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 31

마케팅에 속다...

마케팅을 業으로 하는 사람에게는 직업적 성향으로 인한 좋은 점과 나쁜 점이 있다. 수많은 마케팅 기법들, 그리고 그 적용사례들을 알고 있기에 대부분의 경우 어떤 기업이 이러이러한 마케팅을 펼칠 때에 그게 무엇을 노리고 있음을 알기에 소비자로서 쉽게 넘어가지 않는다는 것이 상대적인 장점일 것이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어떠한 마케팅 술수에 자신이 걸려들었음을 깨달을 경우 남들보다 더 분노한다. 그 마케터들에게 속은 것에 대해 그리고 어리석게 행동한 자신에 대해... 어제 퇴근 무렵 갑자기 마음이 동하여 영화 '내추럴 시티'를 봤다. (이번 달 들어 벌써 3번째 영화다. 확실히 일이 없다는 증거다. 영화보는 횟수가 늘어나는 것, 그리고 인터넷 쇼핑 건수가 늘어나는 것...) 웬만한 경우 엔딩 크레딧이 다 올라..

2003/brief comment 2004.01.01

좋은 회사는 없다, 역시... 늘...

회사라는 것에 대한 내 지론은 그렇다. 이 세상에 '좋은 회사'라는 건 절대 없다는 것... 그리고, 회사 사람은 상하를 막론하고 결코 믿지 말 것... 따라서, 회사라는 것에 대해 기대를 하지 말고 단지 자신의 상품가치를 높이는 데에 오히려 회사를 활용할 것... 세 번째 회사다. 이 곳 역시 내 지론을 어김없이 재확인해주고 있다. 2003.9.30

2003/monologue 2004.01.01

있는 그대로 사랑하기?

토요일 오후, 서울 공연 Site 답사가 매우 어정쩡한 시간인 4시에 잡혔다. 영화나 한 편 볼까 생각하고 근처 극장들의 웹사이트를 뒤졌더니 시간이 다 맞지 않는다. 중간에 붕 뜬 시간이 약 3시간... 그 오랜 시간을 때우기엔 그래도 영화 밖에 없을 것 같아서 근처 비디오방을 뒤지기로 했다. 그런데... 비디오방이 이젠 퇴행산업인지 노래방은 수십 개 보이는데 비디오방은 단 한 곳도 없다. 하긴... 나도 비디오방 안 가 본 지 어언 7~8년 넘은 것 같으니... 이를 어쩐다... 이 어정쩡한 시간을 어찌 때울꼬...생각하며 한 블록 이상 걷다가 맞은편 길에 'DVD 감상실'을 발견했다. 찾.았.다... DVD 감상실이란 곳을 처음으로 들어가 봤다. 영화 말고 외국 뮤지컬 같은 것도 있겠다 싶어서 찾았더..

2003/brief comment 2004.01.01

대한민국에 대해 종합하기...

좀전에 원주한테서 온 메일 내용인데, 한국에 대한 이렇게 종합할 수 있는 능력이 놀랍고 또 내용이 무지 재미있어서 퍼옴... ■ 세계 경제를 쥐락펴락하는 일본을 "쪽바리"라 하며 우습게 보는 유일한 종족... ■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 ■ 세계에서 보기드문 단일민족... ■ 암 사망율, 음주 소비량, 양주 수입율, 교통사고, 청소년 흡연율, 국가부채 등 각종 악덕 타이틀에는 3위권밖으로 벗어나지 않는 유일한 종족... ■ IMF 경제위기를 맞고도 채 2년 남짓한 사이에 위기를 벗어나 버리는 유일한 종족... ■ 자국 축구리그선수 이름도 제대로 모르고 축구장 열라 썰렁하지만 월드컵때는 700만이 거리로 쏟아져나와 외신으로부터 `조작`이라는 말까지 들었던 종족... ■ 월드컵에서 1승도 못하다가 갑자기 ..

2003/quotation 2004.01.01

한 끝은 겨울의 문턱에, 다른 한 끝은...

1. ... 난처하면서도 안타까운 일이 벌어질 조짐이다. 몇몇 직원에 대한 구조조정 겸 인원 정리 문제가 서서히 수면 위에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오늘만 해도 3명에 대한 얘기를 들었다. 셋 다 정확히 내 직속은 아니지만 내 일의 Support를 해 주는 사람들이었고 착하고 열의있고 또 나를 잘 따라주던 이들이라 마음이 너무 아프다. 그리고 내가 어찌할 수 없는 이러한 상황이 또 괴롭다. 98년 IMF 구조조정으로 많은 선후배와 동료를 떠나보내야 했던 그 시절과는 또 다른 느낌이다. 물론 그 당시보다 지금은 같이 생활한 시간이 짧긴 하지만 그 때의 직위에서 느꼈던 것과 지금의 직위 및 처지에서 느끼는 게 뭐랄까 다른 질감의 아픔이다. 다른 차원의 안타까움, 다른 차원의 난처함이다... 아... 기분 XX..

