왔었는데 오늘 문득 이 "세~탁~" 소리가 다르게 들린다. 세탁물을 수거하기 위해 외침이 아닌, 마음을 깨끗이 세탁하라는...... 나쁜 생각, 못된 생각, 헛된 생각 다 말끔이 없애 버리라는 그런 소리로 들린다. 그래, 매일 아침마다 저 소리를 들으며 그렇게 마음 속을 청소하는 것도 괜찮을 듯 싶다... 출근 준비를 하며 습관처럼 라디오를 켜 놓는다. 늘 고정된 채널, 클래식 음악 채널이다. 가요나 팝송보다 클래식 음악으로 하루를 시작하는 게 하다보니 뭐랄까 안정된 느낌을 준다. 듣다 보면 아주 오래 전에 내가 치곤 했던 곡들도 나오고 그럴 때면 피아노를 다시..

2005/monologue 2005.02.14

그루의 첫 영화관 나들이

설 연휴가 끝났고... 나의 설 연휴는 뭐... 1년만에 거의 한 번 가는 친정을 다녀왔다. (아빠엄마가 오빠네 애와 우리 애를 보러 두 달에 한 번씩 직접 올라오시는 관계로 우리가 내려갈 일은 일 년에 한두번이다.) 그리고 서울에 다시 와서는 뭐... 대부분의 결혼한 여자들과 별 다름없었고... 연휴 중에 TV에서 해리포터 2편을 방영한 적이 있었는데 거의 3시간 가까운 장시간을 그루가 손에 땀이 젖도록 열심히 보고 있는 것이었다. 이에 고무되어 마지막 연휴일에 그루를 데리고 영화를 보러 가기로 했다. '하울의 움직이는 성' 그러니까 그루의 한국 나이 5살, 만 3살반만의 첫 영화관 나들이인 셈이었다. 어두운 곳에서 영화보는 것에 대해 무서워하지 않을까 내심 걱정했으나 그루는 2시간짜리 영화를 잘 보았..

2005/brief comment 2005.02.12

Shanghai에서 미리 본 PHANTOM

상하이 공연은 무척 좋았다. 무엇보다도 Phantom 역이 너무너무 멋있었다. 지난 한국 공연 때에 내 개인적으로는 가장 아쉬웠던 게 바로 Phantom 역을 맡았던 배우였는데, 이번 공연의 Phantom인 Brad Little은 브로드웨이 Phantom의 실력파 명성 그대로 정말 너무 멋진 연기와 노래를 보여 주었다. 2막 거의 끝부분에서는 나를 비롯해 함께 간 많은 사람들이 감동에 젖어 눈물을 보일 정도였다. 다음날 인터뷰 때에 보여 준 모습 역시 프로다운 멋진 배우라는 걸 재확인시켜 주었다. 모두들 기대해도 좋으리라 약속드릴 수 있음! ※아래 사진은 왼쪽부터 팬텀, 크리스틴, 라울...

2005/monologue 2005.01.27

Shanghai 출장 이후...

지난 목~토요일 2박3일 일정으로 상하이에 다녀왔다. 6월에 있을 오페라의 유령 공연이 지금 상하이에 하고 있어서 티켓박스 오픈 이전 기사화를 위해 일간지 기자들을 데리고 떠난 Press Tour... 전에도 느꼈지만 일 때문에 해외에 나가는 건 이건 해외여행이 결코 아니다. 이국적 풍경 따윈 하나도 눈에 안 들어오고 음식 맞지 않는 타국에 가서 열나게 고생만 하다 온다. 이번 역시 그랬다. 기자들 20여명을 데리고 다니면서 일정별로 늦지 않게 하느라 고생하고 프로그램들 진행하느라 또 정신없고 그 와중에 상하이에 와 있는 원제작사 애들이랑 회의하고 중간중간 빈 시간에 데리고 다니면서 투어 가이드 하고... 잠도 제대로 못 자고 조금도 긴장을 늦출 수 없어 신경은 곤두서 있고 게다가 왠지 중국음식의 독특한..

2005/monologue 2005.01.27

난생 처음의 촌지...

올해부터 그루가 어린이집에 다니기 시작했다. 동네의 어느 한 까다로운 아줌마가 이 동네의 모든 어린이집을 일일이 다 돌아다니며 평가해 본 결과 가장 좋다는 집을 우리는 그 정보를 거저 얻어 그 곳을 선택했다. 집에서도 걸어서 3~4분 거리로 가까운 데다가 시설도 괜찮고 무엇보다도 선생님 對 어린이의 숫자가 적어 꼼꼼이 신경을 잘 써 주고 친절하고 프로그램도 알찬 편이고... 그루 아빠랑 할머니가 사전답사를 마치고나서 결정을 내려 1월3일부터 다니기 시작하였다. 첫 1주일은 대견스럽게도 잘 다녔다. 늦잠꾸러기가 아침에도 잘 일어나서 씩씩하게 다녀 오곤 했다. 그런데 1주일이 지나자 사태가 변했다. 어린이집 가기 싫다면서 아침부터 울고불고 난리법석을 부리기를 거의 1주일... 어린이집에서도 그렇고 다른 사람..

2005/monologue 2005.01.19

우울한 날의 빈 집

그루의 갑작스런 멘트에 무지 우울해져서 시댁에서 집으로 들어가던 도중 오랜만에 비디오나 빌려볼까 하여 비디오샵에 들렀더니 우울함을 싹 날려줄 만한 그런 게 별로 없었다. 그냥 나오던 와중, 카운트에 막 반납된 테이프들 중 '빈 집'을 발견, 냉큼 집어들었다. 김기덕 영화는 스크린 상으로 본 건 혼자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을 본 게 전부였고, 지난해 말에 TV에서 연속 특집으로 해 주길래 '해안선' '악어' '파란 대문'을 보았다. 글쎄... 그의 영화를 처음부터 보기 시작했다면 또 다를 수 있었겠지만 거꾸로 내려가기 시작한 그의 영화에 대한 감상은 '좋았다' '잘 만들었다' '꽤 재미있다' '스타일리스트다운 그의 감각과 은유에 대한 능력이 인상적이다' ...... '빈 집' 역시 괜찮은 영화였..

2005/brief comment 2005.0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