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brief comment

연말 개막작 1월에 몰아보기

spring_river 2015. 1. 23. 15:23


1. ONCE



[1/6 공연_ 윤도현 박지연 外]



지수 ★★★★

1월에 보는 뮤지컬 여섯 편 중 

엄밀히 말해 순수하게 보고 싶어서 선택한 공연은 이 공연 한 편 뿐.

뛰어난 원작(영화)을 뮤지컬로 제작한다고 했을 때에 

보통은 기대보다 우려가 살짝 더 크기 마련인데

이 작품은 작품상 등을 비롯해 토니상 8개 부문을 휩쓰는 결과를 보여 주어

대체 어떻게 만들었길래? 하는 기대감이 있었다.

우리나라에서는 결코 쉽지 않은 액터 뮤지션 형식을

어떻게 잘 구현했을까 하는 궁금함도...


평가지수 ★★★

Good_ 영화 'Once'를 무대화하는 데에 매우 적절히 그리고 깔끔하게 잘 만든 작품.

          원세트 무대와 조명도 이 작품의 정서와 잘 어울리고

          음향 밸런스도 정교해서 좋았던... 

Not Good_ 두 주연배우의 역량이 아쉬운...

                윤도현은 노래는 잘 하는데 연기가 겉돌고

                박지연은 캐릭터 소화력 대비 존재감이 좀 약하고.

                음악의 경우, 가사번역은 매끄러운 편이었으나 

                아무래도 영화에서 느꼈던 그런 내밀한 감동에는 조금 못 미치는...


"Once를 효과적으로 무대화하는 데에는 성공. 하지만 영화를 넘어서지는 못한..."




2. 그날들



[1/7 공연_ 최재웅 김승대 김지현 서현철 김산호 박정표 김소진 外]



대지수 ★★

근 큰 이슈가 되었던 무한도전 '토토가'를 나도 재미있게 보긴 했다.

그런데 솔직히 90년대 중후반의 가요들은 당시 나와는 그닥 가깝지 않았다.

사회생활 초년 시절이었고 매일매일 야근하느라 정말 제대로 TV 볼 시간도 없었고

더군다나 HOT를 비롯해 쏟아지기 시작한 대형기획사의 상품들에 전혀 관심이 가지 않았다.

그 시절에 Tape이나 CD로 듣던 음악은 이승환, 김건모, 신승훈 정도였다.

그리고 그보다 더 이전,

그러니까 20대 초반 대학시절의 나를 온통 감쌌던 음악은

김광석(그리고 동물원)이었다.

과방에서, 서클룸에서, 그리고 술자리에서

누군가의 기타와 함께 늘 울려퍼지고 함께 부르던 노래였다.

그렇게 김광석은 단순한 뮤지션 이상의 특별한 존재였다.


작년 아니 이제 재작년, 

김광석의 음악을 뮤지컬로 만든 공연이 세 작품이나 무대에 올랐다.

김광석이 아닌 다른 이가 김광석 노래를 부르는 것을 굳이 듣고 싶지 않고

김광석의 노래들로 만들었다는 뮤지컬을 굳이 보고 싶지 않아

당시 꽤 화제가 되었건세 작품 모두 일부러 보지 않았다.

사실 지금도 그 맘은 여전하긴 한데

세 작품 중 '그날들'의 경우, 꽤 호평도 받았고 이번 재공연까지 계속 흥행 성공 중이라

어떻게 만들었는지 한번 확인이나 해 보자 하는 마음에 

그닥 내키지 않은 발걸음을 결국은 향했다...


평가지수 ★★☆

Good_ 이야기꾼으로서 장유정이 가진 능력은 인정.

          스토리라인과 구성, 그리고 전반적인 연출은 의외로 괜찮았다.

          다소 변화를 많이 준 편곡도 이질감이 크지 않았다.

          실커튼 무대 디자인과 조명, 그리고 영상의 조화가 가장 인상적이었고

          역동적인 무술과 어우러진 안무도 좋았다.

Bad_ 스토리라인은 좋았지만 뮤지컬 대본으로서는 실패다.

        절반 이상의 넘버들은 음악 삽입 도입부에 실소가 나올 정도로 억지 끼워맞추기였다.

        피상적인 가사 해석으로 인해 스토리와 음악이 따로 노는 치명적인 결과를 낳았다.

        김광석의 노래는 굉장히 많은 결을 지니고 있다

        그런데 그 층층이 복합적인 정서와 예민한 감성을 가진 음악들을

        이렇게 단편적이고 기계적으로 만들어 놓았으니...        

        오케스트라와 앙상블, 주연배우들 각각의 음향 밸런스가 

        제대로 구현되지 않은 음향 디자인도 마이너스.


