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brief comment

光化門 戀歌

spring_river 2017. 12. 21. 12:19

 

 

 

 

 

# 예정대로였더라면 대통령선거일인 어제
   광화문에 갔다, 
   이번엔 공연을 보러.

   마침 눈이 내리고 있었다.

# 초연과 재연 모두 보았던 이 작품.
    (http://spriverk.tistory.com/538,  http://spriverk.tistory.com/582)   

   이번 공연이 발표되었을 때에
   보고 싶은 맘 별로 안 보고 싶은 맘 반반이었다.
   고선웅 씨가 새로 대본작업을 했다는 소식에 살짜꿍 기대가 되었지만,
   캐스팅을 보니 그 기대감이 거두어졌다.
   이영훈 곡들을 불러야 하는 이들인 건데
   그 많은 캐스트들 중 한 사람을 빼고는 모두 다 성에 안 찼다.
   암튼 망설이던 와중에
   결국은 이 공연을 세 번째로 또다시 만나게 되었다. 

# 일단 고선웅의 새 대본은 절반만 만족스러웠다.
   월하라는 캐릭터를 만들고
   그(녀)와 함께 하는 시간여행이라는 큰 얼개를 짠 건 맘에 들었다.
   그런데 두 남녀의 젊은 시절 스토리 상의 운동권 클리셰는
   여전히 이전 공연 버전에서 못 벗어나 있었고
   이번엔 젊은 상훈 캐릭터를 너무 철없는 얼치기처럼 설정하여
   이 노래들의 주인공으로서는 정서가 어긋나 
   그 점에서는 오히려 후퇴해 보이는...
   극에 그다지 녹아들지 않는 뜬금없는 배경들도 좀 많고...

   새로운 대본이라고 했을 때에(다름아닌 고선웅인데!) 
   난 그 스토리 구성 자체를 완전히 깼으면 하고 바랬던 건데 그건 아닌...

   그리고 그 '기억'에 대한 해석은
   한편으로는 끄덕여지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왠지 못내 아쉬운...

   기억은 다르다는 것,
   먼 곳에 있는 사랑보다 내 옆에 있는 사람이 중요하다는 게
   언제까지 잊지 못하는지 옆에서 지켜보겠다는
   (또 그렇게 지켜봐온) 아내에게는 심심한 위로가,
   공연의 관객들에게는 현실적이고 바람직한 메시지가 되긴 하겠지만
   과연 이영훈 님에게도 그랬을까 하는 생각이... 그냥...
   어쩔 수 없이 동의하면서도
   가슴 한 켠은 시리고 사무쳤을 듯, 그에게는... 
   기억이란 사랑보다 더 슬픈 것을......
   오랜 세월을 그도 어찌할 수 없었던 것을......

# 오케스트레이션은 한두 곡을 제외하고는 무척 좋았다.
   그런데 불행히도
   오케스트라 연주로 그의 곡이 울려퍼지기 시작하면
   맘이 울컥해지며 눈물이 맺혔다가
   막상 노래가 시작되면 찬물을 끼얹듯 확 차가워지는 게 
   내게는 공연 내내 계속 반복되었다.
   한 배우의 노래만이 안도감을 주었다.
   정말이지
   다른 건 다 차치하고라도
   이영훈 노래를 그렇게들 못 부르는 건 도저히 참을 수 없는...
   그나마 차지연 없었으면 이 공연 정말 어떡할 뻔했는지...

# 몇 시간 전 
   공연장으로 향하던 길,
   잠깐 걸음을 멈추고
   눈 내리는 풍경을 지그시 바라보았다.
   일기예보에 의하면 오늘밤 눈이 꽤 온다고 했다.
   이 공연을 보고 나왔을 때에
   그의 노랫말처럼
   눈 내리는 광화문 네거리가 펼쳐지고 있으면
   정말 근사하겠다 생각을 했다.

   공연을 보고나오니 언제 왔냐는 듯이 눈이 그쳐 있었다.
   딱 내 마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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