2003/brief comment 2004.01.01

저급함을 참기 힘들 때...

일요일 오후가 되면 그루와의 외출 장소를 고민하게 된다. 월요일부터 대부분 토요일까지도 엄마아빠랑 제대로 같이 못 놀다가 일주일 중 유일하게 하루내내 함께 할 수 있는 날이라 특히 오후시간을 함께 보낼 장소가 필요한 것이다. 하루내내 집에서 책보고 장난감 가지고 놀 수도 없는 노릇이고 적어도 오후 나절엔 외출을 해야 하는데 집앞 큰 공원은 주중에도 그루가 맨날 놀러가는 곳이라 이외의 나름대로 특별한 장소를 찾아야 한다. 게다가 우리가 자가용이 없는 관계로 놀러갈 수 있는 장소에 상당한 제한이 있다. 그래서 보통 만만하게 가는 곳이 집에서 버스 몇 정거장 거리의 백화점이었다. 그런데 어제는 가을을 한껏 느낄 수 있는 매우 좋은 날씨였고 왠지 그런 날 백화점이라는 실내 공간에 갇히고 싶지 않았다. "그루야,..

2003/monologue 2004.01.01

Proof - 닮기 그리고 벗어나기...

어제 며칠 전부터 벼르고 있었던 연극 '프루프'를 봤다. 기자들이 모두 앵무새는 아닐진대 대부분 입을 모아 '대본-연출-연기' 3박자가 훌륭히 조화된 작품이라는 호평기사들 뿐이었다. 그래서 특히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연극을 본 결과는... 호평의 헤드라인이 별로 틀리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근래 본 연극 중 보기드물게 탄탄한 대본이었고, 추상미를 비롯한 배우들의 연기도 무척 훌륭했고, (특히 추상미는 너무나 적역이었다. 그리고 캐서린은 많은 여배우들이 탐할 만한 캐릭터였다.) 약간의 미스터리 형식을 완급을 조절해 가며 표현한, 그리고 한 장소에서 극을 펼쳐나간 연출도 깔끔했다. 각각의 막 구성을 반전의 내용으로 서프라이징 엔딩 처리한 점, 과거와 현실을 교묘하게 잘 교차시킨 점 등도 인상깊었다. 극의 내용..

2003/brief comment 2004.01.01

Diario minimo를 꿈꾸며...

어제 퇴근길에 서점에 들러 움베르트 에코의 '세상의 바보들에게 웃으면서 화내는 방법'이란 책을 샀다. 서문을 읽다 보니 'Diario minimo'라는 말이 나왔는데 이전 이탈리아 한 문학잡지의 고정칼럼의 이름으로 에코가 그 칼럼의 책임자였단다. 하단의 주)를 인용하면... 디아리오 미니모(Diario monimo) ; 원래는 '아주 작은 일기'라는 뜻이지만, 단순한 소재를 가지고 일기 형식으로 쓰는 칼럼을 가리키는 말로 뜻이 확대되었다. 맘에 드는 단어였다. 어감도 그렇고, 의미도 그렇고... '아, 내 블로그의 이름으로 하면 좋겠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이야 그냥 잡문이자 느리게 살기 위한 한 연습일 뿐이지만 의도하지 않은 훈련 속에 아주 나중일지라도 내 글이 '디아리오 미니모'의 수준에 조금이..

2003/monologue 2004.01.01

오랜만에 시작하는 메모, 우울한 하루...

1. 누군가 볼 우려가 없는, 그래서 글의 완성도에 대한 부담이 없는 그야말로 그냥 일상의 작은 느낌, 생각들을 적어보자는 시도가 일년 넘게 잠자고 있었다, 무안하게... 또 얼마동안이나 외롭게 버려둘 지 장담 못하지만 메모를 다시 시작하려고 한다. 느리게 살아가고자 하는 한 방편... 부담없이 시작했듯, 또 부담없이 은근슬쩍 재가동을 한다... 2. 주말까지 포함하면 5일간의 꽤 긴 추석연휴였다. 추석 다음날 휴대폰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오늘 저녁 공연 취소!' 태풍으로 인한 교통 마비 및 도시 분위기를 고려한 조처이리라 생각하고 확인전화를 걸지 않았다. 다들 출근하는 토요일을 휴가낸 터라 혹시 지금 거는 전화가 토요일 출근으로까지 이어지지 않을까 하는 이기심이 있었음을 솔직히 고백한다. 크게 내가 ..

2003/monologue 2004.0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