"김광석은 없는 뮤지컬"




3. Gone with the Wind



[1/9 공연_ 주진모 바다 마이클리 김보경 정영주 김덕환 백주희 박송권 外]



기대지수 ★★

정확히 말하면 이 공연은 연말 개막작은 아니고 올해 1월 개막작.

별 기대를 하지 않았던 이유는 

이 프랑스 공연 Value 및 몇몇 국내 주요 제작진에 대한 믿음이 안 가서...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처음 보았던 게 

아마 중학교 1학년 때 학교 단체관람이었던 것으로 기억난다.

4시간 정도 되는 그 긴 영화를 정신 못 차릴 만큼 정말 푸욱 빠져서 봤다.

그리고 한동안 브로마이드를 사서 모을 정도로 클라크 게이블의 팬이 되기도 했었다.

한두 달 전에 회사 직원들과 얘기를 나누다가

20대~30대 초반의 요즘 애들이 이 작품을 전혀 모른다는 걸 알고 깜짝 놀랐었다.

아니,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모를 수도 있구나...

내 마음 속의 거대한 명작으로 남아 있는 이 작품...

그러나 암튼, 자세히 밝힐 수 없는 이런저런 이유로 

전혀 기대감 없는 상태에서 개막공연 관람.


평가지수 ★★

Good_ 굳이 꼽자면, 주요 배우들의 가창력.

          공연에 비해 배우들이 아까울 만큼...

Bad_ 이 어마어마한 원작과 영화를 이렇게 재미없게 만드는 것도 재주다 싶은 생각...

        프랑스 공연보다 훨씬 줄여놓았다는 대본은 성기기 이를 데 없고

        당연히 씬 사이사이는 단절되고 캐릭터 개연성도 없는...

        무대 안무 음악 어느 하나 인상적이지 않고,

        한마디로 연출력 부재가 여실히 드러나는 공연.


"원작의 가치와 감동은 거의 없는, 반페이지짜리 줄거리 다이제스트판" 




4. Kinky Boots




[1/14 공연_ 오만석 김무열 정선아 고창석 外]



대지수 ★★

Once보다 더 따끈따끈한 신작.

(Once는 2012 토니상 작품상 등 8개 부문 수상작,

 Kinky Boots는 2013 토니상 작품상 등 6개 부문 수상작)

이러저러한 Record 덕분에 어떤 작품인지 궁금하긴 했던... 

그런데 작년말 갔었던 쇼케이스에서 

몇 솔로곡 음악 및 배우들에 그닥 큰 인상을 받지 못해

기대감이 살짝 떨어진 상태에서 공연 관람.


평가지수 ★★

Good_ 역시 토니어워즈 작품상은 이유가 있구나 하는 생각...

          직접 공연을 보니 작품 자체가 매우 단단하다.

          신디로퍼가 만들었다는 뮤지컬 넘버들도 실제 공연과 어우러져 들어보니   

          씬별 상황에 맞는 적절한 장르 선택, 이지 리스닝한 멜로디 등 꽤 좋다.

          1막 엔딩곡 'Everybody Say Yeah', 2막 엔딩곡 'Raise You Up / Just Be'는

          중독성도 있고, 객석을 나가며 기분좋게 만드는 흥도 있다.

          Hedwig, La Cage, Priscilla와 같이 주요 캐릭터가 성소수자이면서도

          위 작품들과는 달리 살짝 비껴나갈 수 있는 영리한 요소와 함께

          이를 바탕으로 한 대중성 또한 높은 호조건을 갖추고 있는... 

Not Good_ 롤라 오만석은 오랜만에 자기 옷을 입은 듯 무대를 휘어잡았고

                찰리 김무열 또한 제대 이후의 무대 복귀에 어느 정도 성공.

                그러나 두 사람 모두 (예상했지만) 노래를 장악하지는 못해 아쉬운...

                정선아, 고창석은 두 사람이 가진 재능에 비해 역할이 너무 미미하고,

                엔젤 역들은 La Cage, Priscilla의 '언니들'에 비해 매력이 좀 떨어지는...


"탄탄한 작품성 그리고 영리한 대중성" 




5. Marie Antoinette




[1/18 공연_ 옥주현 윤공주 전동석 김준현 外]



기대지수 ★★

이 작품 역시 

별로 볼 생각이 없던 와중에 보게 된...

작품에 대한 소식이 들려왔을 때에도 그다지 기대가 없었고

게다가 개막 후 언론으로부터 

시대착오적인 역사관과 스토리에 대한 혹평이 쏟아지는 걸 보며 

더더욱 굳이 보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았고...

그런데 이런 악조건 속에서 어느 정도 흥행이 잘 되는 걸 바라보면서

의아하지 않을 수 없었던...

작품도 별로라고 하고 소위 마니아들이 좋아하는 남자배우들도 없는데 왜?

