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해서 보고
보고싶어서 보고
직업상 보고
이런저런 이유로 공연을 자주 보는 편이지만
업무상의 이유를 제외하고는 한 작품을 한 번 이상 보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이유는 여러 가지일 수 있다.
갈수록 공연 챙겨보는 데에 대해 좀 게을러져일 수도 있고
같은 작품을 한 번 더 보느니 봐야 할 다른 작품을 보는 게 필요해서일 수도 있고
다시 보고 싶을 만큼 그 작품에 대한 열정이 그다지 높게 일지 않아서일 수도 있고
아, 이런 경우도 있다, 일부러 한 번 더 안 보는 경우...
처음 그 공연을 봤을 때의 너무나 좋았던 느낌을 혹시 재공연의 다른 요소들이 훼손시키지 않을까 하여
그 작품에 대한 나의 인식을 간직하기 위해 일부러 더 이상 안 보는, 이 또한 흔치 않은 몇몇 경우...
개인적인 취향이 그리 대중적이지는 않은지라
많은 이들이 좋아하지 않은 작품을 나는 너무나 감동적으로 본 경우도 많고
많은 이들이 좋아하는 작품을 나는 그저그렇게 본 경우도 많다.
대부분은 나의 개인적인 느낌과 상관없이, 왜 흥행이 안 되는지 왜 흥행이 잘 되는지 파악은 된다.
이해가 되기 때문에 내가 만족스럽지 않았다 해서 왜 나랑 다른 사람들이랑 다를까 확인하기 위해
굳이 또 같은 공연을 수고스럽게 찾지는 않는다.
그런데 그 중에서도 전혀 서로 다른 어떠한 이유들 때문에 다시 한번 봐야겠다는 작품이 두어 개 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이 뮤지컬이었다.
작년 초연 무대를 보고나서
블로그에 매우 짧게 이런 말을 남겼다, 기쁘게 재회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그리고 올해 올려진 재공연을 다시 보게 되었다.
결론은,
기쁘게 재회할 수 있게 되어 정말 기뻤다...
초연 때에 아쉬웠던 점들이
이번 재공연 무대에서는 많은 부분 수정보완되어 있었고
마치 다른 공연을 보는 듯한 느낌이었다.
일단 공연장 요소의 영향부터 컸다.
(개인적으로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공연 보는 것 별로 안 좋아하는데)
초연 때의 세종문화회관의 광활하고 와이드한 무대 대비
뮤지컬 공연에 적절한 대극장 무대 규모로 인해
전체적인 공연 집중력이 훨씬 높아졌다.
그리고 다소 거칠었던 대본과 구성 또한 잘 정돈되어 있었다.
극과 노래의 유기성도 강해지고
전반적인 구성 및 연출도 훨씬 세련되어졌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중요한 건
(물론 위 변화들의 결과에 기인한 건데)
이영훈 님의 노래들이
내게 들렸고 또 보였다...
초연 때 나로선 가장 아쉬웠던 부분이
드디어 만족스러워졌다...
초연 때 보았던 공연이 윤도현 씨의 첫공이었는데
그의 독보적인 노래실력은
오히려 작아진 공연장 규모가 아쉬울 만큼 여전했고
연기는 보다 안정되어 있었다.
여주 역의 리사 또한 매력적인 보이스컬러의 가창력과 연기가 더욱 깊어져 있었다.
김태한-구원영 커플의 경우, 초연 때에는 그들의 캐릭터가 작품 속에서 좀 겉도는 느낌이었는데
전체적인 재공연 수정작업으로 그들 또한 자연스럽게 잘 녹아들어 있어서 반가웠다.
그리고 초연 대비 달라진 캐스트가 바로 현재의 상훈 역이었는데 최재웅의 캐스팅이 매우 성공적이라 생각되었다.
달라진 캐릭터에 더해 그의 섬세한 연기 덕분에
극이 시작되면서 관객의 마음을 열게 했고 극이 진행되는 내내 감정의 중심을 잡아 주었다.
그리고 과거의 상훈 역을 맡은 윤도현과의 교차를 통한 상호 보완 효과도 매우 높았다.
정말 신기하게도
공연 속에 등장한 이영훈 님의 거의 대부분의 노래(뮤지컬넘버)들이
첫 소절이 시작되자마자 하나같이
머리와 가슴과 눈에 동일한 신호를 보냈다.
그 노래에 대한 내 머릿속의 오랜 감성이 탁 건드려지고 심장이 툭 내려앉고 그리고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
1막의 노래들을 들으면서는 그렇게 생각했다, 이영훈 음악의 힘이구나...
그리고 2막에 이르러서는 또 이렇게 생각했다, 이영훈 음악의 힘에 더해
저 뛰어난 배우들의 가창력과 그리고 노래에 담은 그들의 진심이구나...
그런데 공연을 보고나서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이영훈의 곡들을 다시 들었는데
공연에서와 같은 그 정도의 뜨거운 느낌이 들지는 않았다.
이문세의 노래여서가 아니라^^ 심지어는 윤도현, 임재범, 이승철, 김건모가 부른 노래들이었음에도...
공연 내내 음악을 들으면서 나를 그렇게 만든 원인에서 빠져 있었던 또 하나의 요소를 찾았다.
물론 라이브의 힘도 있겠지만 그냥 단순한 라이브의 힘이 아닌
공연 속 극중 시추에이션 및 캐릭터 정서와의 결합에서 나온 힘이었다.
이는 여러 모의 성공을 의미하기도 한다...
재공연 무대를 다시 찾길 잘 했다...
물론 여전히 약간의 아쉬운 부분들이 없지는 않지만
이번 공연에서는
이영훈의 명곡을 제대로 느.꼈.다.
그걸로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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