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예정대로였더라면 대통령선거일인 어제
광화문에 갔다,
이번엔 공연을 보러.
마침 눈이 내리고 있었다.
# 초연과 재연 모두 보았던 이 작품.
(http://spriverk.tistory.com/538, http://spriverk.tistory.com/582)
이번 공연이 발표되었을 때에
보고 싶은 맘 별로 안 보고 싶은 맘 반반이었다.
고선웅 씨가 새로 대본작업을 했다는 소식에 살짜꿍 기대가 되었지만,
캐스팅을 보니 그 기대감이 거두어졌다.
이영훈 곡들을 불러야 하는 이들인 건데
그 많은 캐스트들 중 한 사람을 빼고는 모두 다 성에 안 찼다.
암튼 망설이던 와중에
결국은 이 공연을 세 번째로 또다시 만나게 되었다.
# 일단 고선웅의 새 대본은 절반만 만족스러웠다.
월하라는 캐릭터를 만들고
그(녀)와 함께 하는 시간여행이라는 큰 얼개를 짠 건 맘에 들었다.
그런데 두 남녀의 젊은 시절 스토리 상의 운동권 클리셰는
여전히 이전 공연 버전에서 못 벗어나 있었고
이번엔 젊은 상훈 캐릭터를 너무 철없는 얼치기처럼 설정하여
이 노래들의 주인공으로서는 정서가 어긋나
그 점에서는 오히려 후퇴해 보이는...
극에 그다지 녹아들지 않는 뜬금없는 배경들도 좀 많고...
새로운 대본이라고 했을 때에(다름아닌 고선웅인데!)
난 그 스토리 구성 자체를 완전히 깼으면 하고 바랬던 건데 그건 아닌...
그리고 그 '기억'에 대한 해석은
한편으로는 끄덕여지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왠지 못내 아쉬운...
기억은 다르다는 것,
먼 곳에 있는 사랑보다 내 옆에 있는 사람이 중요하다는 게
언제까지 잊지 못하는지 옆에서 지켜보겠다는
(또 그렇게 지켜봐온) 아내에게는 심심한 위로가,
공연의 관객들에게는 현실적이고 바람직한 메시지가 되긴 하겠지만
과연 이영훈 님에게도 그랬을까 하는 생각이... 그냥...
어쩔 수 없이 동의하면서도
가슴 한 켠은 시리고 사무쳤을 듯, 그에게는...
기억이란 사랑보다 더 슬픈 것을......
오랜 세월을 그도 어찌할 수 없었던 것을......
# 오케스트레이션은 한두 곡을 제외하고는 무척 좋았다.
그런데 불행히도
오케스트라 연주로 그의 곡이 울려퍼지기 시작하면
맘이 울컥해지며 눈물이 맺혔다가
막상 노래가 시작되면 찬물을 끼얹듯 확 차가워지는 게
내게는 공연 내내 계속 반복되었다.
한 배우의 노래만이 안도감을 주었다.
정말이지
다른 건 다 차치하고라도
이영훈 노래를 그렇게들 못 부르는 건 도저히 참을 수 없는...
그나마 차지연 없었으면 이 공연 정말 어떡할 뻔했는지...
# 몇 시간 전
공연장으로 향하던 길,
잠깐 걸음을 멈추고
눈 내리는 풍경을 지그시 바라보았다.
일기예보에 의하면 오늘밤 눈이 꽤 온다고 했다.
이 공연을 보고 나왔을 때에
그의 노랫말처럼
눈 내리는 광화문 네거리가 펼쳐지고 있으면
정말 근사하겠다 생각을 했다.
공연을 보고나오니 언제 왔냐는 듯이 눈이 그쳐 있었다.
딱 내 마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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