최근 몇 년간의 흥행코드 중의 하나인 '유럽 궁정사극'의 화려한 무대와 의상,

그리고 보진 않았지만 아마도 안정적인 배우진, 이 요소만으로?

이런저런 의문점을 안고 있던 차에 우연히 기회가 생겨 

그래, 어떻게 만들었는지 일단 보기나 해 보자 싶어 

일요일임에도 불구하고^^ 공연장으로.


평가지수 ★★

Good_ 무대 그리고 의상

Bad_ 실베스터 르베이의 이번 작품 음악은 그다지 인상적이지 않은...

        옥주현은 본인의 평작 수준의 퍼포먼스를 보였고

        윤공주는 여전히 무대 위의 존재감이 미약하고

        전동석, 김준현 두 사람이 분한 각각의 캐릭터도 별로 매력적이지 않고...

        

        그리고 이 작품에서 가장 문제시되고 있는 극본_

        오스트리아 마지막 황후였던 'Elisabeth'과

        오스트리아 여왕의 딸이었으나 정략결혼으로 프랑스 왕비가 된 'Marie Antoinette'에

        비엔나 뮤지컬이 각별한 애정을 갖는 건 충분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전작 'Elisabeth'과 달리 이 작품에서는

        'Marie Antoinette'에 대한 세간의 오해들을 바로잡기 위해

        프랑스혁명과 같은 역사적 사건의 진실을 왜곡하는 엄청난 누를 범했다.

        그 결과, 가상의 인물 마그리드 아르노와의 갈등구도는 우스워지고

        공연 자체로도 밋밋하고 설득력을 잃어 버렸다.

        표현의 자유를 말할 때에, 풍자와 능멸은 엄연히 다르다.

        그리고 창작의 자유을 말할 때 역시, 변주와 왜곡은 분명히 다르다.


        어느 한 매체의 기자가 이 공연의 리뷰 기사 말미에 이렇게 썼다,

        '과연 음악과 연기, 의상, 무대만 좋으면 좋은 뮤지컬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인가?'


        그런데 불행하게도 

        우리나라 관객 현실에서는 바로 그렇다는 것이다......


"할 말 없게 만드는 건 이 작품이나 우리나라 공주나 도찐개찐" 




6. Love Letter




[1/22 공연_ 곽선영 조상웅 박호산 안소연 外]



대지수 ★★

아직 일본 영화가 개방되어 있지 않았던 때에

누군가 빌려줬던 비디오로 영화 'Love Letter'를 보았었다.

아주 오래 전 어렴풋한 기억 속의 작품이라서 그런 건지

요새 신생제작사들이 영화나 드라마 원작의 뮤지컬 제작을 자주 해서 그런 건지 몰라도

이 영화를 뮤지컬화한다고 했을 때에 그다지 별 생각이 없었다.

그런데 작년말 이 공연 개막 후 거의 모든 언론들이 호평의 리뷰 기사들을 내놓았다.

(물론 예상했던? 바대로, 그럼에도 불구하고 흥행성적은 좋지 못하지만...)

그래서 궁금해졌다, 이 작은 작품의 모습이.


평가지수 ★★

Good_ 극의 재구성 흐름, 전반적으로 따뜻하면서도 애틋한 기조,

          세심한 연출, 주·조연배우들의 연기,

          시간과 공간을 자연스럽게 넘나드는 무대 운용,

          귀에 확 감기지는 않으나 서정적인 멜로디가 극과 잘 어울렸던 음악

          모두 좋았다.

          특히, 히로꼬와 여자 이츠키 1인2역을 연기한 곽선영 배우는

          이 공연에서 가장 높이 사고 싶을 만큼 정말 대단했다.

          극 초반 10여분간 1인2역이라는 것을 잠깐 깜빡하

          서로 다른 사람으로 여겼을 정도였다.

          예를 들면 지킬과 하이드처럼 선악이 뚜렷이 대비되는 1인2역은

          오히려 연기하기 쉬울 수 있다.

          그런데 그런 선악 대비도 없는 그냥 단지 다른 성격의 두 인물을

          말투, 몸짓, 눈빛으로 놀랍도록 전혀 다르게 표현해냈고

          게다가 공연 내내 여러번 빠르게 교차해야 하는 그 변화 역시

          매우 집중력있게 오가는 모습 또한 놀라웠다.

          이 공연에서 처음 본 배우였는데, 완전 주목되는 배우다!

Bad_ 글쎄...특별히 없네, 이 공연은...

        관객이 별로 없어서 아쉬웠다, 작품은 참 잘 나왔는데...

        다음 재연 때에는 마케팅도 좀더 강화해서

        보다 많은 관객들을 만나게 되었으면 좋겠다 하는 생각...

 

"잘 지내시나요? 네, 반가웠어요!" 


 

휴우~

보름 만에 무려 여섯 편을 몰아 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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