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날아라, 버드맨!
A thing is a thing, not what is said of that thing.
모든 것은 타인의 판단이 아닌 그 자체로 빛난다.
주인공의 분장실 거울 구석에 붙어있던 이 문구가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그대로 담고 있다.
그는 (연극 대사를 빌어) 말한다,
"나는 왜 항상 사랑을 구걸해야 하지?"
또 이 영화의 감독은 말한다,
잘못된 목표를 좇고
자신의 존재를 인정하는 힘을 타인에게 내어주면
비록 원하는 것을 얻더라도
그 기쁨은 덧없을 뿐이라고...
평소에 나도 많이 고민하는 지점 중의 하나다.
화가 나 있는 나 자신을 가만히 들여다보았을 때에
타인에게 인정을 갈구하고 있다는 것을 발견하고는 흠칫한다.
내 가치를 판단하고 인정하는 건 다름아닌 나여야 한다는 걸 되뇌이며
'자존감'을 잃지 않기 위해 애쓰지만
사실 인정 욕구라는 게 거의 본능에 가까운지라 쉽지는 않다.
주인공의 딸이 자주 언급하는 SNS 또한 마찬가지다.
자기가 올리는 글을 누가(되도록 많은 사람이!) 반응을 해 주길 바라는,
자칫 잘못하면 거기에 자신이 매몰되어 버릴 수도 있는
인정 욕구가 작동되는 또 하나의 수단이 바로 SNS이다.
(내가 SNS를 거의 하지 않는 이유 중의 하나이기도 하다...)
이 영화가 '아카데미' 작품상을 수상했다는 것은 약간 놀라웠다.
그만큼 주로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아왔던 영화들의 공통분모와는
다소 거리가 있는, 색다른 작품이었다.
작품상, 각본상, 촬영상을 수상했던데
이 외에도 남우주연상, 감독상 등 다른 부문들 역시 수상했어도
이견이 없을 만큼 모든 요소요소들이 훌륭한 영화였다.
영화의 청각적 배경을 채우는 드럼 비트는
이 작품의 정서와 리듬감을 잘 만들어냈고,
원테이크 촬영과 그에 따르는 연출 방식은
마치 연극을 보는 듯한 느낌을 들게 했고
이를 가능하게 한 배우들의 합(合) 역시 뛰어났다.
2006년 처음으로 뉴욕에 갔을 당시,
'The Phantom of the Opera'를 이십년 넘게 올리고 있는
마제스틱 씨어터의 맞은편 극장인 세인트 제임스 씨어터에서
'The Producers'를 하고 있었다.
그해 1~2월에 The Producers 한국공연을 올렸던 지라
서로 마주보고 있는 두 작품의 상황이
마치 외진 타향에서 아는 이를 만난 듯 너무 반가워서
사진을 여러 장 찍었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바로 이 영화의 공간적 배경이 되는 장소가
이 세인트 제임스 씨어터였다.
카메라가 극장 밖을 비출 때에,
그리고 옥상 씬이 나올 때마다
건너편의 'PHANTOM' 간판이 계속 함께 보여
또 괜히 반갑고 흐뭇했다.
또한, '연극'을 둘러싸고 펼쳐지는 전개, 배경, 인물 등이
남다르게 다가오기도 하여 흥미로웠다.
Birdman은
잊혀진다는 걸 두려워했고
자신을 입증하기 위해 애쓰며 불안해했다.
그러나 불가능을 깨닫고
결국엔 리얼리티에 굴복함으로써 그 틀을 깨 버렸다.
(더불어, 무지의 예기치 않은 미덕을 얻게 되었다.)
그리고 진짜 'Birdman'이 되었다!
영웅 스토리를 별로 좋아하지 않아
소위, ~맨 시리즈 영화들을 잘 보지 않는 내게
Birdman은
가장 잊혀지지 않을, 'Man'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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